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민, 카리스마와 친근함의 공존
[인터뷰] 김명민, 카리스마와 친근함의 공존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1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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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숨기는 거 싫어해요” 그의 단언대로 김명민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진솔했다. 그렇다고 한없이 무르고 편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올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카리스마가 김명민을 휘감고 있었다. 카리스마와 친근함, 상반되는 두 개의 매력으로 김명민은 또 한 번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Editor 박주연 | Photo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 롯데엔터테인먼트

부담도 컸지만… 김명민, <물괴>에 뛰어든 진짜 이유

김명민은 영화 <물괴>에서 옛 내금위장이자 물괴의 정체를 쫓는 수색대장 윤겸 역을 맡았다.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점,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때문에 <물괴>는 김명민의 전작이기도 한 <조선명탐정> 시리즈와의 유사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연달아 사극에 출연하는 것 또한 김명민에게는 도전이었을 터. 김명민은 “어쩌다보니 조선시대 문제 해결 전문배우가 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여러 가지 부담 속에서도 <물괴>를 선택한 속사정은 뭘까.

Q. <조선명탐정>과 <물괴>의 캐릭터가 겹쳐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A. <물괴> 초반에 윤겸이 신분을 감추고 은둔 생활을 하지 않나. 허당기 넘치는 모습이나 목소리 톤에서 자칫 잘못하면 <조선명탐정>과 오버랩 되겠다는 걱정을 대본을 볼 때부터 나 또한 했다. 그래서 웃음 포인트를 김인권 몫으로 전부 넘겼다. 김인권과의 조합에서 그 전 (오달수와의)조합이 생각 날 것 같아서 비슷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 거다. 근데도 그 놈이 그 놈이다. 같은 사람이니 목소리도 톤도 똑같지 않나.(웃음)

Q. 최초의 ‘액션 사극 크리쳐물’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부담은 없었나  

A. 개인의 성취를 맛보기 위해서였다면 아마 시도도 못 했을 거다. 하지만 <물괴>를 위해 많은 제작팀들이 2~3년 전부터 준비, 도전을 해나가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괴물>(봉준호 감독, 2006)과 같은 영화가 또 언제 나오겠나. 잘해야 본전인데 이런 위험 부담을 갖고도 많은 분들이 움직이는 게 대단해보였다. 연기가 쉽지 않았고 결과물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 분들을 따라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합류하게 된 거다.

Q. 하지만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A. 영화가 아닌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극중 물괴가 나보다 더 잘 하지 않았나. CG는 전문가들의 밤샘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물괴와 직접 호흡할 수 없고 블루스크린 촬영으로 상상력에 의존하다 보니 연기가 조금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더라. ‘더 공포스럽게 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Q. 감독,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떻게 맞춰나갔나

A. 배우들을 만나서 촬영 전부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을 것인가’, 러프하게 리딩을 하면서 그 장면들을 머릿속에 각인 시키는 거다. 현장에서는 바로 찍고 놀아야했기 때문에 그 전에 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마치 영화 한편을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처럼 ‘이렇게 움직이겠구나’, ‘거기가 여기구나’ 하는 느낌으로 이미 8~90% 동선을 맞춰두고 나머지는 카메라 앞에서 맞춰나갔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감독, 배우들과의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각자의 좋은 아이디어를 수렴해 적절하게 촬영해나갔던 것 같다.

23년차 김명민, 책임감의 무게도 달라졌다

촬영 후일담에 따르면 김명민은 허종호 감독 못잖은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물괴>에서 수색대원을 이끌고 사건을 수사하던 윤겸 캐릭터처럼, 김명민이 배우들과 스태프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극중 김명민의 딸이자 물괴 수색대원 명 역을 맡았던 혜리는 “김명민 선배님이 막내 스태프들의 이름까지 전부 외우고 있더라”며 놀라움과 존경을 금치 못했다. 스태프에겐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배 배우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는 진짜 ‘리더’였다.

