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 엄마가 지켜 줄게’... 한매의 자장가 中에서
‘우리 아가, 엄마가 지켜 줄게’... 한매의 자장가 中에서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1.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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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던 한매(공효진 분).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딱히 중요한 장면도 아니었고 그냥 한매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중의 하나였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느꼈던 평범한 행복이지 않았을까. 기분 좋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던 자장가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아이가 사라져 엄마만 홀로 남아있는 세상. 그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지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중국인 보모 한매가 아이를 납치하고 지선이 이를 해결해나가는 스토리다. 지선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5일 동안 관객은 충분히 지선의 절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지선보다 더 지독한 삶을 살아간 한매에 대한 공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영화의 여운을 담당하는 인물은 오히려 지선보단 한매이다. 결혼이주민으로 한국에 시집와 모자란 남편과 지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아이를 잃은 여자. 그 순박했던 여자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인물로 변모했다.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 그녀는 철저한 복수를 꿈꿨다.

한매가 왜 지선의 아이를 납치했냐는 궁금증은 영화의 후반부에 정리가 된다. 절대 우연은 없다는 것이 미스터리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지 않을까. 이언희 감독은 지선이 한매를 추적해가는 과정 또한 책장에 나란히 꽂힌 책들처럼 깔끔하게 정리해나간다. 한매가 일했던 곳,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직접 수놓은 손수건 등 다양한 실마리로 점차 한매의 실체에 다가간다. 가장 익숙한 사람이지만 전혀 몰랐던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지선은 납치범에 대한 혐오감이나 증오보단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매의 처절한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매로 인해 자신의 일상이 무너졌지만 그 감정을 통해서 한매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내 옆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공감이다. 마냥 분노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끌어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바로 이언희 감독의 의도이다. 누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불분명한 상태. 또한 의도치 않게 내가 피의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에서 누구의 시선에 따라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한매의 자취를 추적한 끝에 마주하는 두 여자와 아이. 이 세 구도가 또 한 번 관객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절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없는 마지막 그들의 대치상황에서 그래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제발 좋은 쪽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 말이다. 비록 범죄를 저지른 한매지만 그녀의 현실이 안쓰러운 것이 모두의 마음이다. 바다가 아득하게 보이는 위태로운 배 난간 위에 서서, 한없이 흔들리던 한매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감성 미스터리로 공효진과 엄지원의 '미씽: 사라진 여자'가 그들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언희 감독에게도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 중 수작으로 남지 않을까. 충무로의 여성 감독들이 최근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탄탄한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이언희 감독의 새로운 행보가 기대된다.

김서해 기사 free70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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