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올라 탄 "어벤져스" , 정말 ‘스크린 독점’일까?
호랑이 등에 올라 탄 "어벤져스" , 정말 ‘스크린 독점’일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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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크린 독점'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입방아에 오른 영화는 수십 명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다. 파죽지세로 천 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영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치 시샘하듯 '스크린 독점'이라며 과격하게 비판하고 있다. 누군가는 정상과 비정상을 논하고, 혹자는 작년 개봉한 <군함도>를 끌고 와 <어벤져스>를 혼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벤져스>는 과연 문제작인가.

<어벤져스>가 스크린독점 논란에 오른 배경은 약 2000개가 넘는 스크린 수를 보장받고 있어서다. 국내 거의 모든 영화관들은 누구나가 영화를 볼 수 있는 황금시간대에 <어벤져스>를 걸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국내 영화 <챔피언>이 약 800개의 스크린 수를 얻은데 반해, 지난달 25일 개봉한 <어벤져스>는 <챔피언>에 약 3배에 달하는 스크린 수를 받고 있고, 상영 횟수도 이에 비례하고 있다. 그나마 <챔피언>은 나은 실정이다. 다른 영화들은 새벽 2시에나 관람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가 극심하다.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국내 영화계를 완전히 집어먹은 그림이다. 그렇다하여 이 히어로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벤져스>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어벤져스>가 이토록 많은 스크린 수를 보장받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있어서다. 곧 다른 영화보다 돈이 된다는 얘기다. <어벤져스>는 개봉 3주차임에도 40만 이상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고 있다. 아울러 좌석점유율도 30~40%까지 차지하고 있다. 3주차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CJ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관에 영화를 거는 것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자는 각 영화관 점장과 개인 사업주다. 배급사에서 시기에 맞는 영화를 배정하라는 가이드를 내려보내지만 주위 영화관의 실정이나 입소문, 반향을 고려해 결국 점장과 개인 사업주가 최종 결정한다. 실적 면에서 이들이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영화관 사업을 하는 사업주나 혹은 기업 내에서 실적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관리자들이 소위 '돈 되는' <어벤져스>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들이 스크린독점이 부담된다 하여 일일이 영화관에 <어벤져스>를 내려달라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파른 곡선으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어벤져스>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버린 모양새다.

이 영화를 배급하며 가장 큰 수익을 얻는 월트디즈니코리아컴퍼니는 영화관 앞에서 그저 '을'에 해당한다. 영화관이 영화를 걸지 않으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번에는 영화가 좋았을 뿐이다. 이는 국내 최고의 멀티플렉스라는 CGV와 같은 그룹인 CJ엔터테인먼트나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4대 배급사로 불리고 있는 쇼박스나 NEW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좋으면 잘 걸리고, 안 좋으면 안 걸린다. 배급사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 영화가 영화관에 걸리는 과정은 각 사업주 또는 책임자의 '돈이 되느냐 마느냐'라는 냉철한 계산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의미가 있고 좋은 평판을 받는 영화라 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영화관에 걸리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스타가 출연해도 영화의 평가가 좋지 못하면 스크린을 많이 받지 못한다. 반대로 사람들의 수요가 높으면 스타가 없어도 많은 스크린 수를 배정한다. <귀향>이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초반부에 약 200여개의 스크린 수를 받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2~3배에 가까운 스크린 수를 받은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독점 논란은 이전에도 꾸준히 있었다. <광해:왕이 된 남자>(CJ)를 시작으로 <명량>(CJ), <부산행>(NEW), <군함도>(CJ) 등 수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 독점으로 치부됐다. 약 3개월 동안 천개 이상의 스크린수를 받은 <광해:왕이 된 남자>를 제외하고는 스크린독점이라 여겨질 영화는 없다. <광해:왕이 된 남자>가 워낙 심한 홍역을 치루면서 배급사들이 알아서 몸조심을 하고 있고, 많은 스크린수를 받기 위해 딱히 손 쓸 방법도 없다.

그러다보니 화려한 카체이싱과 눈을 사로잡는 액션과 하이라이트의 적당한 반전, 유명 스타들만이 즐비 하는 영화들이 투자를 받고 국내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제작자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예술적인 색이 강한 영화를 만들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수요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또 많은 실패를 경험해왔다. 그러면 제작비를 잃는다. 영화관 역시 이런 예술영화에 스크린을 주면 손님이 떨어진다.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 영화 발전을 위해 돈 되지 않는 영화를 제작하라고, 또 예술적인 영화를 극장에 걸라고 강요할 수 없다.

스크린 독점은 최소 수백 명에서 수 천,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다양성 영화의 발전을 위해 멀티플렉스 책임자들을 굶길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다양성 영화 발전을 위해 막대한 세금이 영화관에 들어간다고 하면 찬성을 할 국민들은 얼마나 있을까. 스크린독점 문제는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면서 내일 또 벌어질 일이다. 이 모든 책임을 잘나가는 영화에 뒤집어씌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현 정부를 향해 해결책을 내놓으라며 쏘아붙일 수도 없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만큼 많은 대화와 토론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한국 영화계에 필요한 것은 마음을 연 대화이지 <어벤져스>를 향한 손가락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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