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래시계" 속 핫 가이 강홍석, 대중을 향한 열렬한 구애
뮤지컬 "모래시계" 속 핫 가이 강홍석, 대중을 향한 열렬한 구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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쫙 벌어진 어깨, 험상궂은 인상, 다소 긴 턱의 강인한 외모를 가진 배우 강홍석은 무대 위를 탱탱볼처럼 통통 뛰어 다닌다. 한때 몸무게가 140kg까지 나갔다는 그의 육중한 체구는 깃털보다도 가볍게 이곳저곳을 날아다닌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여장을 한 롤라였을 때도,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일 때도, <모래시계>의 비열한 2인자 이종도를 연기할 때도, 그는 마치 대본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 무대 위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녔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뮤지컬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강홍석, 그를 <모래시계> 공연이 한창인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선한 눈웃음과 함께  “작품을 통해 얻는 이 즐거움이 쉽게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강홍석의 빠른 성장이 반갑다.

Photo 계명아트센터,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모래시계> 이종도, ‘진화하는 악역’위해 치열하게 덤비다

1995년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당시 극중 우석(박상원)처럼 범죄자들과 싸운 일부 검사들이 유명해질 정도였다. 우석이 정의를 대변했다면, 반대로 범죄자의 대명사는 종도(정성모)였다. “현실 깡패를 TV 앞으로 데리고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 종도 역을 맡은 배우 정성모의 눈빛은 독이 서려 있었고 비열했다.

2018년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 <모래시계>에서의 종도(강홍석)는 22년 전 종도와는 사뭇 다르다. 야비함이 묻어있던 웃음이 호탕해졌고 독이 서린 눈매는 묘한 끼를 담고 있다. 의리도 중요시한다. 덩치도 커졌다. 새로운 종도가 이번 공연에서 탄생했다. 이는 강홍석의 계산 아래 있었다.

“비열한 종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비열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연기는 옛날 방식이라 생각했다. 매 신마다 느껴지는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입체감 “비열한 종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비열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연기는 옛날 방식이라 생각했다. 매 신마다 느껴지는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입체감있는 악역을 만들고 싶다. 점점 악의 길로 빠져가는 모습, 진화하는 악이 되길 바랐다. 비록 2인자지만 얘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강홍석이 원했던 입체적인 악역은 성공에 가깝다. 폼과 의리를 중시하던 학생에서 조금씩 악해지다 야망 앞에서 결국 오랜 친구 태수(신성록/한지상/김우형)의 등에 칼을 꽂는 인물이다. 2시간 30분 안에 24시간을 압축해야 하는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종도에게 할당된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에서는 종도가 악행을 하게 된 이유가 분명했던 반면 뮤지컬에서의 종도에겐 악을 저지른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종도의 악행에 개연성을 불어넣기 위해 그는 쉬지 않고 상상하면서 머리를 싸매야 했다.

“악역인 종도에게 개연성을 불어넣는 지점이 가장 어려웠다. 같은 배역을 맡은 성원이형과‘얘는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었을까’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오랜 친구인 태수와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연기하는 장면은 수 없이 대사를 바꿨다. 태수가 사랑을 좇을 때 ‘넌 니 갈길 가라, 난 내 갈길 갈게’라는 대사를 할 때도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태수가 먼저 통보한 것처럼 상상하면서 종도가 변화하게 된 감성을 어떻게든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던 종도가 서서히 목소리에 힘을 주고 욕을 하기 시작하면서 극의 갈등은 고조된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는 역할임에 틀림없다.

“정말 임팩트 있는 역할이다. 곡 수는 많지 않은데 도식(이정열/성기윤)과 함께 힘이 있다. 제작진이 톡톡 튀게 만들어줬다. 나 역시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 더 뛰어다녔다. 나 같은 거구가 걸어 다니면 보는 사람도 무겁다. 늘 활기차게 뛰어다니다 중요한 순간엔 힘을 빡 주고 싶었다. 그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 같다.”

공부 싫어 연기 시작,

지금은 연기 디테일 위해 쉼 없이 배우고 익혀! 

초등학교 5학년 때 몸무게가 90kg이었다. 햄버거와 치킨을 동시에 파는 어머니 옆에서 치킨을 직접 튀겨 먹었다. 아직도 일주일 2회는 치킨을 먹는단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기 보다는 먹고 놀고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흥을 공유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공부가 하기 싫어 연기를 시작했다는 게 강홍석의 이야기다.

그런 그가 요즘 역사 공부에 빠져 있다. 작품을 만나면 늘 그 시대를 알기 위해 여러 서적을 독파하고 매일 아침마다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지식을 경청한다.“배우는 시대상을 간파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기 위함이다.

“고등학생 때 국사 시간에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웠지만 기억을 못했다. 이번 뮤지컬 <모래시계>를 준비하면서 정말 슬프고 부끄러웠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책과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의 모든 것들을 섭렵하려고 한다. <나폴레옹> 때는 영국에서 만든 드라마도 찾아 봤다. 영어로 돼 있어서 처남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무대 서는 사람이 가장 솔직해야 하고 많이 알아야 한다. 내가 충분히 알아야 대본에 대해 얘기를 할 때도 자신감이 붙는다. 머리로 최대한 이해하고 피부로 느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그 몸에 밴 무언가가 디테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대중과 친해질 수 있다면 드라마, 예능 뭐든 OK!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를 통해 우연찮게 데뷔한 그는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스타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그 여정 가운데 강홍석을 이끌었던 키워드는‘재미’다.“내가 재밌어야 너도 재밌잖아”라는 마인드로 작품을 선택해왔다.

강홍석에게 재미를 이끄는 요소는 소재의 참신함이다.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

<나폴레옹>에서 나폴레옹을 견제하는 조세핀, <킹키부츠>의 롤라에 이어 <모래시계> 이종도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강한 개성과 아우라를 뿜어낸다.

“나는 재밌어야 작품을 하게 된다. 사실 진부한 사랑이야기는 끌리지 않는다. 요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이 인기인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뮤지컬 소재다. 난 언제나 참신한 것, 누군가 하지 않았던 것을 원한다. 그래서 음악도 클래식한 음악보다는 팝이 더 좋다. 이번 <모래시계>도 창작물이라는 측면에서 나를 더 자극했다.” 실제 <드라큘라>를 제외하면 강홍석이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대부분은 초연이다. 언제나 참신한 것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 선택의 기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창작과 초연을 잘해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초연의 경험이 많다는 것, 내가 그 캐릭터의 기준이 되는 기회를 많이 얻은 것은 축복이다. 초연하는 작품을 계속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스타성과 실력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올해 그의 목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욕심보다 연극과 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본인도 적지 않게 고생을 했고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학로의 후배들이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그는 자신을 통해 조금이라도 무대공연이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건 정말 큰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이 쉽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기가 필요하다. 드라마·예능 가리지 않고 시켜만 주면 할 생각이다. 대중에 친근해질 수만 있다면, 관객들이 극장에 올 수 있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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