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버닝썬 닮은꼴'…'걸캅스', 신이 내린 타이밍
[현장포커스] '버닝썬 닮은꼴'…'걸캅스', 신이 내린 타이밍
  • 박주연
  • 승인 2019.05.0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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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남혐 등 성 대결 양산 등 골머리
굵직한 스토리 줄기 '버닝썬', '정준영 몰카' 사건 연상케 해
정다원 감독 " 여성만을 위한 영화 NO, 젠더문제 야기하지 않아"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페미니즘 이슈 및 남성혐오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성(姓)대결을 양산했던 영화 <걸캅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라미란과 이성경, 두 배우의 유쾌한 공조 속에 뜨거운 감자였던 ‘젠더 이슈’는 깡그리 날아갔다. 오히려 최근 클럽 ‘버닝썬’ 사건을 연상케 하는 성범죄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시의 적절한 탄생을 알렸다.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걸캅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정다원 감독, 배우 라미란, 이성경, 최수영이 참석했다.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주)필름모멘텀)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 올케 미영(라미란 분)과 시누이 지혜(이성경 분)의 비공식 수사 이야기.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영화에서는 클럽을 찾은 젊은 20대 여성들을 상대로 신종 마약을 사용해 기절을 시킨 뒤, 성폭행을 가하고 이를 몰래 촬영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최근 ‘버닝썬’ 사건 및 ‘정준영 몰카’ 논란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굵직하게 극을 이끌어나간다. 피해자 여성들이 이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스스로를 비관하는 등 적나라한 모습이 최근 있었던 사건에 대한 공분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정다원 감독은 “처음에 <걸캅스> 제작사 대표님이 여성 콤비물을 기획하셨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혹은 거칠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디지털 성범죄 뉴스와 탐사 채널을 보게 됐다. 거기서 봤던 내용이 이러한 범죄자들은 잡아도 미약한 처벌과 잡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우리 사회에 그 범죄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이어 “최근 사태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일이라서 지금 이슈화되는 것이지, 그 전부터 만연해 있었다. 그들을 유쾌하게 통쾌하게 잡을 수 있다면, 관객들도 경각심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출하게 됐다”고 ‘버닝썬’ 사건을 간접 언급하며 영화의 기획의도를 공개했다.

같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가해자를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미영과 남 형사들이 ‘실적’을 운운하며 피해자들을 외면할 때 경찰의 존재 이유를 상기한 지혜의 자발적인 책임이 <걸캅스>의 묵직하고도 통쾌, 유쾌한 이야기를 만든 셈이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극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을 맡은 라미란은 “영화 48편, 나이 48살, 이번에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이다”라며 “뭐든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 영화를 잘 보셨는지 모르겠다”고 긴장된 모습으로 운을 뗐다. 

영화에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한 라미란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떨리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사실 강도 높은 액션까진 없다. 다들 이 정도는 한다”며 “지금도 첫 선을 보이는 자리라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도 달게 받아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다. 어떤 의식이나 이런 것을 떠나서 오락 영화이다. 진지하게 임했고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 지금 무척 떨린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여성들에게 특별히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성범죄 피해자 중에서 여자들이 많지만, 남성분들도 피해자가 많다. 가해자나 피해자가 너무나 쉽게 돼 버린다. 피해자가 좀 더 용기내고,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의식중에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한번쯤 ‘나도 그럴 수 있구나, 남의 일이 아니구나’ 생각해보고,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다고 느낀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를 연기한 이성경은 고난도 카체이싱을 소화해 시선을 받기도. 관련해 “나보다 라미란 선배님이 수고했다. 영화에서 탄력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고, 발차기 감을 잡는 연습을 했다”며 “운전할 때 카메라도 안전한 상황에서 했지만, 카메라를 3~4대 달고 해서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민원실 주무관 장미 역을 맡아 제대로 된 감초 연기를 선보인 최수영은 “대본으로 봤을 땐 (욕설이) 그렇게 세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첫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영화를 한다면 개성 있는 캐릭터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첫 대사의 인상이 강해서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대표님한테 하겠다고 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욕을 자유롭게 해야했다. 그때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정다원 감독은 “제목이 <걸캅스>라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남성 혐오적인 시선과 남녀 젠더 문제를 야기하는 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네티즌들이 댓글로 ‘시나리오 유출’, ‘감독 인터뷰 예상’이라고 써놨던데, 나도 다 봤다. 재밌게 읽었다. 그 분들 역시 영화를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비켜 가는지, 오그라드는 장면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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