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코미디↓, 감동↑'해치지않아', MSG없는 청정극
[리뷰] 코미디↓, 감동↑'해치지않아', MSG없는 청정극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1.0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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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꼽 빠지게 웃기진 않지만 찡한 감동이 있다. 영화 속 등장하는 나무늘보처럼 느리지만 집중해서 관찰하게 되는 맛이 있다. 2020년 설 극장가를 장악할 영화 <해치지않아>의 이야기다.
 
손재곤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해치지 않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부득이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동물 탈을 쓰고 동물원 운영을 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생계형 수습 변호사인 태수(안재홍)는 대형 로펌의 정직원이라는 달콤한 제안과 함께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라는 과제를 받는다. 핑크빛 미래를 꿈꾼 태수는 ‘동산파크’에 새 원장으로 파견됐으나 손님은커녕 동물도 없는 곳에서 이내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직원들에게 동물로 위장근무를 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던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과 불신은 <해치지않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묘하게 현실성이 배제된 이 세계 속에서는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쉽게 흥분하는 고릴라, 나무에 매달리는 게 가장 힘든 나무늘보, 목만 있는 기린, 측면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사자, 콜라만 골라 마시는 곰 등은 <해치지않아>가 선사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상쇄하기 위해 실감나게 구현된 동물 탈과 배우들이 만든 혼신의 연기가 이를 탄탄히 받쳐준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않아>의 전개는 전반적으로 느리다. 말맛을 살린 유머코드도 동물 탈을 활용한 슬랩스틱도 많지 않다. 상황은 극한이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과장’을 절제했다. MSG를 잔뜩 뿌린 자극적인 코미디보다는 착하고 순한 정서가 <해치지않아>를 채운다. 대형로펌의 제안과 ‘동산파크’ 사이에서 고민하는 태수, 일자리와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동물원 식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생명이 아닌 구경거리로 전락한 동물원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까지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CJ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CJ엔터테인먼트

다만 이 지점 때문에 <극한직업>의 속도감 있는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들은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고 생계를 위해 본업을 내려놓고 황당한 부업을 이어간다는 스토리의 큰 줄기 때문에 대박 코미디 명맥을 잇는 영화로 <해치지않아>를 향한 기대가 큰 상황. 하지만 웃음으로 승부하는 코미디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걸 미리 인지하면 영화의 매력에 좀 더 빠져 즐길 수 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들의 따뜻한 연기도 <해치지않아>만의 매력을 만들어가는 데에 일조했다. 안재홍은 씩씩하고 열정적이며 사려 깊은 변호사 태수로, 강소라는 누구보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수의사 소원 역으로 분했다. 시트콤과 코미디의 대가 박영규는 신세한탄이 취미인 서원장 역을 맡아 배우 간의 중심을 잘 잡았다.
 
고릴라 탈을 쓴 건욱 역의 김성오, 나무늘보로 변신한 해경 역의 전여빈 콤비도 눈길을 끈다.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다. “뭐든 됩니다”라는 대사로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은 탈 메이커 고대표(김기천), 로펌대표(박혁권)와 오비서(서현우)의 묘한 코미디 합도 눈길을 끈다. 해경의 비열한 전 남친 역을 맡은 장승조의 연기도 감초 역할을 한다.

 

평점  ★★★☆☆ (3/5)
한줄평  2의 <극한직업>? 기대를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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