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가 된 세 사람, 그들의 광기가 담긴 영화
"해어화"가 된 세 사람, 그들의 광기가 담긴 영화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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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 속에 또 다른 ‘음악’이 있다. 영화 '해어화'는 이기적으로 ‘음악’에 미쳐 파국으로 치닫는 세 인물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속엔 세 배우의 열정과 노력이 새겨져있다.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이해하는 꽃으로 기생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는 해어화를 키워내는 곳,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에서 처음 만났다. 탁월한 ‘정가’실력과 뛰어난 미모로 최고의 예인이라 불리는 소율과 우연히 권번에 들어와 예인이 된 연희는 둘도 없는 동무였다. 하지만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노래 ‘조선의 마음’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이 둘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제껏 윤우는 소율이 아닌 다른 여인은 마음에 품어본 적이 없다. 그런 윤우에게 한 여인이 등장한다. 바로 소율의 동무 연희. 우연히 ‘이난영 음악회’에서 연희의 노래를 들은 윤우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윤우에게 소율이 ‘정인’에 불과했다면 연희는 ‘뮤즈’였다. 이후 소율에게 가려 했던 ‘조선의 마음’은 진짜 주인을 찾게 된다. 인력거를 끄는 아버지의 밑에서 고통스럽게 자라 ‘진짜’조선의 마음을 알고 있는 그녀 연희에게로. 실제로 연희를 연기한 배우 천우희는 직접 조선의 마음 가사를 썼다고 한다. 기찻길에서 윤우가 부탁했듯이.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세 배우

연희를 통해 윤우는 조선의 마음을 봤다. 그녀의 노래 속에서 투영된 조선의 삶을 본 것이다. 조선을 향한 윤우의 마음이 담긴 멜로디에 연희의 감정이 이입된 가사가 더해진 ‘조선의 마음’이란 곡으로 완성됐다. 노래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창법미숙’으로 정식발매가 취소된 이후에도 곡은 음지에서 ‘대박’이 났다. 연희 역을 맡은 천우희는 촬영 전부터 노래연습에 매진했다. 기본적인 발성부터 낯선 시대의 창법까지 영화에 고스란히 담기위해 쉼 없는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2016년에 들어도 심금을 울리는 노래 ‘조선의 마음’이 탄생했다.

한효주 또한 마찬가지다. ‘정가’와 ‘무용’에 뛰어난 소율 역으로 열연한 한효주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정가와 무용, 일본어 연습에 몰입했다. 짧은 기간에 배우기 힘든 분야지만 그녀의 노력이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있는 듯하다. 그런 그녀의 피나는 노력 끝에, 관객들은 맑은 소리의 정가와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한국무용을 영화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작곡가 윤우를 연기한 유연석도 '해어화'의 명장면에 꼽히는 아리랑을 연주하는 장면을 위해 피아노 연습을 틈나는 대로 했다. 영화 속에서 ‘사의 찬미’와 ‘아리랑’을 연주한 유연석은 항상 전자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며 연습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유연석은 NG 없이 단번에 촬영을 마쳤다. 일본군 앞에서 퍼지는 아리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아리랑’ 연주장면이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어화'의 클라이맥스는 대사 한 줄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이란 말. 영화 속에서 소율만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세 사람 모두가 자신을 잃은 셈이다. 윤우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과 명성을, 연희는 둘도 없는 동무와 노래를, 소율은 사랑하는 정인과 친구를 모두 ‘음악’으로 인해 잃었다. 비운의 시대이자 대중가요가 잠깐 전성기를 누렸던 1940년대. 조선의 삶을 담은 ‘노래’를 하고자 했던 소율, 연희, 윤우 세 사람은 많은 비극과 짙은 회환이 겪으며 그땐 몰랐던 가치를 잃게 됐다. 잃은 것을 안 후엔 때가 너무 늦고야 말았다.

‘해어화’란 예술에 뛰어난 사람, 예인을 일컫는다고 한다. 소율, 연희, 윤우로 열연한 배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도 결국은 이 영화를 통해 ‘해어화’가 됐다.

이민지 기자 0614min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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