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잔망미", 럭키가이 이이경 탄생의 배경
대체 불가능한 "잔망미", 럭키가이 이이경 탄생의 배경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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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갑자기 대중의 눈에 툭 튀어나왔다. 지난해 KBS2 <고백부부>에서 찰랑이는 긴 머리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은 그는,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대놓고 시청자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듣기 힘들 법한 4차원의 대사가 이이경의 입을 통해서면 그럴 듯한 유머로 탈바꿈한다. 깃털같이 가벼워 보이는 그 이미지는 '한국의 짐캐리'라는 수식어까지 앞에 붙였다. 

그런 이이경이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룬 다소 어두운 배경의 영화 <괴물들>에서 1인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왕이 되고자 하는 2인자 양훈으로 분한다. 동갑인 재영(이원근)에게 3분의 시간을 주고 빵을 사오라고 시키고, 빵이 따뜻하지 않다고 뒤통수를 후려치며, 시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담뱃불로 살을 지지려고 한다. 양훈의 행동 하나 하나는 스크린을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버겁다. 그러다가도 강자 앞에서 약하고 가벼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피해자가 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전혀 다른 작품 속에서 이이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잔망스러움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태도나 행동이 자질구레하고 가벼운 데가 있다’다. 사랑을 할 때도 친구를 괴롭힐 때도 자질구레하고 가벼운 데가 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이이경을 26일 만났다.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거의 쉴 틈 없이 바쁘게 촬영이 진행되는 탓에 워낙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피로가 얼굴에 역력한데도 이이경은 특유의 넉살과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자신만의 긍정을 내비쳤다. 

"잠 좀 못자는 건 괜찮아요. 죽어서 많이 자면 되죠. 언제나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려고 해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도 즐거워하더라고요."

아직 신인임에도 여유로운 태도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이이경의 인생의 여정을 들어봤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증, 그리고 자퇴

고등학생 때, 교실이 갑자기 좁아지고 숨이 막혀왔다.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뭐지?" 싶었다. 큰 일이 아니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증세는 공황장애에 가까웠다.

"우울증이라고 판명이 난 건 아니에요. 그런 증세가 있었던 거죠. 어머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소심하다는 거였어요. 제가 제 속에 있는 걸 잘 표출하지 못했어요. 가라대를 했는데, 감정을 표현하는 건 서툴렀어요."

당시 가라대를 배우고 있던 이이경은 크게 무릎 부상을 겪었다. 아직도 무릎 쪽에 문제가 있다. 오래 활동하면 통증이 온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던 중 그의 어머니는 질문을 던졌다. "너 어떻게 살고 싶니?"

"정확하게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니?'였어요. ‘그렇게 살면 좋겠네요’가 제 답이었고요. 그래서 바로 우울증 약 끊고 학교 자퇴하고 교보문고 가서 책을 주로 읽었어요. 자기계발서 코너에서 살았어요. 당시 집은 노량진이었어요. 검정고시 학원이랑 수능 학원이 몰려 있잖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고, 체대에 갔어요."

체대보다 편했던 군대

비록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형태로 대학교에 입학했다. 새 출발을 하고 싶었는데, 아뿔싸 구타가 너무 심했다. 아직도 '똥군기'라는 미명하에 존재하고 있는 학교 내 선배들의 구타가 그 때는 더욱 심했다. 이이경은 아직도 자신이 입학한 학교를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구타가 워낙 심하다고 언급을 해버려, 학교에 해가 될까봐 학교 이름은 꺼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이이경은 군대로 향한다.

"군대가 체대보다 훨씬 더 편했어요."

우연히 발견한 연기학원, 연기에 입문하다

군대 2년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적당히 살다가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역시도 쉬운 삶은 아니지만, 그 끝이 그렇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제대 후에도 별 다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서성이던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에 포스터를 발견하게 된다. '판 루트 연기학원'

"연기학원은 뭘 알려주는 곳인지 궁금했어요. 영어는 ABC를 알려줄거고, 노래 학원은 발성이든 음악을 알려줄 텐데, 연기는 뭔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들어갔어요. 오히려 선생님께서 당황하시더라고요. 오디션 반도 아니고 다짜고짜 와서 한다는 말이 '연기가 뭐예요?' 이러니까요. 그러니까 영화 <오아시스> 대본에 문소리 선배님 역할을 해보라고 하신 거예요. 그냥 했어요. 자기 생각대로 하라고 해서요.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신선해서 웃었다고 하셨어요. 다닐 거냐고 하셔서 한 달만 다녀보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재미삼아 시작한 것이 연기다. 연극영화과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던 그에게 한 선생님은 '서울예술전문대(서울예대)를 가보자'는 제안을 한다.

