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몸짓 속 마음을 읽다…'비언어' 커뮤니케이터, 이상은
[인터뷰] 몸짓 속 마음을 읽다…'비언어' 커뮤니케이터, 이상은
  • 이은서 기자
  • 승인 2020.08.2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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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말보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더 깊게 사로잡을 때가 있다.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 친숙해진 얼굴, 비언어 커뮤니케이터 이상은은 사람의 인상과 진가를 결정짓는 건 외형보다 진심을 담은 표정과 몸짓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고 나를 성숙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바디랭귀지’의 참 매력을 알아보자. 

 

낯설다고요? 알수록 재미있는 바디랭귀지의 세계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패널로 출연했던 이상은은 방송 중 이영자, 유병재의 행동을 포착하고 금세 속내를 꿰뚫었다.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다. 상대방의 몸짓만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그래서일까. 방송 이후로는 그녀의 강연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60대 넘은 어르신부터 부부, 자녀와 동행한 부모들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교류의 중요성’을 배워간다. 단순히 남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상은을 지칭하는 정확한 표현은 비언어 커뮤니케이터, 혹은 바디랭귀지 연구가다. 방송에서는 이해하기 쉽게 행동분석가로 처음 소개됐지만, 엄연히 다른 분야의 일이다.

 

이상은 작가(편의를 위해 이하 작가로 호칭을 통일한다)는 “언어로만 해왔던 이야기가 아니라 몸이 어떤 감정을 표현해주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최근 책 <몸짓 읽어주는 여자>를 발간한 것도 이 분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이상은 작가는 “생소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그걸 눈치나 직감이라고 얘기한다. 말은 배워도 몸짓 언어는 배우지 않다보니 잘 설명할 수 없는 것뿐이다.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들 필수적 으로 갖고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손바닥과 손등의 차이를 아시나요? 

이상은 작가는 바디랭귀지가 우리의 첫 번째 언어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사람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엄마 수고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소통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아기는 엄마를 쳐다보고 손짓하고 눈을 맞추거나 소리를 내는 비언어적 행동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다. 엄마도 마찬가지로 아기의 상태를 보고 달랠 것인지, 병원에 갈 것인지 결정한다. 다만 언어를 배워가면서 표정이나 비언어적 표현을 잊어갈 뿐”이라고 말했다.

 

손짓이야말로 태초의 언어인 셈이다. 비언어, 바디랭귀지의 기초이자 행동분석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는 손짓. 이것 하나로도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이 다양하다. 무언가를 설득할 때 손짓을 곁들이면 그 정보를 3배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상은 작가는 손짓이 말의 표현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에게 내 결백함을 증명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손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손을 숨긴 상태로 ‘저기요’ 하고 다가오면 두렵지 않나. 그때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가장 먼저 보는 곳도 손이다.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나눈다. 동시에 접촉으로 유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화하면서 손바닥을 위로 보여주면 신뢰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상은 작가는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안내할 때도 손바닥을 위로 올리지 않나. 호감을 형성하고자 할 때 하는 중요한 행동이다. 반면 손바닥을 엎는 것은 권위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차이를 설명했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인물로는  故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이상은 작가는 “故스티브 잡스는 언어를 전달할 때 바디랭귀지를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사람 중 하나다. 스피치 영상의 동작만 봐도 분위기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말과 손짓, 행동이 일치하다보니  설득력도 높다”고 전했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이 이상은 작가에게 남긴 것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바디랭귀지의 세계가 대중적인 관심을 얻게 된 것은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서였다. 이상은 작가는 “지난 8년 간 꾸준히 이 분야를 강연해왔기에 많은 분들이 그렇게까지 생소해 하실 줄 몰랐다. 처음에는 예능이다 보니 전문용어를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도 받았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전문용어를 원하셨다”며 웃었다. 방송 후의 반응들을 보고 이 분야를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방송 중 특히 화제를 모았던 것은 미러링, 즉 전문용어로는 ‘거울신경세포’ 반응이었다. 상대방의 행동을 마치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으로, 방송인 유병재와 개그맨 김수용의 만남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결과였다.

“상대방과 내가 지금 얼마만큼 유대감이 형성돼있고 서로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척도가 미러링이다. 거울신경세포가 서로를 비춤으로써 상대방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중을 반영한 거다.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전지적 참견시점>이 약 8시간가량 녹화를 하는데 VCR을 함께 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패널들이 웃거나 박수를 치는 타이밍이 점점 비슷해진다. 서로 동화되고 닮아가는 것이다. 미러링이 방송된 후로 많은 분들이 실제 상황에 대입하고 인지하기 시작하셨다.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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