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는 몰랐던 김무열의 또 다른 얼굴
[인터뷰] 우리는 몰랐던 김무열의 또 다른 얼굴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4.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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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백>을 본 관객들이라면 배우 김무열을 달리 평가할 것 같다. 야누스적인 이미지로, 악역에 주로 어울려왔던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망가지고, 제대로 내려놨다. 얻어맞은 상처로 엉망이 된 얼굴, 러닝타임 내내 억울함에 푹 절은 표정까지 시종일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안면근육이 신선함을 더한다. 

그래서일까, 김무열에게도 <머니백>은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인 듯 보였다. 극중 김무열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돈 가방에 휘말린 만년 취업준비생 민재 역을 맡았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유독 다른 색깔로 눈에 띄는 <머니백>이 김무열 본인에게는 어떻게 기억될까. 최근 <스타포커스>와 만난 김무열은 <머니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Editor 박주연   Photo 리틀빅픽쳐스 

Q. <머니백>에서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관객들이 김무열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반면 영화 보는 내내 많이 고생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A. 아무래도 7명(박희순, 이경영, 임원희, 전광렬, 김민교, 오정세)이 n/1로 분량을 나눠가져서 힘듦은 좀 덜했다. 눈에 피스(특수분장)를 붙이고 있던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난이도 있는 액션신은 아니었다. 게다가 특수효과 팀이나 스태프 중 드라마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있어서 편했다. 배우들 또한 다들 연기를 잘 하지 않나. 현장에서 서로 긴 말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Q. 돈 가방이라는 설정이 국내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아도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흔한 소재지 않나관객들에게도 꽤 익숙한 내용이다그런데도 <머니백>의 어떤 점이 김무열을 사로잡았나

A. 국내 식으로 소비 된다는 느낌 보다는 극중 인물들의 목적이 분명해서 이야기가 뚜렷하게, 그러면서도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게 재밌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취향이었다.(웃음) 영화가 가진 주제 의식이 마음에 들었다. 풍자나 해학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코미디임에도 내가 웃기려고 노력하진 않았던 것 같다. 공감대도 있었고.

사진: 리틀빅픽쳐스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감이 가던가

A.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공감이 되더라. 아픈 부모를 두고 어떤 자식이 뛰어들지 않을 수 있겠나. 나 또한 민재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다. 그 사람이 했던 선택들이나 감정이 공감이 되더라. 게다가 배우도 비정규직이지 않나.(웃음) 그런 면에서는 취업준비생 민재와 비슷했고. 아직 주변에 무명인 친구들이 많고 연극하던 친구도 많고, 배우가 아니더라도 아직 자기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친구도 있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됐다. 

Q. 민재 역 얘기가 나왔으니 캐릭터 얘기를 좀 해보고 싶다민재가 극의 중심이고 웃음을 유발하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웃긴다는 느낌보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웃음이 많은 듯했다민재 자체만 보면 참 우울하고 안 풀리는 캐릭터 아닌가

A. 어쩔 수 없이 코미디 톤을 가져가는데, 그 안에서 비극적인 인물을 연기해야한다는 게 좀 힘들었다. 나 혼자 너무 진지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스태프들은 다 웃고 있는데 난 울어야 하고. 극중에 이 돈이 왜 내 돈인지 진술해야할 때 거짓말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절박한 심경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특히 좀 어려웠다.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데 관객들을 공감시켜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그간은 대본의 흐름대로 연기를 했다면 그 장면에서는 애드리브를 폭발시켰다. 그 정도의 어려움이 있었다. 

Q. 김무열에게 <머니백>은 어떤 의미의 영화인가.

A. 캐스팅 당시에 시간이 꽤 있었기 때문에 선택을 한 거지만.(웃음) 사실 회사에조차 갸우뚱했는데 내 의지로 출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해오지 않았던 장르, 캐릭터인데 걱정보다는 재미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서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그때 당시만 해도 캐스팅은 돼 있었는데 제작에 대한 확정이 내려진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박희순과 함께 내가 캐스팅 막차를 타게 된 거다. 

Q. 방금 언급하신 박희순도 그렇고 다들 연기력으로는 이견이 없는 배우들의 모임 아닌가현장에서의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A. 다들 모난 분들이 아니라, 무엇보다 감독님이랑 얘기 하면서 만들어나간 부분이 많다. 상황으로 돌입했을 때 호흡들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은 물론 선배님들과도 작품을 위해 각자의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나와 박희순이 궁리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친하니까 만나서 ‘대놓고 싼티나게는 가지 말자’고 했다. 민재와 최 형사(극중 박희순)가 중심을 잡고 정극 스타일의 연기를 해야 다른 배우들이 장난을 쳐도 중심이 잡히겠다 싶었다.

또 다른 배우를 언급하자면 이경영 선배가 누구보다도 이 영화를 사랑하셨다. 그동안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하시다가, 오랜만에 장난 칠 수 있고 비현실적이면서도 귀엽기까지 한 역할을 맡지 않으셨나.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감독님이 그걸 거둬내는데 힘을 쓰셨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아, 그냥 좀 들어와요’ 하시더라.(웃음) 극중에 많이들 웃으시던 장면은 대부분 이경영 선배의 아이디어였다. 

Q. 마지막으로 <머니백>을 어떻게 소비하면 좋을까말씀하셨던 것처럼 <머니백>에는 해학과 풍자가 있지 않나경제적 여유가 없어 삶이 고단해지는 2030 또래들에게 특히 더 와 닿을 것 같다.

A.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보자면 ‘그때 내가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한 20대를 넘겨 지금의 30대가 됐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 정도는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30대 후반도 여전히 그렇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할지 두렵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 그걸 밖으로 표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럴 때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게 민재 캐릭터인 것 같다. <머니백>의 장르는 코미디니까, 같이 웃으면서 보면 그 시간만큼은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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