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 그 자체니까, 안성기 with 영화 "사냥"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 그 자체니까, 안성기 with 영화 "사냥"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9.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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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b%97%a1%eb%80%ab_%e3%83%a1%ea%bc%ae_%ce%b1%eb%85%85_%c2%80__dsc01857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는 관객에게 피사체다. 지나온 세월이 얼굴에 묻어나는 배우가 진국이다. 외모는 호불호가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얼굴이 다르다. 그러나 이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배우 안성기. 대한민국 모두가 좋아하는 얼굴이다.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순간마다 가장 아름다웠다. 안성기는 외모 하나로, 젊고 잘생기고 한창 청춘인 남자배우를 이긴다.

기자에게 로망이 있다. 꼭 만나고 싶은 인터뷰이를 가슴에 품고 활동한다. 필자에겐 연하면서 전성기를 달리는, 젊은 남자배우가 아니다. 필자에겐 안성기가 그런 인터뷰이다. 사진작가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소원이 '배우 안성기를 찍는 것'이란다. "표정에서 보이는 여유와 세월이 있잖아요. 그거 정말 담고 싶어요. 이 사람, 진짜 배우잖아요." 이에 대한 화답이랄까. 안성기는 배우 얼굴에 관한 신조가 뚜렷하다. "뭐라고 그럴까. 흔적이 잘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거 자체도 연기의 일부라고 여겨질 정도로 말해주는 것들이 있죠."

비단 얼굴뿐이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안성기를 찾는다. (연예인, 공인, 배우, 연기자 겸 무엇무엇무엇. 가리키는 호칭도 많다. 그들의 구설수에 들이대는 잣대도 제각각이다) 요즘 꽃미남 배우를 보면 '안구 정화'라고 하는데 안성기를 보면 '마인드 힐링'이 된다. 우리에게 숨길 것 하나 없고 시간이 남긴 티끌 하나 없다. 안성기가 주는 신뢰감은 무한대다.

안성기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는 것,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안성기가 영화 '사냥'의 문기성 역을 맡은 것은 뜻밖의 사건이다. 반면 소나무처럼 올곧은 성품은 늘 똑같다.

영화 '사냥'의 문기성과 안성기가 만났을 때. 문기성 속에서 안성기가 꿈틀거렸다. 안성기는 늘 그러했다. 캐릭터와 완벽한 일체가 됐고, 그 뒤로는 안성기의 인생이 투영됐다. 배우의 나이 듦에 관한 것이다. 순간 반하며 마음을 훔치는 배우는 많다. 앞으로 이런 배우는 계속 나올 테지만, 그중에서 안성기처럼 기억될 자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대표배우 안성기가 스타포커스를 통해 말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진짜 배우'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 '사냥'에서 특급칭찬을

나이를 뛰어넘어 잔근육을 키운 몸이 인상적입니다.

늘 비슷한 몸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액션 장면이 많은데 끊이지 않고 붙여놨어요. 보니까 제가 진짜 많이 뛴 것 같아요(웃음). 고통스럽지 않고 행복하게 달렸어요.

젊은 배우들과 함께 추격씬을 찍으며 달리셨어요. 오히려 젊은 남자 배우들은 힘들어 하는 것 같았어요. 나이를 초월해 잘 뛰신 것 같아요.

후배들은 워낙 바쁘니까 운동할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요? 전 '사냥'을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했고요. 긴 시간 잘 준비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워낙 바쁘니까.

겹치는 캐릭터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비슷한 역을 계속 고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뜻하신 연기철학이 있는 건가요?

대부분 마찬가지일 거에요.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거의 결정하죠. 마음이 움직이고 인물화가 되면서 상상력이 생겨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런 반응이 오면 그 작품을 해야 하는 거죠.

'사냥'의 출연 계기가 궁금해요.

2014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우철 감독을 만났죠. "영화 '사냥'인데 기대해 주세요, 선생님" 그러더군요. 그리고 작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런 행운이 내게 오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었을 때 액션을 못했는데요. 왜 지금 와서야 많은 액션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이 감독이 정말 많이 준비하고 노력했고 결실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냥'이 '안성기가 이런(액션) 연기를 충분히 하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 같아요. 작품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내심 다양한 작품을 기대하고 있어요.

계속 산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몸싸움을 해요. 노인 분장을 계속 했고요. 피부가 많이 상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분장하니까 주름이 확실하게 드러났어요. 분장하면서 늙어 보이는 비주얼이 문기성을 더 처절하게 만들었죠. 배우는 역할에 욕심이 생기잖아요. 다른 거(분장으로 나이 들어 보이는 것)는 생각할 처지가 아닌 거죠. 문기성과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죠.

'사냥'의 문기성을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문기성은 정말 비극적인 인물이죠. 어두운 탄광에서 살아남은 배경 때문에 큰 고통을 당하고, 김양순(한예리 분)과의 관계가 있죠. 문기성은 스스로 닫힌 세상에서 닫힌 마음으로 살아요.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 속에 있을 것 같고, 웃어도 허허로운 느낌이 있을 것 같고. 문기성을 연기하면서 '이 사람의 일부인 어두운 내면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어요.

