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판도라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1.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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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사진제공.NEW

최근 여야 핵심 인사들이 영화 '판도라'를 관람했다는 소식이 기사화되고 있다. 그만큼 '판도라'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처음 영화가 개봉한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큰 그릇에 담겨 있을지 모두들 궁금했다. 그냥 원자력이라는 소재의 재난 영화라는 장르로서 잠시 이슈만 되다 끝날 것인가. 아니면 큰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후자로 점점 기울고 있다. 관객에게 재난의 치명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다소 과장된 모습의 재난 영화가 아닌 진정한 현실을 보여준 영화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재난 영화의 플롯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암시를 시작으로 전개가 되고 위기와 절정을 긴박하게 끌어올리다 결말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는 형식. 그렇기에 재난 영화의 플롯에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러 오기보다는 ‘어떤 설정의 재난 영화냐’, ‘그 리얼함이 어디까지인가’ 이 두 지점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이러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내 '판도라'를 제작했다. 박정우 감독이 4년 전에 시나리오를 집필할 당시엔 일본의 원전 사고나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고 우리나라 또한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원전 사고의 설정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경주 지진을 시작으로 현재 언제 그런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소위 ‘판도라’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지금이다.

두 번째는 리얼함. 재난 영화 마니아라면 영화를 관람하며 가장 신경 쓸 부분이 원자력이 폭파되는 장면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원전 시설과 폭발 장면을 위해 1년을 넘게 후반작업을 했다. 폭파 장면이 그저 관람의 형태로 ‘잘 만들었네’가 아닌 진짜 공포감을 조성하도록 심리적인 압박감을 준 것은 멋진 CG 때문이 아니다. 첫 장면부터 잘 쌓아 놓은 박정우 감독의 제대로 된 구성의 산실이다. 그리고 또 다른 리얼함. 바로 컨트롤타워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원전 실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로 보내도 오히려 이를 빌미로 좌천되는 발전소 소장 평섭(정진영 분)과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권력의 실세 총리(이경영 분). 이 두 인물이 만약에 원전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할 때 대비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재혁(김남길 분)의 가족들. 최악의 상황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기보단 오히려 희생당하는 다수의 인물들이 지닌 리얼함이 돋보인다. 사고 수습 대책을 묻는 질문에 “그런 건 없습니다”라는 고위관리층의 대사가 과연 영화 속 상황일 뿐일까.

방사능에 피복된 원전 직원들이 다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설정이 과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다수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 바로 가족들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방사능에 피복된 채 듣지도 않는 진통제를 먹어가며 다시 원전 사고가 벌어진 현장으로 들어가는 직원들을 보며 평섭의 대사처럼 “대통령님은 그동안 어디서 뭐하셨습니까?”라고 진정 묻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답답한 현실에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 또한 ‘정말 이렇게 되는 것 아냐?’라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원자력에 관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면 비로소 박정우 감독의 심혈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모든 이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원자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잠시 던져뒀던 판도라의 열쇠를 우리가 다시 쥐게 되는 것이다. 판도라 열쇠를 다시 우리 손에 쥐고 절대 상자가 열리지 않도록 하자는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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