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돈" 류준열이 선사하는 탐욕의 민낯
[리뷰] "돈" 류준열이 선사하는 탐욕의 민낯
  • 스타포커스
  • 승인 2019.03.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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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달콤하고 짜릿한 돈의 맛을 거부할 자 누가 있을까. 돈을 얻기 위해 한없이 무모해지다가도 속수무책으로 나약해지는 한 남자와 화려한 여의도 증권가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탐욕의 거래에 휘말린 청년의 이야기를 진부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에 올인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니 <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빽도 연줄도 없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꿈 하나로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실적 0원에 해고 직전까지 내몰려 절망에 빠지지만 우연히 ‘신화’라 불리는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난다. 그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조일현은 돈의 맛을 알아간다. 180도 달라진 화려한 삶을 얻지만 번호표를 캐던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조일현을 옥죄오며 세 인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된다. 

사진=㈜쇼박스

<돈>은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좋은 의미로 돈밖에 남지 않는 영화다. 주식 브로커들의 가치도 하루에 쌓아올린 실적, 즉 돈으로 평가된다. 그곳에서 돈의 가치는 더욱 절대적이다. 오로지 숫자로만 통용되는 혹독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주가 조작으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이 러닝타임 내내 다양하게 펼쳐지니 그럴 수밖에. 조일현이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의 머릿속에도 저마다의 단꿈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실컷 누린 만큼 대가도 크다. 자신의 무능력에 절망했던 신입시절과의 시련과 비교해 결도, 스케일도 다른 참담함이 몰려온다. 이대로 조일현은 몰락하는가. 진부함으로 빠질 수 있는 대목에서 <돈>은 과감하게 사족을 거둬내고 담백하고 스피디하게 움직인다. 진부한 비극이나 안 하느니만 못한 반전에 집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한 힘으로 밀어붙인다. 증권가 용어를 알지 못해도, 주식에 관심이 없어도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박누리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사진=㈜쇼박스

영화의 거의 모든 회차에 참여했다던 류준열은 <돈>의 핵심이다. 류준열의 원맨쇼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극 중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열망에 휩싸인 남자가 파멸 직전에 내몰리기까지, 조일현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린다. 부드러움 속에 악랄함을 감춘 번호표의 유지태 또한 류준열과 균형을 맞추며 <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요즘 충무로 러브콜 1위인 조우진은 물론 김재영, 원진아 등 신예 배우들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다. 

단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돈은 이미 영화계가 즐겨 사용해온 소재라, 1차적으로 신선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핸디캡이 있다. 게다가 <극한직업>이 한 차례 휩쓴 뒤 3월 극장가엔 <캡틴 마블>(3월7일 개봉)이 군림하는 상황. <우상>, <악질경찰> 등과 개봉 시기까지 겹쳐 우위권 선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돈>이 3월 극장가의 위너로 등극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오는 20일에 확인할 수 있다. 

 

한줄평 돈이 아깝지 않을 11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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