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 보기를 금같이 하라, 영화 "고산자"
목판 보기를 금같이 하라, 영화 "고산자"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0.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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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계의 거장 강우석 감독이 야심 차게 준비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꾼 김정호(차승원 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증된 기록이 극히 적은 위인 김정호를 어디까지 그려 넣었을지 기대하는 관객이 많다. 과연 그 기대에 미치는 영화일까. 같은 시기에 개봉한 경쟁작 영화 '밀정'과의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 일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이 원해서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슴 뛰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도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김정호 또한 그렇다. 무엇을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정말 가슴이 원해서 하는 일이다. 대동여지도의 목판과 딸(남지현 분)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그는 아버지답지 않게 머뭇거린다. 비정한 아버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론 위대한 인물이다. 스스로 호를 고산자라고 칭할 정도로 지리를 좋아하고 고행을 서슴지 않던 그의 인생은 우리에겐 너무나 가치 있는 삶이었다.

강우석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영상미가 아닌가 싶다. 팔도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 CG인가 착각할 정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다시 한 번 백두산자락도 우리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5개월을 기다려 촬영한 합천 황매산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경관이다. 강우석 감독이 과연 영화 속 영상미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풍광이 영화의 전반부에만 몰아서 등장한다는 사실. 이 감탄스러운 장면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탐나지만, 과연 그들이 이 영화를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을까. 그들이 공감하기엔 너무 한국적인 작품이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개그 본능. 해학적이라고 표현하기에 깊이 있는 개그는 아니다. 차승원의 '삼시세끼' 개그에 살짝 웃음이 번졌으나 빵 터지기엔 무리수. 바우(김인권 분)가 빵빵 터뜨려 줄 거라 예상했으나 웬걸. 평소엔 유머러스하기로 유명한 김인권도 이번엔 못 살렸다. 내비게이션 개그는 넣어둬. 넣어둬~ 언론시사회에서 최대한 애드리브를 연기할 때 자제했다는 배우들. 강우석 감독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차라리 자연스럽게 그들의 애드리브를 집어넣었으면 이렇게 어색한 느낌은 들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진지한 분위기를 원하지 않은 감독의 의도가 아쉽다.

"지도가 사람을 죽였다." 고산자 김정호가 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든 단 한마디. 잘못된 지도로 인해 죽은 아버지 때문에 완벽한 지도를 만들고자 한 그의 욕심이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게 했다.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가 원작이기에 스토리의 완성도는 높다. 김정호가 지도를 사랑하게 된 이유. 팔도를 돌아다니며 완벽한 지도를 만들려는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영화적 재미는 없다. 마치 설민석이 강의하는 한국사의 참고 영상 같은 분위기랄까. 최대한 김정호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엿보이지만 그의 삶을 그려내는 방식은 고루하다. 영화 한 편에 16부작의 사극 드라마를 다 집어넣은 것 같은 과부하 상태.

나라의 전유물로 여겨진 지도를 백성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 김정호의 마지막 행적에 대서는 울컥한다. 바우가 마을 한복판에 지도를 펼치는 장면이 영화의 가장 볼거리다. 마을 사람들이 누가 만든 지도인지 궁금해하자 목청껏 김정호의 이름을 소리치는 바우.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기억하지만 그의 업적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지도를 보며 신기해하는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지도꾼 김정호는 알지만, 그의 노고에 대한 부분은 알지 못할 것이다. 마치 우리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그 마지막 장면이 가슴 뭉클하게 마음 한 자락을 차지한다.

김서해 free70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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