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미로 끝에서 찾은 출구, 영화 "두 개의 사랑"
욕망이라는 미로 끝에서 찾은 출구, 영화 "두 개의 사랑"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1.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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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신작 <두 개의 사랑>을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올해 클래식 흑백 영화 <프란츠>로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골고루 받으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던 만큼 이번 신작에 관심이 쏠렸다. 한 여인이 정반대 성격의 쌍둥이 형제를 오가며 사랑한다는 내용의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다양한 출구를 열어놓고 관객을 이끈 점에 호평을 받는다.

클로에(마린 백트)는 우울증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 폴(제레미 레니에)에게 상담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동거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폴과 완벽하게 닮은 루이(제레미 레이네)라는 남자를 만난다. 클로에는 루이가 폴의 쌍둥이 형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클로에는 루이를 탐닉한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특정 작품을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욕망을 다양한 사랑의 형태로 빚어내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왔다. 그 과정에서 금기와 성역을 한계 없이 오갔다. 성별을 가리지 않은 성교와 온갖 가학적인 행위, 아슬아슬한 감정의 교류는 영화 <인 더 하우스>에서 본 것처럼 일상의 균열로 이어진다. 영화는 캐릭터들의 요동치는 심리적 파장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영화의 폭을 넓혀간다.

<두 개의 사랑>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 <화석 형상>을 각색한 작품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토니 모리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권위가 있다. 어떤 소재를 다루든 그 깊이와 넓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랑소와 오종은 그녀의 소설집 <악몽>에 수록된 <화석 형상>을 각색해서 <두 개의 사랑>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소설은 한 몸에 머리와 팔, 다리 등이 제각각 자라거나 뒤통수에도 얼굴이 있는, 미처 다른 몸으로 분리되지 못한 채 태어난 쌍둥이인 기생성 쌍둥이를 소재로 한다. 영화는 이 지점을 모티브했다. 영화에서 폴과 루이는 쌍둥이지만 외모나 체형을 제외한다면 성격이나 기질은 다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폴에 비해 루이는 폭력적이고 감정적이다. 폴은 그런루이를 경멸하고 경계하며 형이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 반면 루이는 폴이 자신보다 유전적으로 열성인, 나약한 존재라 여긴다. 뿐만 아니라 루이는“원래 자신에게 흡수되었어야 할 폴이 15분 늦게 자신을 따라 이 세상에 나왔다”고 판단한다.

루이의 뒤틀린 심성은 클로에에게 향한다. 루이는 클로에가 자신을 택하지 않으면 복수를 감행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관계에서 클로에는 이쌍둥이 형제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다. 폴을 통해서는 안락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루이에게서는 짧지만 강렬한 쾌락을 맛본다. 두 번 다시 루이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클로에는 루이와 엮인다.

클로에의 문제는 폴과 루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선택의 영역이 아닌 본능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금기를 넘어서 두 남자를 탐닉하며 내재된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클로에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된다.

소설과는 차이가 있는 결말을 보고 나면 충격과 허탈감 사이 어딘가의 묘한 감정을 느끼게된다.

<두 개의 사랑>은 클로에가 처한 상황 자체에 악마성을 부여한다. 그녀는 욕망을 통해 자유롭기를 원했으나 오히려 지금까지 자신이 감추려 했던 아픔과 마주한다. 여기에 희생이나 성숙, 성장으로 규정되는 클리셰는 없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폴의 형제와 욕망을 해소한 클로에. 폴에 대한 애정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응답할까.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Photo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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