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한예리
[인터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한예리
  • 이은서 기자
  • 승인 2021.03.23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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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리는 영화 <미나리> 속에서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오스카 유력 후보 선점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 또 2021 골드리스트(Gold List)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독립영화계 오스카’로 불리는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한예리는 영화 <미나리> 속에서 엄마 ‘모니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모니카’는 1980년대 낯선 땅 미국 아칸소의 1세대 이민자로 그 시대의 어머니를 잘 보여줬다. 또 美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서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후보 Best5로 선정, 골드 더비(Gold Derby)에서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극찬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미나리> 관련 인터뷰를 위해 스타포커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한예리는 특유의 차분하면서 수수한 분위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인사말과 함께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영화 <미나리>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번역본이 왔다. 첫 번역본이었기 때문에 내용이나 인물 파악을 완벽하게 하진 못했다. 내용이 더 궁금해서 감독님을 빨리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감독님을 직접 만나니 너무 좋은 분 같아서 시나리오고 뭐고 감독님이랑 뭘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그 부분을 어떻게 조금 더 확장해보여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연기를 하면서 배우 한예리가 공감했던 장면은?
“우리 영화가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누구나 겪어봤을 유년 시절의 기억이 (영화 속에) 다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랑받는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모든 부분들이 아주 조금씩 공감이 간다. 극 중 ‘모니카’는 무언가가 벌어지는 상황들에서 일을 헤쳐 나가거나 다른 누군가를 어렵게 만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기 보다는 벌어지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족을 지켜내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마음이 다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과 있는 장면, 특히 ‘제이콥’과 싸우는 장면 모두 ‘모니카’가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 영화 속 시대상, 여성상, 어머니상을 어떻게 이해했나?
“‘제이콥’도 ‘모니카’도 너무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뤄 살게 됐다. 자신의 꿈과 자아를 이루기 전에 이미 가정을 이뤄버린 것이다. 그들의 자아를 찾고, 그 꿈을 찾는 성장과정,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부딪히면서 큰 성장통을 같이 겪는 환경에 놓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의 어머님, 아버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또 두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틀림없이 잘 자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큰 차이 때문에 세대 간의 갈등이 있기도 하겠지만 좀 더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해야하는 부분은 틀림없이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 안에서 말투도 신경 쓴 부분인가?
“말투에 신경 썼다고 하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어체가 많았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엄마, 아빠의 말투를 사용했다. 지금은 남편한테 ‘오빠’, ‘자기야’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엄마가 아빠한테 이런 애칭을 쓰지 않았다. ‘누구엄마’, ‘누구아빠’라고 불렀었다. 이런 부분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한국 부부들은 ‘제이콥’이나 ‘모니카’처럼 이름 안 부른다. 첫째 아이의 이름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창고 신에서는 ‘여보’, ‘여보’한다. 나름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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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판씨네마

- 영화 <미나리>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기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축하를 받을 때마다 얼떨떨하긴 하다. 저도 기사로 소식을 접했지 트로피나 상장을 따로 받은 것은 아니다. 체감되는 게 없긴 하지만 너무 신기하다. 저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예리는 영화 <미나리>의 OST인 ‘Rain song'을 직접 불렀으며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어 제93회 아카데미상(OSCAR) 예비후보에 음악상, 주제가상 2개 부문 1차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음원은 3월 12일 공개될 예정이다.

- ‘레인송’이 아카데미상(OSCAR) 예비후보에 음악상, 주제가상 2개 부문 1차에 노미네이트 됐다.
“연락을 받았을 때, 동양권의 가수가 예비 후보에 오른 게 처음이라고 들었다. 너무 놀랐다.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감독님이 노래를 하나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모니카’가 ‘데이빗’에게 부르는 자장가처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정말 어떤 욕심도 없이 영화에 필요하다고 하니 (노래를) 했다. 잘돼서 너무 좋고, 큰 영광이다”

