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게인, 고준희
[인터뷰] 어게인, 고준희
  • 이수민
  • 승인 2020.01.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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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고 매서운 빗줄기였다. 하루아침 쏟아진 폭풍은 외로움과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기에, 다시 꼿꼿하게 일어서야 마땅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그 땅 위에 자리 잡은 나무는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폭풍을 지나온 고준희는 분명히 강해졌으며 점점 더 깊어질 예정이다.

Editor 이수민 | Photo 마운틴무브먼트

 

고준희에게 2019년은 고된 해였다. 올해 4월 OCN <빙의>로 또 하나의 든든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느닷없는 악성루머에 휩싸이며 하루아침 마음이 무너졌다. 진실 아닌 거짓 소문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했지만 사건이 부풀수록 고준희는 자꾸만 자신을 감추게 됐다. 그런 그가 다시 용기를 냈다. 인터뷰를 위해 오랜만에 만난 고준희는 여전히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그간의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털어놨다. 

◇ 7개월의 공백고준희의 악몽
 
고준희는 <빙의> 이후 7개월의 공백기를 보냈다. 2019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버닝썬 게이트’의 가해 연예인들과 연루되며 악성루머가 퍼졌기 때문. 고준희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질타를 맞았으며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당시 고준희의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는 악성루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고준희는 소속사를 떠나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왔다. 고준희는 “변호사도 선임해야 됐고 혼자 발로 뛰어다니면서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정신을 안 차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라고 털어놨다.

새로운 소속사를 찾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고준희는 “사실 소속사를 결정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딱 한 번의 미팅을 했는데도 ‘최종 협의 중’, ‘계약 불발’ 이렇게 기사가 나버리니까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회사와의 계약은 많은 고민이 필요한 과정인데 의도치 않게 소문이 퍼져버리니까 답답했어요. 실제로 제게 뭔가가 있어서 회사에게 거절 당하는구나, 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죠. 그때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왜 회사와의 미팅이 루머의 연장선이 되어야 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럼 뭐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어요”라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와중 고준희는 지금의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를 만났다. 배우 박해진과의 인연으로 황지선 대표를 알게 된 고준희는 지난 4~5개월 동안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준 새 소속사 식구들을 믿고 다시 굳세게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제가 소속사를 나온 뒤 많은 매니지먼트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저는 매번 회사 미팅을 가장 어려워해요. 그분들은 공인인 저를 잘 알지만 저는 한 회사의 대표나 매니저들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 히스토리를 전혀 알지 못하잖아요. 회사만 보고 사람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늘 많은 고민을 동반하게 되죠. 지금의 대표님은 지난 4, 5개월 정도 응원을 해주고 건강도 챙겨주셨어요. 좋은 말과 좋은 에너지를 주셔서 믿고 함께 일을 하게 됐어요.”

◇ 대중과 공인서로 존중하는 삶’ 원해
 
고준희의 소속사는 현재 해당 루머를 유포하거나 성희롱, 욕설 등을 게재한 악플러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끝까지 ‘선처 없음’을 강조하며 강경한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최근 연예계에 화두가 된 ‘악플’과 연이은 비보에 대해 고준희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유감을 표했다.

“그 친구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정말 예쁘고 앞이 창창하고 좋은 일을 많이 겪어야 하는 친구들이잖아요.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이라 이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그럼에도 정말 마음이 안 좋고 안타까워요. 악플러에게 어떤 일침을 가하고 싶지도 않아요. 하루 이틀 사이에 생겨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하루에도 기자들이 많은 기사를 쓰고 그 기사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요. 저 같은 연기자나 다른 아티스트분들은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까 이런 마음으로 활동에 임해요. 결국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죠. 그런 과정에서 서로 조금만 더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고준희는 관계의 존중을 강조하며 지난날 자신의 아픈 경험을 떠올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그는 이내 “본인의 언행이 얼마만큼 한 사람의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가 인지를 하고 글을 쓰거나 행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일면식도 없는 분이 저와의 친분을 드러내며 개인 방송을 하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죠. 근거 없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라고요. 그런 언행들이 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고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아티스트나 공인을 포함해 대중들 또한 스스로의 언행에 얼마나 큰 무게감이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 여전히 고준희 하면 단발저도 신기해요

시원시원한 팔다리와 서구적인 외모로 일찍이 주목받아온 고준희. 그에게는 늘 패셔니스타, 뷰티아이콘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랐으며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 배우로 지목됐다. 별안간 작품의 캐릭터를 위해 싹둑 자른 단발머리가 대대적인 유행을 일으켰고 아직까지도 ‘단발머리’하면 고준희가 연상될 만큼 스타일에 한 획을 그었다.
 
고준희는 “저도 아직까지도 신기할 따름이에요”라며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직까지도 단발머리나 숏컷을 검색하면 제 이름이 뜨더라고요. 무척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어떤 유행을 의도해서 단발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머리가 옷깃에 닿는 게 불편해서 잘라버린 거였어요. 그 이후에 작품을 계속 하게 됐고 딱히 잘라야 할 이유가 없었죠. 오랜 시간 단발로 지내다 보니 대중들이 그걸 이미지화 시켜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단발을 고수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단발머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링을 하고 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고준희는 올해 말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찾아올 예정이다. 2020년을 맞이하여 그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은 밝은 작품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해외 팬미팅을 계획 중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배우들에게 연기만 바라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저도 본업이 연기인만큼 연기에 물론 더 충실해야겠지만 그건 당연한 거고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나 소통의 창구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도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그저 저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했을 뿐인데 수식어가 붙는 것이 신기하고 여전히 감사해요. 제가 대단한 게 아니라 대중들이 그렇게 만들어 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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