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비폭력과 폭력의 대립
"블랙팬서" 비폭력과 폭력의 대립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2.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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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지난 2016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잠깐의 등장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블랙팬서가 솔로무비로서 국내를 찾는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 90% 이상이 흑인으로만 구성됐으며, 비브라늄이라는 상상의 소재, 아프리카만의 전통 색깔이 어우러진 영화 <블랙팬서>는 기존의 마블의 차원을 한 계단 이상 뛰어넘는다. 뿐 만 아니라 흑인 인권을 위한 수단으로 비폭력적인 대항을 선호하는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측과 폭력으로 맞서자고 주장하는 킬몽거(마이클 B. 조던)의 대립으로 던지는 주제의식은 히어로물 특유의 단편적인 권선징악 메시지의 범주를 넘어선다. 시각적, 의식적인 면에서 기존의 마블사 영화의 색을 벗었다.

줄거리_왕위 계승을 놓고 다투는 티찰라와 킬몽거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의 실상은 외계에서 떨어진 비브라늄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국가다. 산업이 낙후된 국가로 알려진 이유는 쇄국을 위한 눈속임이다. 지하에 매장된 최강 금속 비브라늄을 노리는 세력 때문이다. 와칸다의 지도자는 여신에게 ‘블랙팬서’의 능력을 부여받아 비브라늄을 수호해 왔다.

그러던 중 유엔 평화회담 당일 비브라늄을 노리는 클로(앤디 서키스)의 테러로 와칸다의 왕이 살해를 당하고, 장자인 티찰라가 왕위를 계승한다. 아울러 새 블랙팬서가 된다. 아이언맨만큼 어마어마한 재력과 지능을 갖고 있으며, 캡틴 아메리카와 우열을 가릴 정도의 신체 능력을 발휘한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킬몽거다. 1992년 미국 L.A는 인종폭동이 발생했던 때다. 영화는 인종차별이 가장 극심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이 시대의 티찰라의 아버지인 티차카 국왕의 동생 은조부(스터링 K.브라운)는 L.A에서 흑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력 저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몰래 비브라늄을 훔쳐 흑인 인권을 드높이는 폭력 운동에 사용하려 했으나, 티차카에 발각 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 은조부의 아들이 킬몽커다. 왕족인 킬몽거는 비브라늄을 노리던 클로를 살해하고 와칸다로 들어간다. 이어 티찰라 누르고 왕위에 오르려 한다. 비브라늄을 통해 세계를 지배해 여전히 천대받는 흑인의 인권을 높이기 위함이다.

비브라늄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흑인 인권에 신중하게 혹은 미온적으로 대응한 온건파 리더 티찰라와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를 하는 급진파 리더 킬몽거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이념적 간극은 갈등을 유발한다.

주제의식_정당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은 정당해야만 하는가

<블랙팬서>가 가진 주제의식은 비폭력과 폭력의 대립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비폭력 집단과 백인들은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흑인에게 순순히 내어줄리 없다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폭력 집단과의 대립이다. 얼핏 봐서는 선악으로 구분된 것 같지만, 흑인 인권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된 온건파 마틴 루터 킹의 신념과 급진파 말콤 엑스 신념의 대결로 비춰진다.

마틴 루터 킹은 흑인과 백인의 차별 없이 모두가 같은 국민으로 하나의 사회 속에서 동등하게 화합하여 살아가는 인종 통합을 지향점으로 삼았던 것처럼 티찰라 역시 와칸다가 세계 속에서 공존하는 하나의 나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반대로 백인의 성향이 인종 통합을 할리 만무하므로 흑인은 억지로 백인과 섞여 살려 하지 말고 자부심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따로 살 것을 주장한 말콤 엑스처럼 킬몽거는 기득권에 총구를 겨누고 흑인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려 한다.

영화는 촘촘하고 깊이 있게 둘 사이의 갈등을 탄탄하게 쌓아나간다. 마블사 빌런 중 가장 공감가는 빌런이라고 불리는 킬몽거는 영화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탄생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둘 사이에서 쌓아 올린 갈등의 감정이 마지막 부분에서 폭발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카타르시스를 전할 수 있었던 하이라이트가 다소 심심하다.

액션_상상력은 기발, 타격감은 답답

영화의 액션의 출발은 와칸다의 문명이다. 흡수한 충격 에너지를 비브라늄제 수트에 저장했다가 발산한다는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그 특수소재의 수트를 입고 상상을 초월하는 최첨단 과학을 등에 업은 블랙팬서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헤쳐 다니고, 숨을 멎게 하는 화려한 카체이싱은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특히 한국관객은 ‘오징어, 꼼장어, 살아있는 킹크랩’이 쓰인 수산시장과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광안대교를 다니는 블랙팬서의 모습에 특히 즐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언맨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레이저 빔, 군인 출신 캡틴 아메리카의 투박한 액션, 헐크의 파괴력, 천둥의 신 토르의 박력, 거미줄로 미국 전역을 활강하는 스파이더맨, 크기의 미학이 있는 앤트맨 등 대다수 마블 캐릭터들이 뚜렷한 색깔을 갖고 있던 것과 반대로 블랙팬서는 강인함과 최첨단 과학이 섞여있기는 하나 그만의 테마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다른 마블 히어로의 장점이 적당히 섞인 느낌이다. 총알도 막아내는 비브라늄제 수트는 액션에 있어서 많은 것을 제한한다. 티찰라와 킬몽거의 대결은 타격감이 없고 답답한 느낌도 준다.

비평_히어로물의 매력 극대화…유머의 공백은 아쉬움

단편적인 서사를 갖고 있는 대다수의 히어로물의 범주를 넘어서 관객에게도 고민을 안겨주는 주제의식과 기발한 상상력을 시각화 한 와칸다의 모든 것, 그 누구 못지않게 똑똑하고 정의로운 히어로, 이에 대항하는 매력적인 악역, 나키아(루피타 뇽)를 이용한 감성 등 다양한 이야기가 조화롭게 이뤄져 있다. 특히 와칸다의 기술 수준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연구소에서의 장면은 신박하다.

아프리카 부족 문화를 와칸다 왕국의 문화로 바꾼 발상을 보여주는 부분 역시 마블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블랙팬서>만의 장점이다. 다만 와칸다 전통 문화를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에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또 이 영화에는 마블 특유의 유머가 빠져있다. <아이어 맨>이나 <스파이더 맨>, <앤트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볍게 통통 튀는 유머가 <블랙팬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티찰라의 과학자 여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자바리 족장 음바쿠(윈스턴 듀크)가 유머의 롤을 짧게나마 맡으나 전체적으로 무겁게 깔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마블 특유의 위트 섞인 대사에서 나오는 유머나 예상을 깨는 시츄에이션 코미디가 없다는 점은 설 연휴에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몇 가지의 아쉬운 점이 나타나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영화는 수작이다. 선이 악을 이기는데 초점이 맞춰진 히어로물에 대해 염증이 난 관객이라도 <블랙팬서>는 재밌게 볼 수 있다. 기존의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관객의 갈증을 풀어줄 요소도 많다. 설 연휴 기간에 나온 다수의 한국영화의 만듦새가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블랙팬서>가 모두 물리치고 왕좌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한줄평: 단순한 히어로물은 가라!

별점:★★★★★★★★(7/10)

개봉: 2018년 2월 14일 / 상영시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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