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고달픈 청춘의 보고서
박정민, 고달픈 청춘의 보고서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9.01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대중들이 배우 박정민의 얼굴에서 청춘을 본다. 자주 교복차림으로 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딘가 모르게 장난기 다분한 얼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영화 <파수꾼>, <동주> 그리고 <변산>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입고 벗으면서 박정민은 가장 실감나는 청춘들의 얼굴을 대변해왔다. 어딘가 모르게 짠하고 고달프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이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박정민의 실제 매력과도 근접하게 맞닿아 있다.

Editor 박주연 ㅣ Photo 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1 방구석 래퍼  

“어쩌면 나랑 제일 닮은 캐릭터죠” 박정민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 <변산>의 학수가 가장 싱크로율이 높다고 말했다. 성공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방구석 래퍼 학수를 보며 박정민은 대중들 앞에서 연기하고 싶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이대도, 느꼈던 감정도 비슷하다보니 더 많은 정서적인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박정민은 “종종 글도 쓰는 캐릭터고 좌절도 겪었고 내 안에 모습과 많이 겹치는 역할이다. 성격도 닮았다”고 덧붙였다.

극중 학수의 감정이나 정서도 좋았지만 <변산>이 무엇보다 박정민을 이끌리게 했던 것은 ‘웃겼기’ 때문이라고. 박정민은 “시나리오가 재밌더라. 잘 뜯어보면 다 넉넉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섞이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게 정감이 갔다. 우리가 불행하더라도 그걸 하루 종일 티내면서 살진 않지 않나. 누군가를 만났을 땐 우스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두 사람은 심각하지만 떨어져서 보면 웃겨 보일 수도 있고. 그런 현tlf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야말로 웃긴 현장이다 보니, 배우들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는 전파됐다.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변산> 촬영장에서야 비로소 이준익 감독과 격식 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고. <동주>를 통해 박정민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본 이준익 감독이 차기작 주인공으로 박정민을 못 박아뒀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기도 했다.

“<동주>는 헛발질을 하면 안 되는 영화다 보니 감독님에게 과하게 격식을 차렸지만, <변산> 때는 완전히 편해졌다. 혼자 짊어질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김)고은이와 감독님이 덜어주고 도와줬다. 대부분 또래 배우들이라 그들에 게도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 감독님은 디렉션 없이 배우들에게 온전히 맡기는 스타일이신데, 가끔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만 바로 잡아주신다. 소통의 시너지가 분명히 있었다. 자유를 주는 대신 책임도 따라오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그런 리더 밑에서 배우들이 얼마나 신나겠나. 다들 열심히 준비 했다.”

“<변산>은 이준익 감독을 닮은 영화예요. 사람을, 모든 인물을 아낌없이 아껴주는 영화죠. 따뜻한 시선이 영화에 온전히 들어가 있어요. 왁자지껄 웃기고 조금은 촌스럽고 투박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예뻐 보이죠. 그게 <변산>의 강점이자 한국 영화의 저력이라고 생각해요.

#2 창작의 고통 

박정민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은 <변산>의 음원이 공개되던 날이기도 했다. 트랙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영화 속 학수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 나아가서는 박정민이 이 9개 트랙을 만들고 그럴싸한 래퍼로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절감하게 됐다. 적당히, 대충이라는 말은 용납되지 않는 남자다. 노래가 좋다는 기자의 말에 박정민은 반색을 하면서도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발매된 게 신기하긴 하더라. 음원용으로 믹싱이 돼서 영화보다는 듣기 편했다. 얀키 형의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학수의 진솔한 심경을 대변하기 위해 작사에도 직접 참여한 박정민은 “래퍼들은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앞으로는 어떤 창작물에도 토를 달거나 폄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웬만하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한다”고. 뼈아픈 창작의 고통을 경험을 한 박정민은 “앞으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음원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팬들에게만 들려드릴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면 모를까, 래퍼 분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얘기를 반주에다가 올려놓고 랩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소회를 남겼다.

“트랙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아무래도 ‘노을’이다. 가장 공들인 트랙이다. 가만 두 달 동안 썼다. 영화를 한 번에 정리하는 랩이라 크게 관통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촬영을 하다 보면 내가 예측하고 설계해놨던 학수의 감정이 달라져 가사를 계속 쓰고 버렸던 것 같다. 다 쓴 게 촬영 3일 전이었고 다음날 녹음해 다 다음날 촬영했다. 촉박한 상황이었다.”

랩뿐만이 아니었다. 박정민은 이전 작품에서도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천재 피아니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6개월 간 연습에 매진한 바 있는 그에게 작품은 매번 ‘도장 깨기’의 연속이었다. 박정민은 “물론 부담감은 엄청나지만 모든 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위해서 크던 작던 뭔가를 배우고 습득한다. 다만 내가 최근에 촬영한 몇 작품이 영화의 한 무기로 전면에 도드라지는 기술들이라 과대포장이 된 것 뿐이다. 나만 잘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 감독, 조명, 의상, 분장이 도와주고 있다. 또 영화를  통해 그런 걸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은 거 아닌가”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3 하나뿐인 나의 10대 

1987년생, 30대로 접어들었지만 교복만 입으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박정민. 그는 “이제 교복 좀 그만 입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학수 캐릭터 자체도 10대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쾌활하고 발랄했던 과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박정민은 “현재의 학수는 웃지 않지만 과거의 학수는 친구들이 있고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수줍어할 줄도 안다. 그런 모습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10대니까 이런 말투를 써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정민의 실제 10대는 어떠했을까. 그는 자신을 ‘다양한 모습을 가진 학생’이라고 자평했다. “중학생 땐 존재감 없이 공부만 했다. 운동장 조회에 나가기 싫어서 대외활동도 방송부장 정도만 했다. 그러다가 기숙사가 있는 공주 소재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전국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을 1년에 170명 정도 선발하던 학교였는데 이 학교엔 날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거다. 그래서 잘 노는 연기에 돌입했다.(웃음) 행사에서 MC도 보고 가요제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놀았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이 생겨서 공부도 뒷전이었다.”

연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건 군 복무 이후였지만 10대부터 박정민에겐 영화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다. 계기를 준 건 배우 박원상이었다. 박정민은 “내가 원래 끼가 있던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방송반에서 활동했는데 영화를 찍고 상영하는 전통이 있더라. 그렇게 시작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진학해 내가 만든 영화에 내가 직접 출연도 했다. 20살 때부터 (박)원상 선배 극단에 들어가 일을 했고 공연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 연기과로 전과를 했다. 감독과 배우, 두 꿈이 뒤섞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뭐든 영화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제일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4 배우 말고, 작가 박정민  

·   

·   

·   

<스타포커스 8월호에서 더 자세한 기사와 사진을 확인하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