Q. 주연 배우가 되니 현장에서의 책임감도 남다를 것 같다

A. 해야 할 게 많다. 분위기 파악도 해야 하고 후배들 사기가 떨어지면 독려도 해줘야하고 상대 배우와는 호흡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막내 스태프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한 건 그들을 ‘저기’나 ‘어이’로 부르는 게 미안해서였다. 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봤던 조명팀 막내 스태프는 지금 조명 감독이 돼 있다. 나중에 만나서 말하길, 힘들었던 당시에 내가 이름을 불러주니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는데 나 또한 눈물이 났다. 그 후에도 막내들의 이름을 부르다보니 현장 분위기가 좋아져서 지금까지 이어온 거다.

Q. 배우 김명민에 대한 미담이 은근히 많더라

A. 스태프들도 결국 다 돌고 돈다. 어떨 땐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스태프들을 광고 현장에서 만나기도 한다. 반가워서 ‘여기 왜 왔어?’ 하면 아르바이트 왔다더라. 간혹 스태프들을 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 사람은 한결 같고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사고 없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게 아닐까. 이미지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셈이다.(웃음)

Q. 현장의 리더이자 선배로서, 어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겠다. <물괴>에서는 혜리가 처음으로 사극이자 영화에 도전했다

A. 혜리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센스와 잠재력이 있고 주문하는 대로 잘 따라와 주는 친구다. 게다가 <물괴> 팀은 한 배를 탄 식구지 않나. 과거서부터 흔히들 배우 둘을 붙여놓고 ‘서로 잡아먹어라’ 라고 주문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내 연기에 대한 상대방의 리액션이나 감정의 소통이 없으면 결국 두 배우 모두 죽어버리는 거다. 배우들 모두가 최상의 기량을 뽑아낼 수 있게 서로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

Q. 영화 <신과 함께>가 국내 최초 판타지 시리즈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괴> 또한 선판매 쾌거를 이뤘는데 해외 진출로의 기대가 있나 

A.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만드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 <물괴>의 도전도 장르 개척의 일부다. 영화의 흥행 유무에 따라서 도전의 명맥이 끊기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비판보다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괴> 또한 칸 마켓에서 유럽 선판매가 이뤄졌는데,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김명민이 ‘연기본좌’ 타이틀에 몸서리 친 사연

올해 김명민의 이름을 내 건 2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1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를 만났다. 김명민은 <물괴> 프로모션이 끝나는 대로 10월부터 곽경택 감독의 신작 <장사리 9.15> 촬영에 돌입한다. 정신없이 바쁘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김명민은 “물 들어올 때 노저야 한다. 자주, 열심히 노를 젓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뷔 23년 차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없다.

Q.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활동이 꾸준하다. 연기가 싫어진 적 없었나?

A. 없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아직 내가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왜 10년이라고 한정하는가?) <꽃보다 할배>의 선배들을 보면 모든 걸 유지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부지런하시고 후배들보다 먼저 나와 계시기도 한다. 난 그렇게 오래 활동은 못 할 것 같다. 용기가 없다. 그냥 10년 안에 할 수 있는 거 최대한으로 하고 짧고 굵게 가겠다.

Q. 영화와 드라마, 어느 하나에 편중하지 않고 고루 출연하시는데 밸런스에 신경을 쓰시나?

A. 마음속으로는 약 2년 터울로 드라마 출연을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순발력과 나태함을 막아주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반면 영화는 풀어지면서 놀 수 있다. 감독, 스태프들과 유유자적 지방도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거다. 그렇게 온·냉탕을 오가면서 내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거다. 두 매체의 환경이 너무 다르다보니까 오가면서 단련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를 하다가 드라마를 할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는데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일터가 발전을 만드는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Q. 대중들이 붙여주는 ‘명민좌’, ‘연기본좌’ 라는 타이틀은 어떤가?

A. 그 타이틀은 정말 짜증나서 미칠 것 같다.(웃음) 그 타이틀만 붙으면 ‘네가? 감히?’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겠나. 난 평화주의자라 괜히 사람들을 자극시키고 싶진 않다. 너무 민망한 타이틀이다.

Q. 신념과 철학이 뚜렷한데, 앞으로 연기를 통해 전해주고 싶은 게 있나.

A. 만약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면 내가 메신저 역할을 잘 하면 된다. 내 연기로 그 메시지가 고스란히 잘 전달되길 바란다. 영화의 본질을 깨우치고 연기를 함으로써 제작사의 의도가 변질되지 않게, 더 깊이 각인되게 해주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주연배우로서 잊지 말아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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