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변주를 다양하게 이끄는 공효진
캐릭터의 변주를 다양하게 이끄는 공효진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3.0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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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오직 음악가만 변주에 능한 것이 아니다. 배우들 또한 다양한 캐릭터에 맞게 자신을 여러 인물로 변형하여 작품성을 더한다. 공효진만큼 배역에 있어 변주에 능한 배우가 있을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다. ‘로코퀸’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로맨스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 영화 '싱글라이더'로 이번엔 공효진이 또 어떤 변주에 성공했는지 들어보자.

 

호주 촬영에서 소희 씨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인지.

최근에 소희와 함께 연기를 하고 아이유랑도 같이 해봤다. 둘 다 가수를 하다 연기를 하기 시작한 친구들이라 그런지 뭔가 다르다. 다들 신인 배우보다 오래 일을 해봐서 그런지 애어른 같다고나 할까. 아이유는 참을성도 많고 나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도 있더라. 소회는 예의 바르고 아무래도 나와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까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기도 했다. 호주는 저녁이 되면 딱히 할 게 없다. 6시가 지나면 슈퍼마켓이 닫을 정도니까. 아파트먼트에서 함께 지내서 거실이나 편한 공간에서 자주 얘기를 나눴다.

소희 씨에게 지나 역할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캐릭터를 잘 잡아주려 노력했다던데.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익숙해지기 전에 소희의 중요한 씬들이 초반 일정에 몰려 있었다. 연기하기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장소를 먼저 섭외해서 촬영하다 보니 일정이 그렇게 된 것 같다.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땐 지나 캐릭터가 가장 불쌍해 보였다. 너무 어리고 젊은데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나. 그렇기에 지나 역할에 대해 소희와 의견을 많이 나눴다. 비치에서 촬영할 때 지나가 “아저씨, 도와주세요”라고 울부짖을 때 난 그날 촬영이 없어서 근처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웃음). 아직 소희가 병헌 선배님이랑 익숙해지기 전이라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장면을 보니 잘했더라.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완벽하다 표현했는데.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와 '싱글라이더' 모두 그랬다. 시나리오가 오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거나,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은 있는데 이번 시나리오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었다. 정말 책같이 느껴질 정도로 손에 꼽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재훈의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캐릭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는 수진이 3위다. 재훈도, 지나도, 크리스마저도 불쌍한데 나만 안 불쌍하더라(웃음). 사실 촬영하면서도 걱정이 많이 들었다. 나쁘면 한없이 나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지 않나. 나는 수진이 크리스에 대한 감정을 계속 부정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서로 직접적인 관계보단 무언의 부정을 하는 관계. 수진을 연기하면서 공감이 백 퍼센트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공감이 덜 갔다.

직접 맡은 배역에 공감하지 못하면 연기하는데 힘들지 않나.

‘왜 그렇지? 왜’라는 고민이 계속 따라오기는 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 수진은 재훈(이병헌 분)을 더 쓸쓸하게 만드는 장치로서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나에게 설득이 안 됐을 때는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은 의도를 연기하려 노력했다. 꼭 맡은 배역을 완벽하게 공감하고 연기하기보단 여러 의도에 따라 표현하려 한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병헌 씨께서 요즘 공효진 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셨다. 공효진 씨의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하셨는데.

병헌 선배님께서 그렇게 칭찬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병헌 선배님은 항상 촬영장에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모두들 병헌 선배님의 연기에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나. 후배 배우들, 스태프가 혹시나 실망할까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현장에서 완벽하게 연기하시려 하고 예민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적당히 타협도 하시고 여유가 있으셨다. 재밌고 유쾌하신 분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촬영을 할 때 동네 주민 컴플레인이 들어왔다고.

바이올린 켜는 연주에 컴플레인이 들어온 게 아니라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라고 신고가 들어왔다(웃음). 수진이 바이올린을 켜는 씬을 촬영하는데 내가 바이올린을 켤 줄 모르니 하는 척 연기만 했다. 정말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리더라.

이번 '싱글라이더'에서 공효진 씨가 화장실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촬영한 몇 안 되는 씬 중 하나다. 공항 화장실이었나. 세트가 아닌 진짜 화장실이었는데 이 씬을 함께 촬영하기 위해서 아들 역 진우가 한국에 왔다. 호주에 살던 아이라 이 장면이 없었다면 올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막상 씬은 한 번으로 끝이 났다. 연기에도 복불복이 있다고 해야 하나. 감정씬이 잘 안 잡히는 날이 있고 한 번에 잡히는 날이 있는데 어렵지 않게 연기했다. 영화를 보고 여러 번 연기를 했다 해도 이것보다 더 잘할 순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들이 화장실 밖에 있어서 소리를 안 내고 울어야 하는 씬이었는데 과연 그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컨트롤 될 수 있나 싶더라. 엄마로서도 무너질 수밖에 없을 상황이니까.

진우라는 아역과 촬영하는데 어떠셨는지. 호주 현지에서 살고 있는 아이였다고 들었다. 처음 연기를 해봤다던데.

재훈이 진우의 머리맡에서 얘기를 들려주는 씬이 있었는데 아이가 촬영하면서 많이 울었다. 2시간이 지연될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질 못했다. 이주영 감독님이 몇 시간 동안 아이를 달래고 나중에 들어보니 그런 슬픈 감정을 처음 느껴봐서 였다더라. 아이가 정말 순수했다. 촬영할 때도 나에게 가짜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다. 엄마라고 부르라 했더니 애가 거짓말을 못해서 부르질 못하더라. 병헌 선배도 가짜 아빠라고 생각하도록 말해줬다. 아이가 슬픈 감정에 힘들어하는 걸 보고 문득 누군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아이들에겐 충격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티브이에서 배우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우는 아이들 영상도 많이 봤다. 그런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구나라고 느꼈다.

스토리상 비밀이 많은 영화다. 스포일러 전쟁이 시작됐다고.

사실 '미씽: 사라진 여자'도 스포일러 자제가 필요했다. 그때는 굳이 다른 대책 필요 없이 보신 분들이 영화를 스포 당하지 않게 지켜주셨다. 그런데 '싱글라이더'는 난리다. 어떤 분이 표현하길 ‘스포 밟았다’라고 얘기하실 정도다. 검색어에 싱글라이더 반전, 스포 이런 연관 검색어까지 생겼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반전을 알고도 영화를 볼 수밖에 없을 '싱글라이더'만의 강점이 뭐라 생각하시는지.

만약 반전을 알았다거나, 빨리 눈치를 챘다면 초반부터 재훈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더욱 공감하며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병헌 선배님이 연기를 하실 때 반전을 알고도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의 매력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셨다. 그런 부분들이 관객에게도 통할 거라 생각한다.

'싱글라이더'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 영화를 제철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쯤 나와야 하는 남성들을 위한 영화다. 기러기 아빠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어떤 쓸쓸함, 공허함에 대한 얘기다. 부인이랑 아이는 단짝이고 자신은 소외되어 있는 그런 감정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영화를 한 부분도 놓치지 말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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