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경, 한 걸음 성장을 위하여
[인터뷰] 이성경, 한 걸음 성장을 위하여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6.12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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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이 험난할수록 성장의 과정은 더욱 단단하다. 영화 <걸캅스>를 통해 대중들 앞에 나선 이성경이 그러하다. 영화를 둘러싼 잡음이 있었고 첫 주연작으로서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전진했고 박수 받을 만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Editor 박주연 | Photo CJ엔터테인먼트 

이성경은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았다. <레스러>(2018)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으로 스크린에 나선 건 처음이다. 연기에 있어 묵직한 내공을 자랑하는 라미란과 ‘투톱’ 자리에 올랐다는 것 또한 이성경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부딪히고 고민했던 만큼 이룬 것들도 많은 현장. <걸캅스> 개봉 당일 이성경을 만나 당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깡마른 몸으로 액션? 저 건강해요!”…이성경의 도전

이성경은 극중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 역을 맡았다. 의욕과 정의감으로 활활 타오르는 지혜는 그곳에서 전설의 형사이자 올케인 미영(라미란)과 유쾌한 공조를 벌인다. 하지만 외형부터 완벽한 형사로 거듭나기란 쉽지 않았다. 모델 출신의 깡마른 몸매도 처음엔 핸디캡이었다고. 어려움 속에서도 이성경은 자신만의 지혜를 만들어 나갔다. 

Q. 깡마른 몸으로 선보인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A. 드라마 종영 뒤 바로 합류했을 때라 더 말랐었다. 운동 신경이 좀 없어 보이긴 하지만 건강 때문에 나름대로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까지 체중도 올렸다. 액션 스쿨에서 칭찬도 받다보니 열의가 생겨서 더욱 열심히 했다. 라미란 선배가 육탄전을 벌여주셔서, 나는 신체를 이용한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맡게 됐다. 

Q. 지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나갔나
A. 감독님이 ‘네 마음대로 해라’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되더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고 현장에서 한참 작아져 있을 때 라미란 선배가 많이 챙겨주셨다. 감독님에게 감사했던 건 ‘OK 사인’이 확실하다는 거다. 좋은 건 넘어가고 아닌 건 새로운 걸 찾을 때까지 가는 뚝심이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감독님만 믿었다.

Q. 대선배 라미란과 나란히 호흡을 맞췄다. 기대와 부담이 공존했겠다
A. <걸캅스>에 합류하기 전에 라미란 선배가 먼저 캐스팅이 돼 있었는데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후배이자 영화를 이끄는 파트너로서, 너무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막상 현장에서의 스타일을 모르니까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이 먼저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 

Q. 라미란, 최수영에 비해 캐릭터의 코믹 요소가 없다. 아쉽거나 욕심이 있진 않았나 
A. 미영과 장미(최수영)가 잘 해주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내가 욕심을 부린다고 웃기는 게 아니지 않나. 지혜의 서툴고 거침없는 모습들을 잘 만들어가면서 선배님들의 연기에 잘 리액션을 받아내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내추럴하고 진지해서 웃긴 부분도 있지 않았나. 욕심을 낸다기보다는 이번엔 이성경이 아닌 지혜로 보이고 싶었다. 임팩트가 크다고 느껴지지 않으시더라도, 내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버닝썬, 젠더 논란…이성경도 지켜보고 있었다 

<걸캅스>는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을 표방한다. 다만 주인공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이 점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자잘하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젠더 이슈와 성 대결을 부추긴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극중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가 무능력하게 그려진다는 것 또한 논쟁을 일삼는 이들에겐 좋은 먹이거리였다. 이성경 또한 갖가지 반응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했다.

Q. 공교롭게도 <걸캅스> 속 사건이 ‘버닝썬’사태와 유사하더라
A. 예상치 못한 방향이지만, 본의 아니게 겹쳐버렸다. 평소에 사회적인 문제들을 접하면서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만 할 뿐 심각성을 잘 못 느꼈다. 근데 극중 병원에 누워 있는 피해자 얼굴을 보는데 소름이 끼치더라. 실제 내 여동생 또래 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몰입이 됐다.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자에게는 평생 남는 아픈 기억이지 않나. 영화를 보시면서 한 번쯤은 경각심을 갖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진심을 다해 촬영 했다. 

Q.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도 있었다. 영화의 꼬리표가 될까 부담은 없었나
A. 또 이렇게 겹쳐질 줄은 몰랐는데, 반응은 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개봉까지 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워낙 관심이 큰 이슈다 보니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문제로 부각이 되는 건 알지만 영화가 좋은 영향만 가져갔으면 좋겠다. 

Q. 영화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더라
A. 인터뷰를 하면서 저 또한 느끼는 부분이다.(웃음) 하지만 <걸캅스>는 메시지 위주라기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다뤄진 소재 자체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부각이 되는 감이 있지만, 그냥 재미있게 즐기고 스트레스를 푸시길 바란다. 

6년차 배우 이성경의 남모를 고민들 

이성경은 이날 인터뷰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 때 감독님, 라미란 선배가 도움을 주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어떤 상념을 떨쳐내지 못한 채 <걸캅스> 촬영에 임했던 건 아닐까. 당시 이성경의 마음을 괴롭혔던 고민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배우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자연스러운 번민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떨쳐내고 있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Q.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지 않았나. 당시의 심경이 궁금하다
A. 작품을 하면서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감성으로 일해야 할 부분까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자신감도 사라지고 대사 한 마디 떼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더라. 그런 감정들이 들끓다보니 침체기가 온 듯 작아져버렸다. 그때 마침 <걸캅스>를 하면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생겼는데 단단해진 나를 감독님, 라미란 선배가 유연하게 풀어주셨다. 

Q. 그런 면에서 오히려 멋모르고 뛰어들던 신인 시절이 더 편했겠다
A. 맞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차라리 나을 정도였다. 그때가 가장 순수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데뷔를 했는데 그 때 날라리 여고생 역을 맡았었다. 그땐 애써 꾸미지 않고 편안하게 ‘하룻밤만 재워줘요. 아저씨 돈 많잖아’ 하는 대사를 내뱉은 거다.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싶다. 지금은 ‘이걸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까지 고민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데 말이다.  

Q. 그렇다면 우울했던 시기는 좀 벗어났나
A. 더 발전적으로 움직이고 생각하려고 한다. 잃었던 감성도 되찾아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다시 피아노를 치고 노래도 부른다.(웃음) 내게는 영향을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다. 원래도 감성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얼마 전에 오랜 만에 존 메이어(John Mayer) 공연 영상을 틀어놨는데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너무 좋았다. 이런 힐링이 얼마만인가 싶더라. 요즘엔 그런 감각들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Q. 힘든 시간들을 버텨내면서도 꿋꿋이, 꾸준히 활동하셨다 
A. 너무 부족한데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을 계속 맡고 있다. 이렇게 많은 축복을 받아도 되나 싶다. <걸캅스> 때도 내 얼굴이 영화관에 걸려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부모님도 여전히 떨리고 어색하신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새롭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무뎌져서 감사함을 잊을까봐 걱정이다. 그런 순간 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걸 보고 경험하면서 성숙해져가는 게 사람이니, 처음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초심을 기억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모델 출신 배우의 선입견이요? 
배우라는 이름을 단 순간 숙명이자 과제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모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변신에 두려워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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