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당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반격, "미씽: 사라진 여자" 이언희 감독
강요당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반격, "미씽: 사라진 여자" 이언희 감독
  • 스타포커스
  • 승인 2017.01.03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hotographer=강승휘>

이언희 감독 인터뷰

'미씽: 사라진 여자'가 개봉했다. 기분이 어떠한가.

한고비 넘긴 것 같다. 처음엔 걱정이 심했다. 병원에 가보니 간수치가 1,000이 넘더라. 생각보다 평이 좋아서 기대도 되고 이렇게 관심을 받아보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일단 배우들이 신나있어서 나 또한 기분이 좋다.

이번 영화가 상황을 묘사하는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데.

디테일하게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나에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살아났던 것 같다. 나름 섬세하게 촬영하려고 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지선이 한매를 찾으러 한매가 전에 일했던 곳을 찾아간 장면이다. 그때 다른 남성 손님이 들어와서 지선을 아래위로 훑어보는데 그 장면을 연출하면서 재밌었다. 일부러 장면을 찍으려 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그런 시선들을 평소에도 많이 겪지 않나. 또한 지선이 일을 하다 힘들어하면서 하이힐을 살짝 벗는 장면 또한 여자들은 익숙한 장면인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남자 스태프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찍어야 하는지 말이다.

엄마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에서 모성애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는데 모성애를 선천적이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후천적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 같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그 두 가지 입장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더라. 과연 어느 입장으로 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그 두 입장 모두가 지선에게도 한매에게도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한매도 모성애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매의 처지와 캐릭터 때문이지 그녀라고 뭔가 엄청난 모성애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얘기하진 않겠다(웃음).

지선과 한매의 캐릭터 구상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 같은데.

고민을 많이 했다. 엄마가 초반에 지선이 바쁜 걸 보더니 ‘딱 너다! 애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 하더라. 괜히 발끈했다(웃음). 캐릭터에 나도 반영이 되는 거고, 내 주변 친구들도 반영이 된다. 그러다보면 막연하지 않은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다. 누군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디테일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주변 인물이 되는 순간 이용당하는 인물이 되지 않나. 지선의 남편 진혁(고준 분) 또한 그렇다. 어떻게 보면 진혁도 나에게 이용된 인물이지 않을까(웃음).

맞다. 지선의 남편 진혁이 관객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데.

사실 진혁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면 지선이 나쁜 여자일 수도 있다. 진혁의 입장은 모르는 것이지 않나. 누구의 입장이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주변에서 그러더라. 지선이 기회주의적으로 작정하고 결혼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진혁이 극중에서 잘나가는 의사로 나오지 않나. 어느 측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해받을 수 있는 측면이 달라진다.

혹시 영화 속 장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나.

지선이 아이를 찾기 위해 한강 공원을 헤매는 장면이 약간 아쉽다. 영화를 계획할 때부터 대표적인 이미지로 선정해 놓았던 장면이다. 지선이 혼자 광장에 놓인 느낌을 뽑아내고 싶었다. 사람들 속에서 미친 듯이 찾아다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 누구도 지선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말이다. 한매는 지선과 다르게 폐쇄적인 공간에서 고립되어 있는 이미지고 지선은 사람들 속에 함께 있지만 그 속에서 외롭게 보이는 이미지를 대비시키고 싶었다.

한매 역에 공효진 씨를 캐스팅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영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포인트이기도 했는데.

한매라는 인물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회의를 하면서 한매의 이미지에 맞는 배우들의 얘기가 나왔다. 그럴 법한 배우보단 아예 대중들이 모르는 얼굴이거나, 한매를 정말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공효진 씨와 예전부터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한매를 현대적으로 해석할 배우란 생각에 선택했다.

다음 차기작이 궁금한데.

그동안 오래 쉬면서 해왔던 것도 있고 고민 중이다. 두 가지가 충족이 되어야 하는데, 재밌고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에 부합되어야 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조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게 다음 작품에 반영이 될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잘 돼서 다음 영화가 쉽게 설득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김서해 기자 free7069@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