'사냥'의 문기성은 람보라는 말에 동의하세요?

그 람보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게 시나리오에 '람보처럼 일어난다'라는 지문이 있거든요. 그것을 보고 애드리브로 한 건데 많은 분이 웃으시더라고요(웃음). 멋있는 람보보다는 고뇌하는 람보, 이 표현이 더 괜찮을 것 같아요. 문기성은 특별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서 확실한 마음을 갖고 액션씬을 연기했으니까요.

한예리 배우님과의 연기호흡은 어떠셨어요?

흐트러진 모습이 전혀 없더군요. 김양순 역에 충실해서 믿음이 생겼죠. 저도 문기성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고요. 김양순은 모자라면서 어린애 같은 부분, 사내 같은 부분이 있는 데다 강원도 사투리로 연기해야 해요. 한예리 배우는 몰두하고 집중하는 면이 뛰어났어요.

요즘 한국영화에 산이 자주 등장해요. 영화 '대호', '오빠생각', '곡성'에 이어 '사냥'도 한국의 산을 무대로 하죠. 외국영화에 나오는 산과 느낌이 달라요.

한국의 산은 '하나하나의 굽이'가 굉장히 겹쳐 있죠. 정말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 속에 사연이 있으면 처절할 것 같죠. 한국의 산은 아기자기하고 감정이 있어요. 반면 외국의 산은 큰 덩어리가 있죠.

'사냥' 홍보를 위해 SBS예능 '런닝맨'에서 열심히 달리셨어요.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 있으신가요?

전혀 없어요(웃음). 다들 간절한 소원이기에 '런닝맨'에 출연했어요. 추격자 콘셉트라 꼭 하셔야 한다고 해서요(웃음). 예능 분위기가 저와 잘 안 맞더군요. 영화 속에서 예능을 하라면 잘할 것 같아요. 영화는 NG가 있고 만들어준 상황에서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TV 예능은 지나가면 끝이고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아, 거기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벌써 지나간 거죠.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저한텐 그런 게 없네요.

'사냥'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스릴감 넘치는 추격전 외에도 생각할 것이 많은 작품 같아요.

엽사팀이 어떤 상황에 놓이면서 변합니다. 순수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욕심이 생겼을 때'의 상황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금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서로 목숨을 빼앗거나 쉽게 사람을 죽이는 광기를 부리는 모습,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가 가득한 문기성이 김양순을 끝까지 챙기는 것도 유심히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고통이 하나씩 없어지고 커다란 사랑 이야기가 되죠.

인생을 바친 연기 내공에 갈채를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는데 유일하게 악역을 안 하신 것 같아요.

맞아요. 이상하게 악역 섭외가 잘 안 들어와요. 예전에는 '연기 폭에 문제가 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인물이 저를 얼마나 설득했느냐에 따라 결정하죠. 배역이 나를 얼마나 설득하고 감동하게 했냐에 따라 출연을 결정해요.

아역 때부터 연기하셨어요. 그때와 지금 많이 달라졌죠.

한국영화의 힘에는 여러 요소가 있죠. 특히 '조연배우들의 연기력'이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굉장히 많이 높여주고 있어요. 처음 얼굴을 보는데 "뭐 저렇게 잘해?"라고 묻는 후배도 왕왕 있어요. 영화 '사냥'에서도 마찬가지죠. 배우 박병은, 한재영, 김윤성, 조대희 등 정말 다들 뛰어난 실력파였어요. 영화촬영기술도 진보했지만 조연배우들의 연기력도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요.

후배들과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까 모든 게 쉽지 않네요. 젊었을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예컨대 제가 가만히 있으면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제가 막 즐겁게 나서면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들이죠. 이제는 현장 분위기 전체를 다 아울러서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큰 구설수 없이 연기생활을 해오셨습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배우가 촬영현장에서 촬영하는 순간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 순간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하죠. 이 과정이 부분이면 안 됩니다. 다른 일에 신경 쓰거나, 중요성을 놓아버리면 안 되죠. 배우가 핵심을 놓치면 생명력을 잃고, 결국 원하는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인정을 못 받게 됩니다. 제일 중요한 건 한결같아야 해요.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열심히 할 거야'라는 초심이 변하지 말아야 해요. 주변에서 필요로 하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변한다면, 바로 자신이 당하게 될 겁니다. 현장에서 순간마다 충실해야 해요.

직접 뵈니까 참 아름답습니다. 배우가 아름답게 나이를 먹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계세요.

뭐라고 그럴까. 흔적이 잘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거 자체도 연기의 일부라고 여겨질 정도로 말해주는 것들이 있죠. 만약 '사냥'의 문기성이 젊은 피부를 가졌다면 느낌이 덜 났을 겁니다. 배우는 본 얼굴을 잘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연기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보고자 하는 욕구, 나 나름대로 인물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력,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입니다.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으세요?

물론이죠. 당연합니다. 다음 생애에서 빛을 못 보고 평생을 살아가는 배우가 된다면 너무 힘들겠죠. 그러나 배우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인물을 만나죠. 그리고 새로운 제작진과 배우를 만나서 새로운 장소로 떠나죠. 늘 새로운 여행을 가니까,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오현지 emai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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