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전"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가?
[리뷰] "독전"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가?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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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패함을 뒤쫓다 위협을 느낀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012년 초 잠시 프랑스로 몸을 피한다. 그 때 김어준 총수는 주 기자에게 묻는다. "넌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

당시 주진우 기자는 대답을 바로하지 못하다 "기자니까요"라는 말을 내뱉는다. 대답이 시원하지 못하다. 왜냐, 모든 기자가 주진우 기자처럼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각자마다 나름의 정의를 내세우며 살아가겠지만, 그처럼 모든 걸 내던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주진우 기자는 자신이 왜 이렇게 열심히 권력의 부패함을 쫓는지 딱히 되돌아보지는 않았던 듯 하다. 이는 김어준 총수가 두 사람이 명예훼손 관련 법정에 섰던 2017년 12월, 최종변론에서 한 발언을 통해 알게 된 사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던 도중에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무언가를 위해 노력을 하는지 명분을 놓칠 때가 있다. 아무리 그것이 대의를 위한 것임에도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명확히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한가. 그것이 행복을 보장해주는가?

영화 <독전>은 거대 마약상을 뒤쫓는 경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을 던진다. 얼굴도 성격도 인간관계도 어떻게 짜였는지 조금도 알지 못하는 한 마약범을 검거하기 위해 수년간 온 인생을 바친 광역수사대 마약반 경찰 원호(조진웅)의 이야기를 담는다.

경찰을 맡을 때마다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 조진웅과 매 작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류준열, 굵직한 작품에서 뛰어난 매력을 선보이는 박해준, 독특한 연기력과 매력의 차승원 등 다수의 배우가 출연한다. 아울러 <천하장사 마돈나>를 통해 독특한 감성을 넣은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며,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의 정서경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불린 <독전>이 관객들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줄거리_베일에 감춰진 마약범을 찾아라

원호는 또 자존심이 상한다. 자신에게 정보를 가져다 줄, 소위 '빨대'라 불리는 수정(금새록)이 죽임을 당했다. 벌써 수년째, 계속 헛발질이다. 마약조직의 보스인 '이 선생'은 자신이 누구를 통해 접근하는지 완전히 꿰고 있다. 원호는 이 선생의 이름도 성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데 이 선생은 원호의 작은 것까지 알고 있다. 범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너무도 잡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된다. 그러던 중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 곳에서 마약이 대량 발견된다.

그러던 중 조직의 후견인이었던 오연옥(김성령)이 원호를 찾아온다. 이 선생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주는 대신 자신을 경찰서 내부에서 살려달라는 거래를 제안한 것. 연옥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이 선생이 죽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선생은 악마야"라는 말과 함께 이 선생에 관한 깊숙한 정보를 전달한다. 연옥의 정보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지만 작은 끈이라도 붙잡고 싶은 원호는 연옥이 원하는 것을 해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옥은 운전기사가 가져다 준 약을 먹고 쇼크사를 일으킨다. 이제 원호에게 남은 것이라곤 폭파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영락(류준열) 뿐이다. 서영락은 중국 마약조직의 진하림(김주혁)과 유일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모친이 죽은 만큼 경찰에 협조를 하려고 한다.

원호는 영락과 손을 잡고 거대 마약조직 퇴치에 들어간다. 중간 보스 박선창(박해준)을 통해 더 높은 위치의 브라이언 리(차승원)까지 알게 된다. 꼬리를 하나하나 밟아나간다. 중간에 경찰 후배가 죽는 불상사까지 겪지만, 묵묵히 적의 숨통을 끊어가는 과정을 밟는다. 이내 적의 목줄까지 다다른다. 원호와 영락은 거대 마약조직을 완벽히 처단할 수 있을까.

주제의식_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가?

"넌 행복했던 적이 있냐?"

수년간 이 선생을 쫓던 원호가 마지막 이 선생 앞에서 오랜 침묵 끝에 툭 던진 대사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마약에 미치게 한, 그래서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그 사람 앞에서 나온 한 마디다. 원호는 수많은 고통을 만든 그는 과연 행복했는지를 물었다. 진정 행복함을 물었다기 보다는 무엇을 위해 그런 나쁜 짓을 했어야만 했는가를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원호가 이 선생에게 묻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살아온 자신은 과연 행복했는가. 그 끝과 마주한 순간, 상실감과 허무함이 원호를 지배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선생과 자신에게 던진 이 질문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살아가는가. 왜 사는가부터 시작해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가,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행복한가 등등 삶의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마치 영화는 우리의 삶처럼 쉴 틈 없이 빠르게 몰아치다, 마지막 장면에 크게 숨고르기를 한다. 숨고르기를 할 때는 깊은 허무함을 남긴다. 그 허무함은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다가온다. 관객들이 그 대답을 위해 고민해보길 바라는 지점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자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연출_어둡고 처절하고 강하나 괴롭지 않다

