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그의 일생을 파헤치다.
"스티브잡스", 그의 일생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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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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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UPI코리아 사진제공=UPI코리아

세상을 바꾼 천재 스티브잡스의 열정과 광기를 펼쳐낸 세 번의 혁신적 프레젠테이션 무대, 각각의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멈출지 모르는 갈등과 숨 막히는 열기. 단순한 전기영화라는 편견을 뛰어넘어 신선한 구성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승부를 본 영화 '스티브잡스'에 눈길이 간다.

대사로 엮는 영화 '스티브잡스'의 갈등

인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바랄 수 없는 기업가이자 모든 것이 틀에 맞춰져야 하는 완벽주의자. 영화가 그리는 잡스는 전기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잡스의 모습을 보란 듯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모습은 힘이 가득 들어간 ‘프레젠테이션 이전 40분의 무대 뒷모습’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그에게 있어 무대 뒤의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은 검은 터틀넥을 입고 무대 위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과 같이 완벽해야만 한다. 컴퓨터가 무대 위에서 ‘HELLO’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하고, 셔츠의 포켓에서 디스켓을 꺼내는 연출은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또 자신을 버린 옛 여자 친구와 자신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자신에게 ‘아빠’라고 부르면 절대 안 되는 것이며, 또 다른 동료들의 실직을 걱정해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동료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러한 내용이 주축이 되어 흘러가는 무대 뒤의 장면은, 타협이란 찾아볼 수 없는 잡스의 완벽주의를 여과 없이 표현했다.

완벽주의자 잡스의 모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한 ‘프레젠테이션 이전 40분의 무대 뒷모습’영상은, 실존인물 애플 공동창업자 워즈니악의 “이 영화는 스티브 잡스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내면의 생각들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이 한 마디에 사실성을 가득 담고 다가온다.

영화 '스티브잡스'는 잡스의 일대기 중에 ‘갈등’만을 그린 영화로는 일등 갈 영화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을 이용한 갈등,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갈등, 일침가 ‘조안나 호프만’과의 갈등, 자신을 애플에서 해고한 ‘존 스컬리’와의 갈등 등 온갖 갈등이 표현되며 영화는 절정에 치닫고, 영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유 없이 자꾸 적을 만들면 헬로우라고 할 사람 안 남아!”-조안나 호프만

독불장군과도 같은 스티브 잡스의 업무 처리 방식으로 인해 애플의 직원들 사이에서 매년 선출되는‘잡스에게 대든 직원상’을 3년 연속 수상한 마케팅 책임자 조안나 호프만. 스티브 잡스와 뛰어난 호흡을 보여주는 좋은 파트너이면서 직언을 할 때는 거침없이 내뱉는 강심장의 소유자다. 1984년 1막의 프레젠테이션 당시 매킨토시가‘헬로우’를 할 수 있는가 여부에 집착하는 잡스에게“이유없이 자꾸 적을 만들면‘헬로우’라고 할 사람 안 남아!”라며 다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인 부분도 늘 걱정하는 동료로서, 잡스가 딸인 리사와의 문제로 갈등할 때 애정 어린 일침을 가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능과 인품을 동시에 갖추기도 해” -스티브 워즈니악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애플을 만든 두 명의‘스티브’중 하나인 스티브 워즈니악. 놀라운 기획력을 지닌 잡스가 있었다면 그 기획력을 현실화시킨 뛰어난 엔지니어 워즈니악이 있었기에 지금의 애플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잡스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독선적인 그의 성격으로 인해 친구이면서도 갈등을 지속할 수 밖에 없던 사이기도 했다. 매킨토시 프레젠테이션부터 아이맥 프레젠테이션까지, 잡스가 회사를 유지시키는데 기여한 애플 2팀에 대한 소개를 한마디만 해달라는 요청을 끝내 거절하자 워즈니악은 이 대사를 분노와 함께 토해낸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세상에 보는 눈이 자네와 같은 사람은 없어” -존 스컬리-

미국 펩시 콜라의 최연소 사장이자 신선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뒤흔든 존 스컬리에게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꾸자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존 스컬리는 애플의 CEO가 되어 잡스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갔다.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위해 의기투합한 그들이지만 매킨토시의 흥행 실패로 애플은 어려움에 빠지고 결국 이사회의 의견을 따른 존 스컬리는 자신을 애플로 이끈 스티브 잡스를 해고한다. 이 사건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1988년도 넥스트 큐브 런칭 프레젠테이션 무대 뒤에서 두 사람은 격렬한 대립을 하게 된다. 그 후 연이은 애플의 실적 부진으로 존 스컬리는 해고되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재능을 인정하지만 뜻을 함께할 수 없었던 잡스에 대한 존 스컬리의 생각이 담긴 명대사다.

사진제공=UPI코리아 사진제공=UPI코리아

3·영상미·음악신선한 구성으로 만난 잡스의 일대기

'스티브잡스'의 감독 대니 보일은 한 사람

의 일대기 영화를 순차적으로 구성하지 않고 이례적인 시도를 했다.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3막으로 구성하고, 그 시대에 맞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음악을 작업했다.

11984년 매킨토시 런칭 프레젠테이션

영화의 1막 ‘매킨토시 런칭’은 규격화된 느낌이 드는 플린트 공연예술센터에서 촬영했다.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과거 학생 영화에서 자주 사용했던 16mm 카메라로 촬영해 영상의 입자가 다소 거친 느낌이 나며, 프레젠테이션 무대 뒤의 복잡하고 긴급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또 규격화된 녹색과 회색의 배경을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틀을 깨는 디지털 세계의 혁신가가 될 잡스의 탄생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이 영상에 음악감독 다니엘 펨버튼은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배경음악을 넣어 당시 음악을 만들 때 구식 기술이 어떤 제한을 가져왔는지를 탐구하며 1막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21988년 넥스트 큐브 런칭 프레젠테이션

넥스트 큐브의 런칭 과정이 펼쳐지는 2막의 촬영장소는 샌프란시스코의 전쟁 기념 오페라 하우스다. 2막은 큰 규모와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는 이 곳에서 몇 년 전까지 대부분의 상업영화가 사용했던 35mm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제작진은 화려하고 웅장한 배경을 통해 애플을 당황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스티브 잡스의 회심의 역습을 표현했다. 열정과 복수의 감정과 어울리는 레드와 골드로 배경을 강조하고, 최대한 오페라와 같은 장엄한 복수극의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2막은 음악 역시 풍성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넣었다. 특히 2막의 클라이막스인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설전 장면에서는 10분 길이의 교향악을 편성해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31998년 아이맥 런칭 프레젠테이션

3막 아이맥 런칭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촬영장소는 루이스 M. 데이비스 교향악홀로 밝은색감의 목재와 플랙시글래스 방음 타일로 장식되어 개방적이고 캐주얼한 느낌을 전달한다. 회색 빛 콘트리트가 자연스럽게 노출된 이 곳에서 스티브 잡스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젠 모든 사람들이 그가 최고라는 것을 알기에 3막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트레이드와 같은 외양으로 여유롭게 말하고 움직인다. 가장 미래적이면서 현재와 가까운 모습이 담긴 3막의 음악은 강렬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장식 없이 심플한 느낌을 살려 마치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애플 제품을 연상시킨다.

이보람 boram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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