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트로이트" 50년간의 제자리걸음
[리뷰] "디트로이트" 50년간의 제자리걸음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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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나푸르나 픽쳐스

인권. 사람이 나라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성별, 나이, 인종, 경제력, 태어난 곳, 이데올로기, 종교 등 어떤 차이를 갖더라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 아래 남에게 침해되지 않은 범주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고 있냐고 하면 ‘아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고 있는 이가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인종차별문제다. 미국에서만 해도 하루에도 수 건씩 인종차별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기피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인종차별이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궐기를 보이고 있다. <블랙팬서>가 마블시리즈 중 13억불이라는 최고 매출을 기록한데에 민감한 ‘인종차별’ 이슈를 넣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인종이 다르다 하여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조선족이나 동남아 지역 출신들을 하대하고 있는 사건이 뉴스로 적지 않게 나오는 걸 봐서 꼭 남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신작 <디트로이트>는 지금으로부터 51년 전 1967년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을 다룬다. 영화 초반부 영화는 자막으로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얼마나 바뀌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질 기회”라고 말한다. 51년 전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의식이 인류에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가. 감독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줄거리_흑인들이 당해야 했던 설움

디트로이트 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파티 현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범죄자가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이들을 잡기 위해 그 자리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던 수 십 명의 흑인들도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들이 연행된 명분은 허가되지 않은 주류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수 십 명의 흑인이 연행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은 분노가 치밀었다.

이 분노는 삽시간에 번졌고, 방화와 폭동, 약탈로 이어졌다. 건물이 불에 탔고, 주인없는 가게의 물건은 불특정 다수의 것이 되버렸다. 폭동이 거세지자 대다수의 경찰과 군인이 들어섰다. 필립 크라우스(이하 필립, 윌 폴터)가 디트로이트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도시가 황폐화됐을 때였다. 필립은 “진작 진압을 했어야지”라며 혀를 찬다. 그리고 식료품 가게에서 음식물을 들고 도망치는 흑인을 총으로 쏴 제압한다. 전혀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총으로 쏜 것은 살인미수에 해당함에도 그는 당당하다. 인종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지점이 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무대 위의 유명 흑인 가수를 꿈꾸는 래리 리드(이하 래리, 알지 스미스)와 프레드 템플(이하 프레드, 제이콥 라티모어)은 폭동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고 인근 모텔을 찾는다. 그곳에서 두 여인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흑인들과 함께 한다. 건달끼가 있는 이 친구들은 장난감 총(화약총)을 가지고 있었다. 짓궂은 장난에 화가 나 자리를 피하고 얼마 뒤 총성이 울린다. 건달끼 있는 흑인 하나가 경찰들을 향해 화약총을 쏜 것. 경찰들은 디트로이트에 저격수가 있다고 오판한다.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경찰들은 모텔에 총을 쏴댄다. 공포를 느낀 흑인 한 명은 지하로 도망을 치다 이를 먼저 발견한 필립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다.

인근 점포를 지키고 있던 경비 멜빈 디스무케스(존 보예가)는 총성이 들리자 경찰과 함께 모텔에 진입한다. 이미 사람은 죽어있다. 백인 경찰은 모텔에 거주하던 8명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총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래리와 프레드, 총을 쏜 자의 친구 세 명, 두 여성들과 함께 있던 공수부대 출신 그린(안소니 마키), 총 8명은 경찰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다. 경찰은 계속 묻는다. “총은 어딨는가.”

화약총이 있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낀 친구들과 총의 소재를 알고 있는 래리와 프레드, 두 여인은 말하지 못한다. 경찰의 위협은 점점 더 거세지고, 결국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다. 문제가 커지자 경찰은 일단 철수를 한다.

모든 상황이 지나가고 디스무케스는 경찰에 부름을 받는다. 모텔에서 사람을 쏜 용의자가 디스무케스라는 것. 당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디스무케스는 충격을 받는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주제의식_50년 동안 바뀐 것이라곤 없다

한 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부인으로 더 유명했던 캐서린 비글로우는 이제 모두를 기대케 하는 최고의 감독이란 평판을 받는다. <제로 다크서티>와 <허트로커>만으로 최고의 여성 감독으로 우뚝 선 그가 바라본 지점은 50년 전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인권 사건이다.

흑인이라고 해서 핍박받고 흑인이라고 해서 무시당하고 흑인이라고 해서 짓지 않은 죄의 용의자가 되고 흑인이랑 친한 백인은 창녀 취급을 받았고, 흑인이면 죄 없이 경찰에 끌려갔던 때가 있었다. 피부가 희다고 해서 때렸고, 욕을 했고, 총을 쐈다. 심문을 가장해 폭력을 앞세웠다. 죄도 흑인에게 뒤집어 씌웠다. 이유 없이 사람을 총으로 쏴도 당당했던 때가 있었다. 극도의 백인우월주의가 반백년 전에 있었다. 그럼 지금은 안 그렇다고 할 수 있는가?

미국에서 하루에도 한 번씩 접하는 뉴스가 인종차별 사건이다. 최근 미국의 한 음식점에서 스페인어를 쓴다고 하여 한 변호사가 각종 폭언을 하고 불법체류자라고 무시하며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종업원은 불법체류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인 57%는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보고 있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핍박받을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 51년 전과 2018년 큰 차이가 없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종차별 사건임에도 배심원 전원이 백인이었던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충격이다. 더 이상 이 같은 차별을 멈추고 제발 되돌아보자는 강렬한 메시지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연출_전쟁 영화를 방불케하는 스케일,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준 심문시퀀스

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 마치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이 눈에 띈다. 전쟁이나 다름 없었던 당시를 그대로 묘사해낸다. 이는 디트로이트가 얼마나 처절했는지 단숨에 알려준다. 출연자들의 긴장감이 서린 얼굴들 역시 그 때를 설명한다.

모텔에서 벌어진 약 40분간의 폭력심문 시퀀스는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준다. 피해를 입는 흑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지만, 심리 묘사로서 이를 구현해낸다. 고통을 받는 이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압박감이 이 영화의 메시지와 결합된다.

이 외에도 1967년에 당도한 것은 경찰서의 미장센과 법정 장면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연기_할리우드 신예들의 강렬한 존재감

출연 배우들 대부분이 젊다. 그나마 안소니 마키가 나이가 많은 편이다. 존 보예가를 비롯해 악역 필립을 연기한 윌 폴터, 그저 노는 것이 좋은 래리 역의 알지 스미스, 래리를 뒷받침하는 성숙한 서포터 프레드 역의 제이콥 라티모어 등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메시지가 워낙 강렬하다. 만듦새도 안정감이 있다. 다만 러닝타임이 143분으로 좀 긴 편이다. 늘어지지는 않으나 길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있고, 미국 특유의 짜임새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추천한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전작을 좋아한다면 또 한 번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한줄평: 인류의 의식은 언제까지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가.

별점:★★★★★★★(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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