이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 <경성학교>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작품이다. 일반과 이반 경계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이 이해영 감독 작품을 관통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독전>에서 이해영 감독의 기존 레퍼런스는 거세됐다. 영화만 놓고 봐서는 이해영 감독의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어둡고 처절하며, 설정도 과하다. 거침없이 내달린다. 여백이 없다. 빠듯하고 빠르다. 영화 초반부터 센 놈이 등장하고, 이어 더 센 놈이 나오고, 또 더 센 놈이 드러난다. 마치 스테이지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악당의 왕들을 처치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악당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르다. 비주얼도 워낙 강해, 숨 쉬기 힘들다.

이를 충분히 인지한 이 감독은 컷을 크게 가져가면서 숨통을 조금씩 열었고, 중간의 다소 느린 호흡의 시퀀스나, 예상하지 못한 웃음을 제공하면서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영리한 구성이다. 강한 인상과 자극적인 장면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크게 힘들거나 괴롭지는 않다.

음악의 활용도도 좋다.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음악도 바뀌는데, 캐릭터의 설정에 맞게 스피드한 음악과 느린 음악, 아날로그의 음악을 적절히 사용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이미지가 더욱 뚜렷해지도록 만들었다. 이전 영화를 만들 때와는 다른 새로운 뇌 근육을 사용하고 싶었다는 이 감독의 욕망이 <독전> 내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

연기_무게감을 견딘 류준열, 극을 이끈 조진웅

이 영화의 여러 장점 중 하나는 빠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다는 것이다. 큰 역할부터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역할의 배우들까지 모두 제 몫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먼저 류준열에게 있어 <독전>은 최고의 필모그래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연기자로서 발을 떼게 해준 작품이라면, <독전>은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구축하게 해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진웅, 박해준, 차승원, 김주혁, 진서연 등 연륜이 가득한 배우들 사이에서 오는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자신만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절제된 말투와 표정으로 신비스러움을 가진 서영락을 표현해낸다. 과잉 감정 따위는 없다. 류준열이 아닌 어쭙잖은 연기력의 배우가 서영락을 연기했다면 <독전>은 그저 그런 영화로 주저앉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류준열의 연기는 일품이다. 류준열은 ‘그릇이 큰 배우’로 정의할 수 있다.

조진웅은 안정감 있게 극을 이끌어간다. 타이틀롤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아 수 없이 많은 신에 등장함에도, 조금도 어색하거나 흐트러짐이 없는 연기를 펼친다. 무언가에 쫓기듯 이 선생을 쫓는 조진웅의 눈빛은 원호 그 자체였다. 초반부부터 수정의 죽음부터 나오는 조진웅의 눈빛만 봐도 그가 얼마나 원호에 몰입됐는지 알 수 있다. 차가운 겉모습에서 나오는 인간적인 잔정, 목표를 위해 표범처럼 날 뛰는 남성미까지 조진웅의 매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박해준은 마약조직의 중간 보스 박선창으로 나와 마약에 찌든 미친 인간을 완전히 표현한다. 차승원은 본연의 독특한 말투와 화법을 이용한 매력으로 브라이언 리의 이색적인 매력을 표현한다. 짧지만 굵게,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활용된다. 김성령은 불과 몇 컷 안 되는 장면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김주혁은 불 같은 성정의 진하림을 훌륭히 표현한다. 완전한 유작이 되버린 <독전>에서 김주혁은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픔으로 다가오는 연기다.

의외의 인물은 진서연이다. 진하림의 사모로 나오는데,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강렬함이 있다. 진하림의 신뢰를 듬뿍 받는 인물이면서 마약에 찌든 마약중독자면서, 어딘가 모르게 전문가적인 면모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각종 작품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농아 연기를 한 김동영과 이주영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도발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서연우, 정준원, 강승현, 정가람 등 경찰 팀 역시도 빠지는 대목이 없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통역사 역을 맡은 박성연은 이 영화에서 유일한 숨통이다.

등장하는 배우 모두 최선의 최선으로 영화의 품질을 드높인다. 이해영 감독의 능력일지 혹은 복일지 모르겠으나, 과정은 모르겠으나 결과는 최고다.

<독전>은 올해 나온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완성도와 대중성을 갖춘다. 그러면서도 되짚어볼만한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도 갖고 있다. 만듦새에 빈틈도 없다. 비판할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허무함이 몰아닥치는 엔딩은 역대 급이다. 다만 관람등급 15세이나 잔인하다. 어둡고 강한 이미지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무조건 봐야할 작품이다. 개봉은 5월 22일, 상영시간은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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