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짜 만능맨, 이시언
[인터뷰] 진짜 만능맨, 이시언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0.0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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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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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누구보다 친근한 배우 이시언이 오랜만에 낯선 얼굴로 관객들 앞에 섰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 스크린 주연을 맡아 예능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선사한 것. 이시언은 가랑비 옷 젖듯 특유의 은은하고 담백한 매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또 하나 넓혔다. 연기와 위트의 줄다리기가 능숙한 배우. 그런 이시언에게 만능맨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사진=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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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난 이시언은 예능 속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언뜻 장난기가 스치는 얼굴에 능청스러운 말투가 금세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밝은 모습 아래 의외의 모습들이 하나 둘 불거졌다. 배우로서의 고민, 30대 남자로서의 불안, 보편적인 삶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시언을 둘러싼 숱한 편견과 오해를 걷고 그를 이해해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저를 왜 쓰세요?” 이시언이 첫 미팅 때 던진 말

이시언은 <아내를 죽였다>를 통해 제대로 연기 변신을 했다.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달리는 정호 역을 맡아 내밀하고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요즘 대중들에게 MBC <나 혼자 산다>의 고정 멤버로 익숙한 이시언과는 확실히 괴리가 있는 장르와 캐릭터였다. 물론 이러한 의구심은 이시언에게도 있었다. 그 또한 김하라 감독을 만나 “나를 왜 쓰시려고 하시는지 물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Q. 첫 스크린 주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A. 처음에 놀랐다. 안 해봤던 부분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었고 시켜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했지만 감독님에겐 도박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첫 미팅 때 오히려 내가 물었다. 검증된 다른 배우들도 많은데 왜 나를 쓰려고 하는지. 감독님이 ‘저예산 영화’라고 대답하시더라.(웃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 tvN <라이브> 같이 영화와 비슷한 톤으로 연기했던 장면들을 보셨다더라. 찾아봐도 진짜 몇 개 없는데 그걸 감독님이 보신 거다.
 
Q.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는 이제 흔한데 차별화를 둔 점은?
A. 정호가 극중에서 계속 취해 있지 않나. 촬영 순서에 따라 취함에 강도가 들쑥날쑥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영화는 그게 가장 중요했다. 잠깐 술에서 깨어났을 때의 미묘한 차이를 관객들이 알아주실지 걱정이다. 수염은 긴 건 내가 제안한 거다. 미팅 때부터 기르고 왔는데 감독님이 좋아해주셨다. 서로 대화를 통해 촬영을 진행했고 감독님이 내 의견을 대부분 받아주셨다. 내 의견이 영화 전체의 절반은 수렴되지 않았을까.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영화로 이시언은 극중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몰려 진실을 추적하려는 남자 정호를 연기했다. 평점 9.4점을 받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제32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아시안 퓨처’에 초청되며 국내 개봉 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영화로 이시언은 극중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몰려 진실을 추적하려는 남자 정호를 연기했다. 평점 9.4점을 받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제32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아시안 퓨처’에 초청되며 국내 개봉 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Q. 영화 속 도박에 미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굳이 예능에 힘 없이도 배우로서 경쟁력이 있지 않나
A. 그건 굳이 <나 혼자 산다>를 떠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물론 스케줄을 병행하다보면 나도 지칠 때가 있지만 나는 그저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을 보는 게 좋고 행복하다. 동료나 좋은 친구 그 이상의 느낌이다. 그래서 누구든 나가면(하차하면) 배신 같은 느낌이랄까.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그저 행복하다. 사실 내게 마이너스될 건 전혀 없다.
 
Q. 반면 캐스팅하는 감독 입장에선 예능 이미지가 부담될 수도 있을 텐데
A. 맞다.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하면 생각해 보겠다는 분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곧장 ‘네! 알겠습니다. 내일 당장 나갈게요’ 라고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열려있는 편이고 의사를 존중해주기 때문에 동료들 혹은 감독님과 더 얘기하고 결정할 문제다.
 

