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낯을 들춰낸 모자란 초능력자 영화 "염력"
한국의 민낯을 들춰낸 모자란 초능력자 영화 "염력"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2.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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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좀비를 등장시켜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다시 한 번 번쩍거리는 아이디어로 관객과 마주한다. 제목은 2년 전부터 정해놓은 <염력>. ‘평범한 남자가 초능력을 가지면 어떻게 사용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판타지 코미디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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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_ 동네 아저씨가 초능력을 쓰는 방법

동네 은행 경비원인 석헌(류승룡)은 가족과 떨어져 산다. 딸이 어릴 때 보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한 뒤 늘 술에 시달린다. 만취한 상태로 지저분한 방 한 켠에 눕는 것이 일상이고, 은행에 쌓인 커피를 몰래 훔쳐 먹는 게 낙이라면 유일한 낙이다. 평범하다 못해 모자라고 부족한 사회적 약자다.

그런 그가 우연히 약수물을 먹고 초능력을 얻는다. 하루 아침에 손에 닿지 않는 라이터가 ‘이얏’하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당겨져 오고, 그의 손동작에 의해 넥타이는 뱀처럼 변한다. 재떨이를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 자동차도 옮길 수 있으며, 하늘을 날기도 한다.

석헌에게는 딸 루미(심은경)가 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에 어릴 때 청년사업가로 치킨집을 운영했다. 꽤나 잘 나가던 점포는 재개발 지역이 되면서 내쫓기게 생겼다. 철거 용역과 싸우다 아내가 사망했다. 처자식과 남이나 다름없이 살던 석헌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아내의 죽음 소식이었다. 그간 딸에게 아버지 노릇 한 번 제대로 못한 석헌은 새롭게 생긴 능력으로 딸에게 큰 도움이 되고자 하지만, 루미는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 탓에 다가오는 아버지의 마음을 밀쳐낸다.

주제의식_ 부당한 권력들과 맞서는 ‘아재 히어로’

국내 영화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염력을 소재로 하고, 배우들 대부분이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연기를 하지만 영화는 인간의 욕심이 점철된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경찰까지도 동원하는 힘 센 건설사와 정당한 보상만을 요구하는 힘없는 자영업자들의 대립이다. 용산 참사를 비롯해 숱하게 문제가 된 철거민 보상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며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표를 주거나, 도박이나 다름없는 기술에 온갖 돈을 쏟아 붓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백만 인구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과 맞물린다. 엄청난 재력의 부당한 요구에 언론권력, 공권력은 놀아나기 바쁜 대목도 작금의 현실과 겹친다. <염력>은 약자의 아픔을 공감할 의지가 없는 부당한 권력들과 맞서는 ‘아재 히어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춘다.

이 과정에서 표현력이 부족한 아버지가 딸에게 다가가는 부성애가 담겨 있다. <부산행>의 공유가 보여준 부성애와 다른 측면으로 “실수를 해도 딸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비평_ 탁월한 오락성↑ 구멍 뚫린 이야기로 인한 개연성↓ 

판타지 코미디를 추구한 이 영화의 오락성은 국내 영화 중 손가락에 꼽힌다. 작위적인 웃음 없이 예상을 뒤엎고, 허를 찌른다. 영화 <부산행>에서 잔잔히 터져 나왔던 유머에 비해 더 날이 선 느낌이다. 류승룡의 다소 과잉된 표정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매사 액션이 큰 석헌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빛난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이미지와 겹친다. 철거민 동료를 연기한 유승목을 비롯해 악독한 건설사 민 사장의 김민재, 그의 부하 태항호 등이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데 동참한다. 반대로 배경이 됐던 철거민 이야기는 다소간의 점핑이 있어 개연성이 부족하다. <돼지의 왕>부터 <부산행>까지 촘촘하게 스토리를 구성했던 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느슨하게 서사를 구성했다. 중간 중간에 공백이 있어, 흐름이 매끄럽지는 않다.

CG는 영화 <신과 함께>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드러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온전히 채우진 못할 것으로 보이나, 소재 자체가 신선한 탓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들은 전반적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손님>과 <도리화가>로 상승세가 꺾인 류승룡은 <염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삼을 것으로 보인다. 온 몸으로 염력을 사용하는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성기와 같은 흥미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아울러 그는 독특하면서 톡톡 튀는 석헌의 캐릭터에 인간의 보편성을 담았다. 염력을 사용하기 전 손을 풀고 비장한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은 잔상이 깊다. 아버지와의 갈등과 철거민 대표로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루미 역의 심은경은 안정적이긴 하나 일부 어색한 장면이 드러난다. 분노를 표출하거나 냉소적인 모습을 표현할 때는 훌륭하나, 밝은 얼굴을 연기할 때의 그의 표정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루미와 철거민을 지극정성으로 돕는 김정현 변호사 역의 박정민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진중한 모습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절제된 표현으로 뒤를 받쳐 류승룡의 액션과 심은경의 감성 연기를 돋보이게 한다. 다만 <동주>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처럼 특별한 감정신은 없어 그의 진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작위적인 신파의 흐름이 예상되지만, 신파에 거부감이 강한 감독의 영향 덕에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영화가 끝난 뒤 커피숍에 앉아 두런두런 수다 떨기에 ‘딱’좋은 영화다.

한줄평 : 웃음보를 관통한 류승룡의 고군분투

평점 : ★★★★★★(6/10)

개봉: 2018년 1월 31일 / 상영시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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