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 오작교 프로젝트 Vol.1 "배우 박정민"
스타포커스 오작교 프로젝트 Vol.1 "배우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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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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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이명수 photographer.이명수

누구는 대학로 소극장에서부터, 누구는 아는 사람만 아는 독립영화에서부터 그의 팬을 자처했다. 컬트문화는 이들을 빗겨갔다. 박정민 배우도 그만큼 단단하다. 흐트러짐이 없는 것이 굳이 꼽자면 단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선이 진하고 분명하다. 작품도 작품이거니와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듣게 만드는 그의 어법도 독특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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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했던 행사가 참석 희망자가 많아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되었다. 행사의 부담을 줄이고 참석자에게 가장 편안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영상을 전혀 찍지 않았다. 글과 사진으로 현장의 애틋하고 화목했던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 대기실에서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팬들에게 선물할 사인 100장을 미리 해두고, 긴장한 사회자(필자)를 괜찮다며 위로했다. 먼저 있었던 식사자리에서는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재미있게 할게요.”라며 쉽사리 신뢰가 가지 않는 약속을 해주었다. 대기실 밖 스텝들은 테이블을 옮기고 의자를 배치하고 영상을 점검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첫 행사라 모든게 어색했다.

진지한 배우의 팬들은 역시 괴성이나 혼절하는 시늉보다는 점잖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를 맞아주었다. 근황토크 중 배우의 열성팬 앞에서 배우를 인터뷰하자니 넘나 어색한 것. 사회자는 큐시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마추어였다.

MC: 언론 시사회때 갔었는데 눈물을 그냥 펑펑 흘리시더군요.

“아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 죄송합니다... 흐읍” 여기 계신 분들도 기사로 다 보셨을 텐데 왜 우신 건지 자세히 들려주세요 ^^

박정민: 아니 그게 배우가 자기 연기를 보고 눈물을 쏟는 건 이상하죠. ‘아아 내 연기가 너무 슬퍼’ 이래서 운 게 아니라, 마지막에 윤동주 선생님, 송몽규 선생님 사진 두 장이 올라가는데 눈물이 그냥 난 거에요.

한 번이라도 더 깐족거려서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겠다는 MC의 지속적인 농을 어떻게 받아칠지 고민하는 배우의 모습이다. 마냥 무겁기만 할 줄 알았던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 제작보고회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송몽규 선생님 묘 탐방기 후속편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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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산소가 완전 산 속에 있어서 해도 진 시간에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했어요.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너무 무섭게 생긴 거에요. 산소가 어디 있는지 모르셔서 길을 물어본다며 앞차를 추월해서 길을 가로막고 물어봤어요. 연변에서 때아닌 추격전을 펼쳤어요

팬들이 가장 좋아했던 시간 ‘날아라 덕심’이다. 색색의 종이비행기에 질문을 미리 적어 무대로 날리는 이벤트. 가장 인상적인 질문들에 배우의 애장품을 증정하기로 했다. 팬들의 당혹스런 질문과 당황하는 배우의 반응을 기대하고 고르는 질문에는 무조건 대답하기로 미리 약속을 받았건만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인가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등등... 진지 일색이었다. 한 분 한 분 우리 잡지의 기자로 채용하고 싶을 정도. 그래도 “10살 연하 어때요?”라는 빠른 98년생의 질문 하나를 건졌다.

배우는 한 개의 질문이라도 더 읽고 대답하려 했다. 30분가량의 시간 동안 족히 스무 개가 넘는 질문을 일일이 읽고 팬의 이름을 물었다. 배우나 셀럽 이전에 박정민의 사람 됨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온전히 팬과 배우가 대화하는 시간이라 MC는 저만치 뒤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행사를 준비하며 팬클럽장에게 배우에게 선물할 영상을 하나 준비해 달라 요청했다. 팬이 배우를 보고 싶은 그만큼, 배우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보고 싶고 고맙지 않을까 했다. 기대했던 팬들 만큼이나 배우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팬클럽은 한 명 한 명의 짧은 손편지를 영상으로 이었다. “감기 조심하세요”,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저도 좋아해볼게요”, “천천히 오래 봅시다”, “남자는 서른부터 아닌가요”, “너는 꽃 나는 벌 항상 널 향해만 가는걸”... 배우는 울지 않았다. 기획자의 모든 의도가 하나같이 빗나가고 있었다.

행사 마지막 순서는 배우 방생이었다. 시사회나 제작보고회의 포토타임처럼 각도별로 배우의 독사진을 찍은 뒤 핸드폰 카메라를 켠 100명의 팬들을 무대 위로 모셨다. 일부러 줄도 세우지 않았다. 팬들은 수많은 사람 속에 셀카를 쟁취하면서, 배우는 찾아오는 한 사람 한 사람 인사하고 웃으면서 어렵게 마련한 이 자리를 좋은 추억으로 삼길 바란다.

이성진 chilecam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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