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성태, 인생을 바꾼 연기의 맛
[인터뷰] 허성태, 인생을 바꾼 연기의 맛
  • 이수민
  • 승인 2019.08.2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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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절실함’과 ‘소중함’을 아는 연기는 늘 그렇듯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배우 허성태의 연기가 그렇다. 번듯한 직업과 안정적인 일상을 포기하고 연기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늦깎이 배우로서 조급함을 견디며 차근차근 자신의 인생을 새로운 색으로 채워 나갔다.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확실하면서도 늘 새롭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카메라 앞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는, 이미 충분히 훌륭한 배우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OCN <왓쳐>에 출연한 배우 허성태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왓쳐>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세 남녀가 경찰 내부 비리조사팀이 되어 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 허성태는 세양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반장 장해룡 역을 맡았다. 
  
허성태는 이번 작품을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난 작품”이라고 말하며 첫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말 고민이 가득했던 작품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은 들어오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하지만 <왓쳐>는 조금 달랐다. 감독님에게 1,2회 대본을 받고 읽어보는데 이거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에게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 꼭 하고 싶다는 어필을 강하게 했다. 그래서 결국 하게 됐다”라며 “다른 작품에 비해 스스로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었다. 그런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허성태의 마음을 이끌게 했을까. 그는 “첫째는 단연 대본의 힘이었다. 너무 깜짝 놀랄 만큼 흥미로웠다. 심리에 대한 이야기, 선과 악에 대한 모호한 구분 그런 소재와 이야기의 과정이 좋았다. 두 번째는 한석규 선배님이다. 내가 언제 선배님과 한 작품에서 대치를 해보겠나. 대본과 한석규 선배님이 하신다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라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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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믿었던 대본의 힘은 대중들에게도 통했다. <왓쳐>는 첫 회 방송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 이하동일)로 시작을 알리며 선방했다.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상승세를 타더니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6.6%로 마무리하며 역대 OCN 오리지널 드라마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허성태는 “드라마가 일단 수치적으로 잘 되었으니까 나 역시 뿌듯하고 기쁘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이런 역할은 또 처음이었고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분량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에 역량의 최고치를 뽑아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아직 나 자체도 연기의 달인이 아니지 않나”라며 후련함과 동시에 아쉬운 마음을 보였다. 

악역으로 보이나 마냥 ‘악’하지만은 않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인물 장해룡을 소화하면서 허태성이 가장 염두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호흡, 시선처리, 움직임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제거하려고 했다. 작품에 내 연기가 도움이 되려면 악인지 선인지 끝까지 텐션이 유지되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것들로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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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댓글이나 반응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던 그는 이번 작품만큼은 매회 빠짐없이 반응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허성태는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은 내 의지가 가득 담겨서 욕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반응을 안 볼 수가 없더라”라며 “모든 예술이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형성하지 못 한다면 피해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나만 즐거우면 안 되는 게 작품이지 않나. 그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반응을 살폈고 고민의 골도 더 깊어졌다”며 소신을 밝혔다. 
  
드라마를 참여하게 된 이유이자 영광의 상대배우 한석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그는 “똑같은 대사를 어떻게 저렇게 다르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신기한 게 정말 편안했다. 나에게 줄 것들을 다 주시더라. 그것만 따라가면 되니까 나는 편안했다. 평소에도 무척 잘 대해주신다. 자연스럽게 자극을 주며 ‘이걸 이렇게 하신다고?’라는 대단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언제나 나의 의지에 자극을 주는 분이셨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상대배우들에 대해서는 “(서)강준이는 상당히 에너제틱하고 지치지 않더라. 바쁜 일정을 다 소화하면서 항상 웃고 대화도 많이 했다. 굉장히 밝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김현주는 사실 붙는 신이 많이 없어서 잘 못 봤다. 동갑인데 많이 친해지지 못 한 것 같다. 그래도 종방연 때는 함께 이야기를 좀 나눴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허성태는 데뷔 이래로 7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단역부터 주연까지 빼곡하게 자신의 이력을 채워나갔다. 아무리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을 시작했다 한들, 한번쯤은 쉬어가도 되지 않았을까. 그를 계속하게 일하게 하는 원동력은 다름아닌 ‘그의 어머니’였다고. 
  
그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사실 돈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딱 하나 어머니가 나를 오래토록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마음에 계속 차기작을 정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가능한 계속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연기를 볼 줄 아시는 분이다. 항상 내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응원과 함께 피드백을 해주신다. 예전에는 범죄드라마 위주로 나왔지만 요즘에는 <왓쳐>도 그렇고 곧 촬영에 들어갈 차기작에서도 슈트를 입는다. 어머니가 평소에 못 보던 모습이니까 더 좋아하시더라. 작품 회의를 할 때 의견을 내주시기도 하고 많이 조언을 해 주신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강하고 중후한 인상으로 늘 거친 장르물 혹은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맡아왔던 허성태에게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당연히 있다. 그래도 최근에 찍고 있는 <히트맨>이나 차기작으로 방영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코미디물이다. 너무 행복하다”라며 “평소에 나는 무게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시다시피 찌질하다. (웃음)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하고 나서는 온 몸이 오그라든다. 기회가 되면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도 모두 할수 있다. 다만 날 불러 주실지 의문이다”라며 유쾌함을 보였다. 

사진 = 한아름컴퍼니
사진 = 한아름컴퍼니

허성태는 연기할 때가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연기를 하는 스스로가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행복하다고 느낀다. 지금의 행보도 너무 만족감이 크다. 계속 끊임없이 연기하고 싶다. 인지도가 쌓이고 배우로서의 삶이 안정 되면 다른 일들도 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나는 그냥 쭉 죽을 때까지 연기 한 길만 걷고 싶다. 연기가 내 재테크고 다른 것들은 못 할 것 같다. 사실 관심도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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