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서지유"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서지유"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4.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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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몰두하는 사람을 보면 남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배우 서지유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만의 연기를 위해 꾸준히 무대에 섰다. 어떤 배역을 맡든 자신을 최적화하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맥베스411'로 돌아온 서지유와의 인터뷰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을 만나는 사람들이 새로운 자극을 느끼길 바란다는 말처럼.

최근작 '혈우'가 상영 내내 큰 화제가 됐다. 고려시대 무신 정권을 배경으로 여자 캐릭터는 딱 두 명만 등장한다. 권력을 장악하려는 남자들 사이에서 길향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점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길향을 여전사로 생각한다. 사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길향은 여성스러운 기녀였다. 극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기보단, 최희 장군(김영민 분)을 옆에서 보필하는 역할 정도? 그런데 길향을 좀 더 강한 캐릭터로 보완한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성 캐릭터가 두 명 나오는데 감정 소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연출가님께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좋게 생각해주셔서 지금의 길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혈우'가 올해 2월 말에 끝났는데 4월 14일부터 사흘 동안 연극 '맥베스411'에 투입됐다.

'맥베스411'은 4월 광주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하는 작품이다. 이 극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일단 무대가 엄청 크다(웃음).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대 장치가 역동적이다. 그래서 리허설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레이디 멕베스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며 연습 중이다.

그 전에도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한 적이 있다. 서지유 배우가 연기하는 레이디 맥베스의 매력을 꼽자면?

지금 연기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예전에 비해 동작이나 발성을 좀 더 크게 하고 있다. 무대가 너무 넓기 때문에 관객에게 잘 전해져야 되니까. 이 부분은 같이 준비하는 배우들 모두 고민하는 부분이다. 레이디 맥베스 자체가 욕망의 캐릭터이지 않나.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극 초반엔 인내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디테일하게 표출했다. 특히 몽유병에 걸렸을 때,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통해서 감정의 격차를 보여줬다.

그 전에는 연극 '오셀로'에서 데스데모나만 세 번이나 맡았다. 셰익스피어 작품과 인연이 깊다.

원래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한다. 작품 하나를 잘 끝내면, 함께 작업했던 연출가들이 먼저 연락을 주신다. 그렇게 하다 보니 데스데모나를 계속 연기하게 됐다. 내겐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다. 배역을 여러 번 연기한 만큼 애착도 크다. 결말이 비극적이어서 데스데모나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아프지만.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몇 년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다. 다시 무대로 돌아온 계기가 있다면?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계획에 있었다. 일단 일 년 동안 월급 받는 회사에서 일을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다시 무대로 돌아갈 때에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래를 공부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일단 부딪쳐보자는 마음에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무대에 섰다.

한 해에만 여섯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적도 있다. 단기간에 여러 캐릭터들을 소화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2~3년 쉬었기 때문에 그때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체력이 되면 계속 무대에 섰다. 한땐 동료 배우들에게 워커홀릭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웃음). 오히려 일 할 때 느낄 수 있는 피곤함이 좋다. 정신적 피로가 아니라 육체적 피로. 지금은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는다.

연극은 오래 전부터 했지만, 뮤지컬은 짧고 굵게 배웠다고 들었다. 같은 무대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뮤지컬에는 노래가 있지 않나. 그래서 더 신나고 에너지 넘치게 공연할 수 있다. 노래 연습은 공연과는 별도로 꾸준히 해왔다. 워낙 노래를 좋아해서. 연극은 더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보다 연기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오랫동안 연기를 한 만큼 팬들도 다양할 것 같다.

팬이 많다기보다는 오랜 인연으로 이어진 분들이 많다. 거의 친한 언니, 누나, 동생 사이 같다. 한 팬은 그 분이 고등학생 때 알게 되었는데 지금 직장인이다.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하며 각 나라의 엽서와 미니어처를 모아서 보내주셨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은?

어렸을 땐 많았는데, 지금은 다행히 감사하게도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며 나이 들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어떤 역할을 하기 보단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앞으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는 만큼, 사람으로서 나이를 잘 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사람이자 배우.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스타포커스 독자들을 위해 인생 영화를 소개한다면?

내 인생 영화 일 순위는 무조건 영화 '이티 E.T.'다. 내 판타지의 시작점이 된 작품이다. 그 다음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메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거니까. 그 새로움 덕분에 지금까지 무대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연기를 하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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