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함과 무능 사이, MBC "전참시" 제작진이 만든 폭력
악랄함과 무능 사이, MBC "전참시" 제작진이 만든 폭력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5.11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선수들간의 반칙이 일어난다.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반칙이 있는가 하면

사진=MBC

심한 몸싸움까지 번져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도 있다. 야구에 '빈볼', 축구의 '깊은 백태클'이 그 예다. 이런 경우 가해의 위치에 있는 선수는 심판의 판정에 따라 퇴장을 명령받기도 한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지나쳤다는 의미다. 당일 경기의 퇴장은 물론 때로는 N경기 출장 정지까지 받기도 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의 제작진은 N경기 출장정지에 해당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퇴장이 아닌 퇴출 수준의 잘못이다. 전 국민을 향한 폭력이라 할 정도다. 야구에서도 투수의 피칭이 실수였다 하더라도 직구로 던진 공이 타자의 머리를 향하면 큰 문제가 된다. 현재까지 제작진의 잘못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더라도 이 행위는 퇴장감이다.

세월호 참사와 어묵의 연결은 금기다. 용의 턱에 거꾸로 달린 비늘 곧 '역린'과 같다. 이는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 13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자신의 얼굴을 숨긴 한 교복을 입은 학생이 어묵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친구들 먹었다"라는 글 때문이다. 이 게시글은 삽시간에 전 사이트에 번졌고, 충격에 빠져있던 대다수 국민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10대로 추측된 이 학생의 글은 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에게 이중의 충격을 안겼다. 유족이 겪었을 아픔까지 감안하면 더더욱이 세월호와 어묵은 연결시키면 안됐다.

<전참시> 제작진은 굳이 어묵과 세월호를 연결시켰다. 속보를 염두에 둔 그림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꼭 세월호 장면을 삽입시켜야 했을까. 아무리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하더라도 배가 뒤집힌 모습이 연상되는 그 장면을 꼭 넣어야 했을까.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영자의 MBC 연예대상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승승장구의 과정 속에서 꼭 그런 무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의도가 있었다면 악랄함이 극치고, 실수였다면 극도의 무능이다.

<전참시>는 여러 패널이 연예인과 매니저 간의 모습을 관찰하고 함께 토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연예인의 꾸며지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런칭한 프로그램 중 가장 주목받는 예능이다. 예능프로그램으로 넘기 힘들다는 10%의 고지도 넘어섰고, 이영자가 추천한 음식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심지어 갈비로 유명한 안동 지역은 이영자가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갑작스럽게 관광객이 몰리며 호재를 외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럼에도 <전참시> 제작진은 자신들을 향해 관심을 준 대중에 심정적 폭력을 가했다. 아울러 한 팀으로 여기며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한 출연진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는 비단 <전참시> 제작진 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방송사도 이미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에서 일부 특정인을 공격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사진을 도용했다가 문제가 됐다. 방송사들은 언제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이준익 영화감독은 영화 <소원>을 제작할 때 아동성폭행 피해자들이 받을 상처를 감안해, 대사 하나 하나 민감하게 생각했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역시 이 같이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겠다는 인간적인 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울로 삼아져 다시는 어떤 루트로든 같은 잘못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