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 없이도 완성되는 여전사의 아우라,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쌍권총 없이도 완성되는 여전사의 아우라,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2.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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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a Jovovich stars in Screen Gems' RESIDENT EVIL: THE FINAL CHAPTER. <사진제공=UPI>

밀라 요보비치가 15년 동안 이어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월 25일에 개봉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밀라 요보비치가 있었다.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촬영했을 정도로 그녀의 열정과 노력은 대단했다. 할리우드에서 십년 넘게 특정 캐릭터를 맡아 여배우 원 톱 액션영화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런 맥락에서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밀라 요보비치가 보여줄 여전사 앨리스의 마지막 액션'에 관심이 집중됐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주인공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의 시점에서 이 전설적인 시리즈의 핵심 내용들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편의 내용을 전혀 몰라도 이 영화 자체가 독립적인 한 편의 영화라서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다. T-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집단 '언데드'와 맞서는 앨리스.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한 '엄브렐라'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 이 백신으로 사람들이 좀비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앨리스는 엄브렐라의 센터인 '라쿤 시티'로 되돌아간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밀라 요보비치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거침없는 액션 때문이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이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액션의 강도를 점점 높여간다. 바이크를 타고 잿더미가 된 워싱턴 D.C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앨리스는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나의 이름은 앨리스"라는 대사와 함께 클로즈업 되는 밀라 요보비치의 얼굴은 팬들의 기대감을 급상승시킨다. 영화는 초반부터 한껏 속도를 올리며 관객을 리드한다. 자칭 무술 마니아인 밀라 요보비치는 빈틈없는 액션으로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압권은 한쪽 발이 트랩에 걸려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앨리스가 엄브렐라 요원들을 제압하는 장면. 앨리스는 "고작 이게 전부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무장한 요원 네 명을 맨몸으로 순식간에 제압한다. 이 정도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상징처럼 인식된 쌍권총 없이도 밀라 요보비치의 존재 자체가 액션의 완성이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의 스케일은 전작들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하다. 시각효과의 비중을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화려하다. 그만큼 액션의 밀도가 상당해서 보는 동안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액션의 완급조절을 리드미컬하게 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때로는 좀비들이 사람들의 목덜미를 잔인하게 물어뜯는 부분을 부각시킨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고리에 매달린 사람들의 시체를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다가 갑자기 크리쳐의 날카로운 이빨로 전환되면서 스크린을 할퀴는 것 같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앨리스의 액션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해 색다른 동작을 더했다는 프로듀서의 말처럼 디테일하게 공들인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수록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이 특별하게 와 닿는 것은 앨리스의 마인드에도 있다. 앨리스는 좀비들에게 노출된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그녀에게 최우선은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인류의 존속이다. 히어로물을 제외한다면 앨리스처럼 전적으로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여성 캐릭터는 액션영화에서 드물다. 폴 앤더슨 감독은 빠른 카메라 워킹과 줌 인한 밀라 요보비치의 눈빛을 차례로 배열했다. 그 시각적인 효과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을 가득 채운 액션씬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좀비 또는 엄브렐라 요원들과 끝없이 싸우는 밀라 요보비치의 흔들림 없는 눈빛은 단순한 존재증명이 아니다. 반드시 인류를 지키겠다는 여전사의 신념이 투영되어 장르의 특성을 초월해 보편적인 공감대까지 형성한다. 이정도면 시각적인 요소들만 민첩하게 업그레이드한 영화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소모품으로 선행되는 액션이 아니라, 앨리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로써.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일관성 있게 캐릭터와 액션의 이상적인 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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