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이 충돌하는 영화 "가려진 시간"
시작과 끝이 충돌하는 영화 "가려진 시간"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11.23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주)쇼박스>

‘한국 영화는 해석할 거리가 많지 않아서 아쉬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고한다.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당신의 선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영화 한 편이 탄생했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성민(강동원 분)과 수린(신은수 분)에게 벌어진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산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사라진 친구들로 인해 혼자 남겨진 수린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멈춰진 시간으로 인해 갑자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따라 당신은 다양한 해석으로 영화에 다가갈 수 있다.

드라마와 판타지를 섞어놓은 영화는 많다. 그러나 해석의 여지를 던져놓고 관객에게 선택하도록 만든 영화는 몇이나 될까. 비현실과 현실이 충돌하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엄태화 감독이기에 할 수 있던 도전이다. 영화의 적정선을 잘 찾아야 했기에 엄태화 감독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로 어른들의 동화를 만들어낸 엄태화 감독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길 바란다. 성민처럼 여전히 소년같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엄태화 감독이 아니었나 싶다. 멈춰진 세계에서 숲 속 오두막에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 놓은 성민처럼 엄태화 감독이 만들어 놓은 ‘화노도’라는 세계에서는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에 가장 주력을 해야 했던 점은 바로 남자 배우의 캐스팅이었을 것이다. 성인이면서도 아이의 느낌을 가지는 배우. 어른이 된 성민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아닌 안쓰럽게 보일 수 있는 배우를 찾아내야 했다. 그렇기에 성민을 강동원으로 캐스팅한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다. 어른이 된 성민에게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반기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악한 사람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강동원의 애처로운 눈빛에 마음이 흔들린 관객들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엄마를 잃고 혼자있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수린을 맡은 신은수는 단연 돋보이는 신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 못지않은 감성을 표현했다. 의심을 하는 것이 더 익숙한 현실에서 어른 성민을 알아차리고 난 후 단 한순간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수린의 마음을 제대로 소화했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보여줄 그녀의 잠재력을 기대해본다.

‘엔딩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에서 특별히 결말에 집중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차라리 열린 결말로 끝을 냈다면 어땠을까. ‘가려진 시간’에서 관객의 선택을 요구한 장면이 있다면 결말에서도 정리를 해주고 끝이 나기 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장면으로 마무리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김서해 free7069@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