사진=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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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요즘고민 #기안84… 이시언이 쏟아낸 오해들
 
인터뷰 때마다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의 근황과 이슈를 피해갈 수 없다. 영화 홍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우가 아닌 사람 이시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어김없이 <나 혼자 산다> 이야기와 엮이고 만다. 하지만 이시언은 이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가감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시언의 대표작이 <나 혼자 산다>라는 ‘웃픈’ 반응에도 긍정할 뿐. 이시언에게는 그저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Q. 예능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정반대 작품에 더 끌릴 것 같은데?
A. 아니다. 오히려 온도차가 클 거라 생각한다. 나도 평가 다 찾아보는 편인데, 실제로 몰입이 잘 안 된다는 분들도 다수 계셨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해도 그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나. 내겐 감사한 프로그램이기에 내가 떨쳐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평생 감사하며 살아도 부족하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나 혼자 산다>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기자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 싶다.
 
Q. 부담은 전혀 없나?

A. <나 혼자 산다> 이전에는 ‘나는 배우다’ 라는 생각이 강했다. 신인 땐 신념이나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부끄러워지더라. 그냥 내 생각이지만,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네까짓 게?’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가끔 <나 혼자 산다>에 배우가 게스트로 나왔을 때 (박)나래나 (한)혜진이가 ‘시언오빠 어떤 것 같아요?’ 라고 물어보면 어떤 댓글들이 달릴지, 오히려 그 후폭풍이 무섭더라.

 

“대중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냐고요? 그런 건 없어요. 제가 잘 피하고 혹여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잘 대처해야죠."

사진=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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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댓글을 전부 읽나보통 멘탈로는 어려울 텐데
A. 100개 중 90개는 정독 수준으로 읽는다.(웃음) 확실히 무뎌진 것 같다. <나 혼자 산다>를 예로 들자면, 앉아있어도 서있어도 다리를 꼬아도 말을 해도 안 해도 욕먹는구나 싶더라. ‘기안84를 무시한다’는 댓글을 특히 많이 봤다. ‘기안이랑 사이 안 좋잖아. 딱 봐도 몰라?’ 라고 말하시는데 한 번 만나서 우리가 싸우는 거 봤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난 기안을 제일 사랑하는데. 이 친구가 좋고 어떻게 해야 이 친구의 매력이 나오는지 아니까 하는 말로 알아 달라.
 
Q. 공인으로서 요즘의 삶이 어떤지 궁금하다
A. 내가 대중들에게 이렇게 많이 알려지게 될지 생각도 못했다. 연기하고 돈 받고 행복하게, 소소하게 살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인기를 얻었을 때의 자기 방어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얻게 됐는데 나 스스로는 그릇이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해주시는 것에 대해 반응을 유연하게 하지 못하더라. 그분들이 내 반응이 얼마나 서운하시겠나. 그럼 나는 또 욕 먹는거다.(웃음) <나 혼자 산다> 멤버들과도 이런 고민을 나눈다.
 
Q.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걱정고민이 많은 편이다이 성격이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끼치나?
A. 끼친다. 대중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동안 비슷한 역할을 많이 했다. 시켜주면 하면 그만이지만 그게 또 걱정되더라. 사람들이 신선한 배우를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나 또한 새로운 느낌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다. 요즘 한참 나오는 선후배, 주목받는 사람들 중에 다른 톤을 구사하는 사람들 것들도 참고하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또 나오는 거다.
 
Q. 어떤 배우에게 그토록 긍정적인 영향을 얻나
A. 조우진 배우다. 영화 <마약왕>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부산사투리를 구사하기도 하고 친한 지인 중에서 참고할 만큼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왜 막상 나는 저런 걸 쓸 생각을 못했을까 싶더라. 조우진 배우에게도 <마약왕>이 도전이었을 거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해보겠다는 마음이 아니었겠나. <보안관>에서의 톤 또한 아무리 연습해도 나는 그렇게 못 살리겠더라.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사진=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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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영화배우로서의 모습도 계속 보고 싶은데
A. 하지만 영화 시나리오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생각만큼 줄 서있지 않다. 내가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다.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곧바로 미팅부터 한다. 음, 배우로서는 어떤 고민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도달 못했을 때의 자괴감 때문에 지금처럼 되는 대로 하자는 주의다.
 
Q. 2019년 참 바빴다돌이켜보면 어떤 한 해였나
A. 본의 아니게 사랑을 많이 주셔서 바쁘게 살았다. <아내를 죽였다> 촬영 도중 <어비스>에 합류했고 지금 TV조선 <간택-여인들의 전쟁>촬영 중이다. <나 혼자 산다>도 쭉 하고 있다. 앞으로 이렇게 바쁘지 않으면 또 걱정되고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간택>도 지금 정말 힘들게 촬영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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