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본격적으로 꽃 피는 시간, 정소민
[인터뷰] 본격적으로 꽃 피는 시간, 정소민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8.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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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 곁으로 흐르는 공기에는 단정함과 고요함이 어려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나아가는 그의 행보와도 꼭 닮았다. 어느덧 데뷔 9년, 천천히 남모르게 쌓아온 내공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정소민.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박주연 | Photo 판씨네마㈜
  

정소민데뷔 9년 만에 처음 한복을 입다 
  
정소민이 데뷔 9년 만에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 단아한 외모 덕분에 사극 러브콜이 많았을 것 같지만 <기방도령>을 통해 한복을 입고 싶었다는 오랜 소원을 드디어 풀게 됐다고. 정소민은 <기방도령>에서 남녀 차별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는 양반가 규수 해원 역을 맡았다. 정소민은 기존 조선시대 여성과 다른 해원에게 솔직하게 끌렸다고 밝혔다. 
  
Q. 첫 사극이에요부담은 없었나요?
A.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염려치 않게 도와주셔서 사극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시나리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면서요
A. 전체적인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후루룩 읽어나가다 보니 해원이라는 인물을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억압적인 조선시대에서 해원은 어떻게 이런 트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됐는지, 또 왜 허색(이준호)을 좋아하게 됐는지 그런 궁금증에서부터 애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전형적인 조선시대 여성처럼 그려지는 부분이 있었죠 
A. 해원이 공부하는 오빠를 위해 뒷바라지를 하는 장면을 그렇게 보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빠(김동영)가 총명함을 잃게 된 사고의 원인엔 분명이 해원의 영향이 컸어요. 해원의 입장에선 그 죄의식을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순종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이 더 크지 않았을까요. 물론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한 켠에 늘 있었기 때문에 허색이라는 인물에 끌렸던 것 같고요. 
  
Q. 해원과 정소민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면요?
A. 제가 장녀인데 장녀로서 이상한 책임감이 있어요.(웃음) 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요. 해원은 장녀는 아니지만 오빠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서 내가 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저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이준호내가 아는 가장 바쁜 사람정소민과의 케미 
  
코믹 요소가 극에 넘실대는 가운데, 정소민과 로맨틱한 장면을 함께 일궈낸 배우가 있다. 비록 지금은 군 복무 이행 때문에 잠시 대중들과 이별한 <기방도령>의 타이틀롤 이준호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스물>(2015) 때 맺은 인연으로 <기방도령>에서도 최고의 호흡을 보였다.
  
Q. 이준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A. <스물> 때 처음 만났어요. 준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봤던 사람 중에 제일 바쁜 사람이에요.(웃음) 해외 투어 끝내고 비행기 타고 <기방도령> 촬영장에 곧장 정도니까요. 가까이서 지켜보니 더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함께 연기하면서는 준비성이 철저한 배우라는 걸 느꼈어요. 동갑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멋진 배우더라고요.
  
Q. 동갑이기 때문에 더 잘 통하거나 의지가 되는 부분도 있었겠어요
A. 준호가 아이디를 많이 내는 편이었는데 ‘어때?’하고 물어보면 제가 ‘좋다~’면서 빵빵 터졌거든요. 준호도 처음에는 신나했는데 나중에는 ‘네가 그냥 웃음이 많은 거 아냐?’ 라고 말하더라요.(웃음) 이런 분위기였어요. 같이 잘 만들어갔고 서로 치얼 업 해주면서 시너지를 확장해나갔죠. 말씀하시는 것처럼 동갑내기에다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믿고, 알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Q. 정소민하면 타 배우와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는 이미지가 있어요비결이 뭘까요?
A.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잖아요.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캐릭터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죠. 저 역시 그때그때 붙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뭘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돼요. 

 

영화부터 예능라디오까지정소민은 바쁘다
  
지난 해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끝내고 SBS 파워FM 라디오 <정소민의 영스트리트에 DJ로 발탁됐다. 영화 <기방도령>으로 관객을 만난 후에는 SBS 새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로 돌아온다. 그야말로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Q. 원래도 다방면 도전에 욕심이 많았나요?
A. 그렇진 않아요. 제안이 오더라도 고민이 될 때가 많죠. 단순히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잘 해내야 하는 거잖아요. 다만 주변에서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좋은 제안이 왔을 때 하나씩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순간순간 끌리는 것들을 선택하다보니 지금처럼 많아지게 된 것 같은데 전부 계획한 것들은 아니었어요.

Q. 이런 다양한 도전들이 배우 정소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배울 점이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선택해왔을 뿐이에요. 물론 연기적으로는 늘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가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런 도전들이 도움이 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되더라고요. 
  
Q. 조카 바보로도 유명하신데예능 <리틀 포레스트>도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램이죠정소민 배우가 말했던 끌림 포인트가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A.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요. 또 배우로 지내다보니 연기를 하는 과정이 곧 사람을 공부하는 과정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알게 된 게, 한 사람에 어린 시절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며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였어요. 어릴 땐 스스로 무언가 선택할 수 없으니 주변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잖아요. 마침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있어서 흔쾌히 합류했죠. 
  
Q. 최근에는 유튜브도 개설 하셨잖아요
A. 맞아요. 강아지를 키우는데 지금 여덟 살이거든요. 원래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더 늦기 전에 무언가 결과물로 만들어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디오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해나간다는 게 참 소중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유튜브도 그 일환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벌써 30’ 정소민의 서른은 다르다 
  
2010년 SBS <나쁜남자>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9년이다. 귀여운 청춘로맨스부터 시트콤, 장르물, 가족극까지 전소민은 바쁘게,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그럼에도 아직 성장이 부족한 배우라고 겸손하게 낮춰 말한다. 정신없이 지나쳐온 20대를 뒤로 하고 30대에는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기다리겠단다.
  
Q. 영화드라마 오가면서 정신없이 작품 활동하셨죠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걸 느끼나요?
A. 성장은 어마어마하게 더딘 편이에요.(웃음) 요즘에는 작품을 하면서 비록 일로 보내는 시간들이더라도 이 시간 속에서 좋은 관계들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요. 나 개인의 성장을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자극을 받아서 확 변했다기보다는 활동하면서 서서히 바뀐 부분이에요. 
  
Q. 20대에 데뷔해서 지금 30대가 됐잖아요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확실히 많은 것 같아요. 20대 때는 정서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많이 오르락내리락했어요. 그러다가 20대 중후반부부터는 조금씩 내면에서 안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어떤 가치관으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보낼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시점인 것 같아요. 조금씩 길이 잡혀나가는 게 30대일 것 같아서 그 점이 크게 다른 것 같아요. 
  
Q. 연기가 곧 사람에 대한 공부라는 말이 인상적인데요정소민의 실제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말인가요?
A.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게 연기를 공부해나가면서도 너무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그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거니까요. 그런 과정들은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당연히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앞으로 이해도를 더 높여가며 저 역시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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