- <미나리>가 미국 등 세계 평단에서 인정받고 공감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미국이라는 나라는 특히 많은 이민자들의 땅이다. 이러한 분들이 어쨌든 영화 <미나리>처럼 소리를 내보고 살아가고, 단단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영화를 더욱 공감해주는 것 같다. 또 그런 사람들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감정과 이야기가 (영화에) 다 담겼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추억을 꺼내보게 하거나, 마음에 스며들 듯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쁘게 보이거나 상처를 주는 그런 부분이 없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나 선택들이 다른 것뿐이다. 그리고 어떤 감정들을 강요하거나 화두를 던지는 게 아니라서 서서히 영화에 물드는 듯하다. 많은 외신 기자님들도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엄마아빠 이야기 같다고들 하시는데, ‘아.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 ‘모니카’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지점과 만족스러웠던 지점
“어려웠던 지점은 아니지만 주차장 신 이전에 병원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떠한 결과라는 것을 듣고 들른 식료품점에서 괜히 눈물이 났다. 배우 한예리가 힘들었다. ‘모니카’가 이런 대사를 할 때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이 들었겠구나 싶더라.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은 엄마가 딸을 보러 미국까지 와서 고춧가루, 멸치를 받고서 울고 웃고 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가 미국까지 왔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도 가고, 또 다시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때 생이별을 하듯이 떠난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딸이 번듯하게 남자 잘 만나서 좋은 집에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퀴달린 집에 살지 않냐. 이런 복합적인 모든 감정들이 제 안에서 툭툭 나왔었다”

- 감독, 윤여정, 스티븐연, 제작진들과 연속 수상에 대해 말을 나눴는지.
“우리끼리의 카톡 대화방이 있다. 거기서 상을 받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말을 나눈다. 계속 만나서 밥 한번 먹자고 하는데 아직 만날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

(사진)=판씨네마
(사진)=판씨네마

-‘모니카’ 입장에서 본 엄마 ‘순자’와 배우로서 본 윤여정에 대해
“‘모니카’는 엄마라는 ‘순자’의 존재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에 엄마가 모든 생계를 책임지고 가장으로서 삶을 살아오는 것을 봐서 연민이나 애처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순자’는 씩씩하고 멋있는 엄마, 되게 친구 같으면서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그런 부분이 ‘제이콥’에게도 있기 때문에 ‘모니카’가 ‘제이콥’을 사랑한다고 생각 한다. 제 입장에서 본 윤여정 선생님은 너무 멋있다. 그 나이에 타지에서 큰 도움 없이도 이 모든 일들을 해내는 선생님이 멋있고 유머감각도 너무 배우고 싶지만..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웃음) 선생님만의 고유한 향기, 개성이 너무 좋다. 그래서 필드의 좋은 감독님들과 좋은 작업을 하시는 거구나 했다”

- 영화 속 척박한 땅에서 다시 삶을 일구는 가족의 모습처럼 배우 한예리도 맨땅에 헤딩하는 막막함이 있었는지.
“연기를 할 때 맨땅인지도 모르고 연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맨땅이었다. 아직까지 아주 두렵게 시작한 일은 다행히 없다.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뭔지도 모르고 즐거워서 했던 기억이 있다. 이게 나한테 어떤 이득이 되거나 아니면 뭔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고 이 행위 자체가 즐거워서 돈도 안 받고 연기를 했었던 기억도 있다. 또 뭔가를 이런 식으로 해야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영화 <미나리>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연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연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진 않았다. (연기를) 더 해봐야 알게 될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내가 변했다는 걸 느낀다. 되게 좋은 사람들한테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어디서도 받지 못했던.. 타인, 모르는 사람에게 많은 애정을 받았다. 이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 자신이 긍정적이고 좋아지는 것이 되게 좋았다”

- 마지막 인사
“오늘 인터뷰 와주셔서 감사하다. 빠른 시일 내에 마스크도 벗고 대면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코로나 절대 안 걸리셨으면 한다”

“연기를 할 때 맨땅인지도 모르고 연기를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맨땅이었죠. 이게 나한테 어떤 이득이 되거나 아니면 뭔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고 이 행위 자체가 즐거워서 돈도 안 받고 연기를 했었던 기억도 있고요. 일단은 뭔가를 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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