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소 거칠지만 진심은 분명한, 유아인식 "소통"
[칼럼] 다소 거칠지만 진심은 분명한, 유아인식 "소통"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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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

유아인 :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긋)

사진=CGV아트하우스

이는 지난해 11월,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유아인으로 잠식한 발언의 시초가 된다. 시덥잖아 보이기도 하고 다소 거칠어보이기도 한 두 사람의 발언은 유아인이 여성을 공격하는 인물로 이미지가 덧씨워지는 분위기로 전환되며 일명 '애호박 사건'으로 번진다. 애호박 사건은 유명 연예인인 유아인과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1대 다수의 '맞짱'을 벌인 초유의 페미니스트 사건으로 불린다.

논란이 불거지고나서 유아인은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모르는 수 많은 네티즌과 SNS상에서 소위 '키보드 전쟁'을 벌인다. 노골적인 네티즌들의 공격에 더 노골적으로 비아냥대고 맞선 유아인을 두고 남녀는 편을 갈라 싸우기도 했다. 일부 여성들은 유아인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냈으며, 반대로 일부 남성들은 유아인을 장군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던 이도 적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가 유아인의 행동을 두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아인은 거침없이 맞불을 놓기도 했다.

예비 팬이 될 수도 있는 네티즌들과 전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선상에서, 그리고 일개 연예인이 언론사와 싸워서 득 될 것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유아인은 두 팔 걷어붙이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득보다 실이 더 커보이는 싸움 한 가운데 있는 유아인의 모든 발언이 엄청난 이슈였다.

그리고 얼마 뒤 장문의 글로 대응을 끊은 유아인은 한동안 조용하다 영화 <버닝> 홍보 차 다시 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지난 페미니스트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약 반 년 동안 묵묵부답으로 지내온 유아인은 BBC 기자의 질문에 평소 그의 성정에 맞는 진심 어린 대답을 보였다.

인터뷰의 핵심을 요약하면 당시 자신이 일방적으로 '여성비하'를 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떤 사건을 오해로 또는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진영 논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굳이 굴복하거나 사과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행동했다. 아울러 자신도 어머니를 둔 장남의 입장으로 어머니가 차별받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 '남성은 여성을 차별하는 존재' 또는 '여성은 피해자'의 구도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남녀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햔 여론을 통해 서로 조금씩 맞춰가고 평화롭고 덜 공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연예인은 공인이 아닌 유명인임을 강조한 뒤 사회에서 요구하는 책임을 굳이 지을 의무가 없으므로 오히려 스스로 책임을 갖고 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회에서 필요하고 옳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회적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을 개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애호박 사건 이후로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페미니즘 문제가 사회적 화두 중 하나다. 일부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은 상대의 성별을 가혹하게 폭력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한남충', '김치녀'라는 성별 혐오단어가 여전히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아인 개인적 상황도 좋지 않다. 당시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여성들 일부는 영화 <버닝> 포스터에서 유아인을 지우는 등 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커다란 스캔들 없이 연기파 배우로서 성장했던 유아인의 배우 인생에 가장 큰 위기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이번 유아인의 인터뷰는 유아인이 자신의 위기 또는 사회적으로 놓인 숙제를 본인이 원하는 덜 공격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설전을 벌였던 것처럼 강력하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풀어낸 지점이 분명해 보인다. 약간은 화해의 손짓이 있어보인다. 이것이 남녀혐오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랜기간 감정적으로 쌓인,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 문제가 오히려 '파이어'의 단초가 됐던 유아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꼬를 틀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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