"연극영화과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제대 후에 알았죠. 어느 학교가 좋냐고 했는데, 그 선생님이 서울예대 출신이셨어요. 경쟁률도 모를 때였어요. 그냥 준비를 했는데, 1차와 2차를 합격했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하루 하루 오디션이었던 학창시절

인생에서 유일하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순간을 맞았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1년간 술도 끊었다. 용인이었던 거처를 가지도 않고 거의 학교에서만 지냈다. 장학금도 받았다.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는데, 한 선배가 오셔서 하는 말이 '너네 내가 부럽냐. 나 이제 백수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꽝 맞은 기분이었어요.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니 이 바닥은 모든 게 오디션이더라고요. 평생 오디션을 봐야한다고 해서 그 때부터 오디션만 봤어요. 졸업 작품, 독립영화, 어린이날 어린이극, EBS 방송까지 가린 게 없어요. 아르바이트 일부는 정말 쏠쏠해요. 15분에서 20분정도 일하는데 8만원 받고 그랬어요. 운 좋으면 하루에 세 탕까지도 뛰어요."

소속사와의 만남부터 지금의 이이경이 있기까지

오디션의 일상을 보내던 과정에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게 된다. 연기자 지망생의 프로필이 PPT로 만들어지는 것도 몰라 프로필을 워드프로세서로 이력서로 만들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현 소속사에 당도했다. 그리고 영화 <백야>를 시작으로 KBS2 <학교2013>, <고백부부>와 같은 굵직한 드라마나 영화 <아기와 나>와 같은 원톱 작품에도 참여했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이제야 대중의 눈에 띄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그이지만 필모그래피는 꽤나 탄탄하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컸다.

"<학교2013> 찍은 후에가 가장 힘들었어요. 담배 한 갑 살 돈이 없었어요. 저는 사실 100원만 있어도 괜찮아요. 부모님이 주신 중고차가 있었는데, 4~5개월 동안 차에서만 지냈어요.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아침마다 늘 밥 사줄 형들을 찾았어요."

그래도 그는 긍정을 잃지 않았다. 자신을 ‘럭키가이’라고 여긴다. 언제나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이상주의일 수 있겠지만, 긍정의 마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살 때 고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때 한 할머니가 오셨어요. 원래는 동치미 국물을 주고 칼국수를 드리는데, 동치미 국수는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장님께 해드리라고 하거나 안 된다면 저라도 해드릴게요. 대신에 맛없어도 기분 나빠하지 말기'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사장님께서 해드렸어요. 뭔 맛이 있었겠어요. 레시피도 아닌데. 근데 그 할머니께서 정말 기뻐해주셨어요. 너 같은 젊은이는 처음 본다면서요.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 이후로 저는 어디에 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요. '내가 할 수 있는 포지션은 뭔가'라고 늘 생각하고 순발력을 발휘하려고 해요."

<괴물들> 이원근의 진심어린 고마움

그 긍정의 마인드는 작품 활동을 할 때도 이어진다. 자신이 앞장을 서야할 때, 혹은 서포트를 해야할 때를 명확히 파악하고 작품을 위해 연기를 펼친다. <괴물들>의 경우 재영 (이원근)이 감정을 쌓아가다 후반부에 폭발시켜야하는 작품이다. 그를 괴롭히는 양훈 역을 맡은 이이경은 이원근이 감정을 잘 쌓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판단했다.

"애초에 감독님이랑 설계를 할 때 원근이를 위한 영화라고 했어요. 그래서 모든 신을 원근이가 더 올바르게 감정을 잡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원근이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카메라가 꺼지면 제가 괴롭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타지(부산)에서 숙소생활을 하다보니까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작품을 위한 이이경의 헌신은 이원근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원근은 당시 끝없는 감정신과 다이어트로 심신이 지쳐 있는 자신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준 것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 배경은 이이경의 대의를 중시하는 태도에 있었다.

"사실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움을 준 건 아니에요. 원근이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어찌됐든 도움을 받았다는 건데요. 서로 편하게 던지고 받아주고, 얘기 나누면서 소통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담뱃불로 지지는 신에서도 감정의 분출하는 지점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에 맞게 연기를 한 거죠. 원근이 위주로 하려고 했어요. 작품이 그래야 하는 영화니까요. 제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전체가 편하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희생이라 생각 안 해요. 제가 편하니까요."

광대폭발 이빨부자

잔혹한 2인자 양훈에게서도, 엉뚱한 행동을 시종일관 보이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이준기에서도 이이경의 잔망스러움이 돋보인다. 실제로 만난 이이경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에서 독특한 유머를 구사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제 별명이 광대폭발 이빨부자예요. 저보고 비지니스 미소가 아니라고 해요. 개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요즘 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데, 저 자체가 잔망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분위기 띄우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상황을 못 가리는 수준은 아니에요.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이창민 감독님께서 원래 성격 이렇지 않지?라고 물어보셨어요. 이렇게 살면 되게 피곤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어요. 그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준기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같아요. 철저히 연기입니다."

초심 잃지 않는 대체불가능 한 배우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이지만, 이이경은 자신의 몸 상태는 관리하지 않는다. 고함을 지르다보니 목이 쉽게 상하고, 여기저기 상처가 심하다. 허벅지가 파열된 적도 있었다. 촬영하다가 발생한 부분이다.

"그래도 괜찮아요. 다 잘 나았어요. 요즘 댓글을 보면 보기만 해도 웃기다는 반응이 많아요. 도핑테스트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는 것도 있고요. 보잘 것 없는 아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그래서 다 던지고 싶어요. 이 본연의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싶어요. 이 초심을 지키면 제가 꿈꾸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하하."

Editor 함상범 사진 리틀빅픽쳐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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