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이 주는 특별한 울림 스크린에서 ‘소확행’을 만나다
작은 행복이 주는 특별한 울림 스크린에서 ‘소확행’을 만나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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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무리카미 하루키가 1986년 수필 <링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은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문화계의 주류가 됐다. 욜로(YOLO)에 이어 한 때 유행일 뿐이라는 비판이나 목표를 잃고 좌절한 젊은이들의 자기 위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 바람은 극장가에도 불어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등 잊고 지냈던 일상의 행복과 감동을 담아낸 힐링 영화가 인기다.   

Photo ㈜브리즈픽처스, 메가박스㈜플러스엠, CGV 아트하우스, 아이 엠,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현대인의 로망을 실현한 곳,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바쁜 삶을 뒤로하고 고즈넉한 정취를 즐기며 느리게 사는 삶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로망이 됐다. 귀농에 대한 이러한 막연한 기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는 동안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도시의 삶에 치여 살던 혜원(김태리)은 현실적인 고민들을 뒤로하고 고향에 돌아온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 끼를 차려 먹는다.

또 이들과의 유대를 통해 진정한 휴식과 위로의 의미를 찾는다.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셈이다. 생명력을 머금은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들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소확행’의 의미 그 자체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까지 세 청춘이 만들어 내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은 관객들, 현대인의 마음을 부드럽고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마법을 부린다.

소확행 POINT 

무심한 듯 툭툭 떠 넣은 수제비, 삼삼한 배추전. 그리고 귀여운 마스코트 애완견 오구.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러닝타임 1시간43분 등급 전체관람가

내 집 마련 시대?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공녀> 

위스키와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최고로 행복한 미소(이솜). 하지만 물가는 점점 오르고 3년째 이어온 가사도우미 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결국 집을 포기하고 만다. 미소는 캐리어와 가방 하나를 덜렁 든 채 친구 집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불안하고 불완전하기 그지없는 삶. 미소는 표면적으로 N포세대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잠잘 곳 없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확실하게 곁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게 그녀의 삶의 태도다.

내 집 마련에 매달리는 우리네 평범한 삶이 머쓱해지는 순간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배우 이솜이 만들어 내는 미소표 긍정 에너지를 보다보면 ‘저런 삶도 나쁘진 않지!’ 혹은 ‘그럴 수 있지!’하는 생각도 절로 든다.

소확행 POINT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 미소와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적 힐링스토리.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강진아, 김국희

러닝타임 1시간46분 등급 15세관람가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것 <엄마의 공책>

먼 미래의 부와 명예를 꿈꾸며 내달리다보면 주변에 놓인 행복을 놓치지 십상이다. 그 대상은 대부분 가족, 그리고 엄마일 것이다. 가족이야말로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소박하고 일차원적인 행복의 존재다. 영화 <엄마의 공책>은 옆에 머무르고 있는 가족들과 소통하고 힘듦은 나누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웅변한다. 남보다 더 남 같은 아들 규현, 일하는 며느리 수진(임성은), 살갑지만 이젠 남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딸 혜원(이영아)까지, 이들은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하며 치매에 걸린 엄마 애란(이주실)을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야말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누릴 수 없는 소확행 아닌가. 아들 규현이 뒤늦게 발견한 엄마의 공책은 반찬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 아닌, 가족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기록 그 자체였다.

소확행 POINT 

고등어김치찌개, 동치미국수, 손녀를 위한 주먹밥… 단 하나뿐인 최고의 엄마표 레시피.  

감독 김성호

출연 이주실, 이종혁, 김성은, 김선화

러닝타임 1시간23분 등급 전체관람가

변화무쌍한 열일곱 사춘기 <레이디 버드>

나라와 문화는 다르더라도 10대의 열병처럼 앓는 사춘기는 비슷한 모양이다. 꿈은 뉴요커지만 현실은 비행소녀인 미운 열일곱 소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도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레이디버드’라는 예명으로 불리길 원하거나 “잘 좀 살아보라”는 주변의 충고에 “날 내려버려둬!”라고 대응한다.

엄격한 규율에 속박돼야 하는 청소년의 진부한 일상을 부인하며 머리카락을 빨갛게 물들이고 좋아하는 남자애와 짜릿한 첫 경험도 가진다. 물론 이 모든 게 크리스틴의 계획과 마음처럼 순탄치는 않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을 헌신하라는 옛말에 맞서 지금의 행복을 위해 자아실현의 모험을 떠나는 크리스틴의 행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어쩐지 박수를 쳐주고 싶게 만든다.

소확행 POINT 

“출마가 취미에요!” 자아도취가 아닌,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당당한 열일곱의 외침.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트레이시 레츠, 티모시 샬라메

러닝타임 1시간34분 등급 15세 관람가

‘다름’이 주는 조화로움 <더 미드와이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묘하다. 채식주의자에 금욕과 절제가 몸에 밴 딸 클레어(카트린 프로)와 육식주의자에 술, 도박까지 두루 섭렵한 철부지 새엄마 베아트리체(까뜨린느 드뇌브). 무려 35년 만에 재회지만 두 사람 사이엔 벅찬 감동이나 남다른 소회도 없다. 그럼에도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두 인물이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 <더 미드와이프>는 신파를 절제하고 시종일관 유쾌하다.

센강 옆에서 텃밭을 일구는 클레어의 ‘소확행’ 실천은 관객들의 눈을 편안하게 만들고,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오감을 자극한다. 모녀라기엔 2%부족한 두 사람의 독특한 조화로움이 관객들의 취향을 고르게 저격한다.

소확행POINT 

꾸미지 않는 파리의 일상, 센강 너머의 에펠탑. 정점은 클레어 텃밭에 위치한 작은 나무집.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카트린 프로, 까뜨린느 드뇌브, 올리비에 구르메

러닝타임 1시간57분 등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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