[인터뷰] ‘북치기 박치기’에서 ‘기생충’까지, 후니훈의 스펙트럼
[인터뷰] ‘북치기 박치기’에서 ‘기생충’까지, 후니훈의 스펙트럼
  • 이수민
  • 승인 2020.01.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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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지비지 그리고 후니훈.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하나지만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한다. 대중들에게는 ‘북치기 박치기’로 잘 알려진 후니훈이 지비지란 예명으로 영화 <기생충>에 참여 일러스트레이터로 나섰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정재훈이라는 아티스트가 존재한다. ‘비트박스 신드롬’의 장본인에서 칸영화제 수상작의 참여 작가가 되기까지, 그의 예술 스펙트럼에 제한선은 없다.

Editor 이수민 | Photographer 양언의 · ZIBEZI(정재훈)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 북치기 박치기’ 청년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후니훈 1998년 힙합그룹 유니티로 데뷔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1년 만에 그룹은 해체됐고 후니훈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했다. 이후 2004년 김조한 프로듀서를 만나 그룹 투데이로 새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활동 시작과 맞물려 한 통신사 광고에 출연했다. “비트박스를 잘 하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북치기 박치기” 중독성 있는 외침과 참신한 연출은 비트박스의 대대적인 유행과 함께 커다란 파급력을 몰고 왔다. 당시 20세였던 후니훈은 “당시에 그게 뜰 거라고는 예상을 아예 못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 광고가 3개월만 노출되는 단발성 광고였다. 차은택 감독님의 광고이기도 하고 임팩트가 강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화면에 낯선 내 얼굴만 크게 채워지지 않나.(웃음) 그렇다고 뭔가 인기몰이를 할 거라는 예상은 전혀 안했다. 광고가 나가고 사람들이 하나 둘 나를 알아보더라. 단발성 광고임에도 당시 전체광고 조회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고주에도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인기를 확실하게 실감했었다. 그 이후로 연기도 하게 되고 각종 음악방송과 예능에 출연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유행어와 함께 각종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후니훈에게는 말 못 할 고난의 시기도 있었다. 그는 “투데이라는 그룹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광고를 먼저 찍게 됐다. 투데이가 준비한 음악은 알앤비 장르였는데 내가 광고로 비트박서 겸 래퍼로 완전히 이미지가 굳어졌다. 어떻게 보면 콘셉트 자체가 엉켜버린 거다.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투데이로도 활동을 오래하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짧은 방송활동을 이어가다가 후니훈은 사회공무원으로 군 복무를 가게 됐다. 그는 “소집 해제 이후에 싱글앨범 및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활동 했다. 또 2015년까지 JYP, SM,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그룹, 연습생들에게 랩을 가르쳤고 Mnet <쇼미더머니1>에 참가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비트박스는 나에게 정말 고맙지만 언제나 목마른 음악이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 미술시작 계기동물적인 감각에서 시작했죠
 
소집해제 이후 나름대로 음악활동을 이어오던 후니훈이 돌연 그림에 눈을 뜬 것은 2015년. 당시 음악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잠시 음악을 내려놓았을 때, 그가 새롭게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종이와 마커였다. 후니훈은 “미술을 시작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게 아니라 뭔가 동물적인 감각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라며 운을 뗐다.
 
“2015년 랩 레슨을 한참 할 시기였다. 혼자 나와 살면서 자아 성찰하는 시기였다.(웃음) 음악을 잠시 내려놨고 나름대로 재밌기도 한 시간이었다. 레슨을 마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하나’ 하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더라. 원래 랩 가사를 쓸 때 그림을 자주 그리긴 했었다. 그래피티를 좋아하기도 했고 사인을 연습하면서 그림을 그린적도 있었다. 그렇게 그리다보니 본격적으로 도구를 사서 제대로 그리고 싶더라. 곧바로 문구점을 가서 좋은 마커를 구입했다. 아무 생각 없이 푹 빠져들면서 그림을 그렸다. 모든 스트레스와 잡념이 지우개로 지우는 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신세계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
 
후니훈은 그림을 통해 잡념을 지우며 힘든 시기를 버텼을 지도 모르겠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림은 취미생활 중 하나였고 몇 가지의 색으로 단순한 캐릭터를 그리는 게 다였다고. 그런 그에게 부스터를 달아준 것은 한 전시였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후니훈은 “어느 날 조카와 가우디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다. 하나하나 전시를 보는 와중에 벽에 새겨진 가우디의 글귀 하나가 마음속으로 확 들어오더라. ‘직선은 인간의 영역이고, 곡선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글이었다”며 “그 글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그림을 더 그리기 시작했다. 만물은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고 곡선이 신의 영역이라니, 그걸 내가 그리고 있다니, 너무 신나지 않나. 그때부터 마커에서 물감, 오일파스텔 등 다른 도구들이 믹스되기 시작했고 그림의 스타일도 지금처럼 직, 곡선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지비지영화 <기생충>을 만나다
 
후니훈은 ‘지비지’라는 예명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만 1000개가 넘고 전시 및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새 영역을 펼쳐나갔다. 그런 그에게 또 한 번 황금빛 기회가 찾아왔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어느 날 친한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과 자신의 남자친구가 아는 사이인데 현재 그림 작가들을 물색 중이라더라. 그래서 내 얘기를 하며 그림을 보여줬다고 했다. 사실 그때는 그냥 아, 그렇구나 싶었다. 나와는 먼 세상인 것 같아서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렇게 신경을 안 쓰다가 친구랑 태국여행을 갔는데 영화 연출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아직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너 미쳤냐, 빨리 한국 들어가라’고 말해서 들어오게 됐다(웃음).”

사진 = 양언의 기자

첫 미팅이 있던 날 봉준호 감독은 후니훈에게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건네며 “이 부분이 중요한 그림이 될 거니까 잘 부탁드린다”라는 말 딱 한마디만 남겼다고. 후니훈은 “감독님 제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게 지난해 5월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약 5개월간 죽어라 <기생충>을 위한 그림만 그렸다. 정말 많은 피드백이 오고가면서 미친 듯이 작업을 했다. 오기의 끝이랄까. 감독님이 내 가능성을 보고 뽑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하다보니까 정말 신경 써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굉장히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하도 많이 그리다보니까 나중에는 내 그림에 10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1번과 5번을 섞어보라’, ‘7,8번을 섞어보자’라는 지시가 나오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그림은 보내기 전에 나도 감이 조금 왔었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과정이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ZIBEZI 제공
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ZIBEZI 제공
“<기생충>을 총 11번을 봤다. 가장 처음 봤을 때는 내 그림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느라 내용을 아예 보지도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중요한 역할이어서 굉장히 놀라면서도 기뻤다. 초반에는 아내에게도 숨겨야 하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기쁨을 감추느라 힘들었다.”

후니훈은 최근 <기생충> 홍보 차 미국 LA에서 배우 박소담,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국 콘텐츠 할리우드 교류회’에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개봉에 맞춰 CGV LA등 총 3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러트스레이터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후니훈은 이번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목표점을 내세웠다.

“미국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많다. 발판 삼아 활동영역을 넓히려고 계획 중이다. 스타일이 워낙 즉흥적이다. 뭔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제 스타일의 공간을 그때그때 발견해서 소통을 위한 전시를 하고 싶다. 그곳이 해외든 국내든 경계는 없다. 다양한 그림과 음악으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소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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