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로맨스의 민낯,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새로운 로맨스의 민낯,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1.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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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주)영화제작전원사, (주)콘텐츠판다>

홍상수 감독의 최신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독특한 로맨스다. 그동안 홍상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과 새로운 것이 교차한다. 여전히 싫증날 만큼 지루한 남자들이 한 여자의 주변부에 머물거나 잦은 술자리며 이상적인 척하는 대화는 여전하다. 남자주인공인 영수(김주혁 분)는 인생의 최고 가치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런 대사야 홍상수 영화를 몇 편 본 관객이라면 잘 알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의 변화가 눈에 띈다. 민정(이유영 분)은 기존의 홍상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성이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영수와 민정이 심하게 다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으로 영화의 시점은 분산된다. 영수의 시간과 민정의 시간이 각각 분리되어 흘러가지만 홍상수 감독은 민정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한다. 그런 그녀에게 재영(권해효 분)과 상원(유준상 분)이 접근한다. 민정은 이 남자들에게 “절 아세요”라는 말로 일관한다. 자신이 쌍둥이여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는 사람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인다. 처음에는 관객들도 충분히 그러려니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

극중에는 민정의 말을 뒷받침 해줄 만한 정황이 없다. 홍상수 감독은 이 부분을 모호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 관계든 신뢰를 형성하려면 믿을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홍상수 감독이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 어떤 잣대나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사랑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 연인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영수가 민정을 향해 “고마워요. 당신이 당신인 게”라고 말하는 신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홍상수 감독은 한국영화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일관되게 지질한 남자들을 계속 보여주었다. 술자리에서 여자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시비를 거는 남자. 한 번만 만나달라며 여자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너로 인해 다시 살게 되었다며 앞으로 변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뒤 또 다시 술에 절어 사는 남자. 그들을 애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홍상수 감독은 로맨스라는 형태로 이런 균열을 포근하게 감싸 안지만 현실은 다르다. 연인들은 다투고 갈등하다가 정리할 결심을 한다. 그러다가 밤새 현관문 앞에 곯아 떨어져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 안에서 자신의 숨겨진 면을 발견하며 동질감을 발견한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홍상수 감독은 익숙하지만 낯선 로맨스를 보여주며 변화를 시도한다. 민정은 그 차이를 가르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재영과 상원이 접근했을 때 민정이 상원을 선택한 것은 그가 더 건강해보였기 때문이다. 애처럼 굴거나 늑대 같은 남자가 아닌, 진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을 지닌 남자를 꿈꾼다는 것. 그 자연스러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민정은 거짓말을 하며 남자들과의 관계를 백지화한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혹은 예전의 연인과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려는 것은 비단 민정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랑을 바라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고경태 kkt13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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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2016-11-30 11:00:19
감독님이 사랑을 깨달았을까?

2016-11-29 00:33:04
홍상수 감독님...

고경태 기자 2016-11-25 15:03:08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꼭 챙겨보세요!

이가영 2016-11-25 14:28:05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