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영화 "재심"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영화 "재심"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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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CGV아트하우스>

억울하고 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랬다. 믿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제였기에 더욱 그랬다.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유일한 목격자였던 소년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게 된다. 검찰과 경찰의 불합리한 판단으로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한 소년의 청춘. 그 소년의 억울함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작품이 바로 '재심'이다. 10년 사건의 발생시점과 주인공 현우가 10년을 복역하고 나온 후 재심이 진행되기까지의 사건을 교차시켜가며 영화는 진행된다. 현재 사건의 해결점을 과거의 사건에서 그 해답을 찾기 때문에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팩트가 관객에게 더욱 잘 전달됐다. 또한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2000년에 발생한 사건이 17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깔끔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는 아니었을까.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CGV아트하우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을 다루다 보니 연출을 맡은 김태윤 감독 또한 이 사건을 영화화하기까지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재심' 제작에 앞서 김 감독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실제 인물들과의 유대관계를 중시할 것’, ‘최대한 디테일하게 사건의 경위를 파악할 것’, ‘영화의 결과물이 실제 인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 모든 스태프들은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그 결과 김 감독은 명쾌하고 묵묵하게 ‘팩트’와 ‘픽션’을 적절히 섞어가며 그들의 진심을 전할 수 있었다.

영화 '재심'은 흔히 말하는 ‘범죄물’로 보긴 어렵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는 영화에서 중요치 않다. 실제 인물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그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외침이다. 이 외침은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연기로 빛을 발했다. 영화 '쎄씨봉' 이후 다시 만난 배우 정우와 강하늘의 시너지는 대단했다.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정우와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 현우로 분한 강하늘은 픽션이 아닌 팩트를 연기해야 했기에 어느 작품보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며 표현된 그들의 절제된 연기는 영화의 묵직한 힘을 더했다. 특히 강하늘과 정우의 연기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했다. 끊임없이 옥죄여오는 공권력에 대한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은 모든 이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오락적 부분을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들의 진실 앞에서 오락은 중요치 않다. 관객들이 사회의 올바르지 못한 정의와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욱 초점을 맞춰 봐줬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정우가 이런 대사를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1항". 사회정의를 실현시켜야 할 경찰과 검찰이 올바른 사명을 가지고 나아가길 바란다. 경찰의 강압수사와 검찰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꽃다운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한 소년의 억울한 진심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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