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맏형 조진웅
영화 "사냥"의 맏형 조진웅
  • 스타포커스
  • 승인 2016.08.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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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646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진웅을 보면서 헷갈렸다. 매력을 애써 밀어냈기 때문이다. 의아했고 몹시 당황했다. "어떻게 차는 드셨어요?"라는 살가운 인사 뒤, 악역에 대한 강한 소신을 내비쳤다.

배우마다 색깔이 다르다. 신조가 뚜렷할 땐 매섭다. 조진웅이 그랬다. tvN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을 "재미없다"고 강조한다. 여러 번 공식자리에서 봐 왔던 그였지만, 이렇게 냉철한 면모가 있는 줄 몰랐다. 올해 조진웅은 만으로 40살, 불혹의 나이다. 고민이 많을 때다.

이 글은 배우 조진웅에게 바친다. 어쩌면 앓고 있을 2차 성장통이 있다면. 배우라서 겪는 게 아님을 꼭 말해주고 싶다. 이 기사가 달큰한 소주 정도의 위로가 되면 참 좋겠다.

영화 '사냥'에서 빠질 수 없는 남자

쌍둥이 박동근/박명근 역을 맡았어요. 박동근과 박명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박동근의 내림머리 헤어스타일, 의상 스타일은 몸에 잘 맞는 의상 스타일을 소화하죠. 반면 박명근은 올백한 헤어스타일, 치장하는 의상 스타일을 하죠. 박동근은 산 속에 포함된 인물, 박명근은 산 밖에서 관망하는 캐릭터입니다.

쌍둥이라서 고심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제 주변에 쌍둥이를 봐도 똑같잖아요. 다른 사람이 보면 누가 형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비등비등하게 가는데, 박동근이 조금 더 무거워요. 박명근은 사교성이 있지만 '손반장(손현주 분) 자리 언젠가 내가 할 건데'라고 생각하죠. 특정 지점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줬어요.

악의 축을 쌍둥이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문기성(안성기 분)은 김양순(한예리 분)를 위해 불사조처럼 살아나죠. 그래서 끈질김을 심어야 했어요. 쌍둥이면서 직업이 경찰인 장치가 만들어졌죠.

산에서 촬영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정말 추웠거든요. 근데 하나도 안 춥게 나왔어요(웃음). 여러모로 스텝분들이 고생했죠.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힘들었을 거예요. 야외 촬영이 있으면 스텝분들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사냥'에서 산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구나 다 똑같이 적용될 겁니다. 천사 같은 사람도 산 속에 들어가면 야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산에 전가할 수 있을까요? '사냥'이 꽤 깊이 있거나 철학적인 작품이 아님에도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산은 해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되죠. 밤에는 달빛에 달라져요. 그러니까 매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냥, 그 공간에 던져져도 상관없어요. 산에 들어가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사냥'의 박동근 캐릭터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박동근, 맹실장(권율 분), 곽종필(박병은 분), 김창식(한재영 분), 손기욱(김윤성 분), 이필호(조대희 분)는 동호회 사람입니다.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았어요. 박동근은 리더이며 공권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죠. 엽사들과 친목도모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진두지휘하는 사람으로 이 일(금광을 캐는 것)을 효과적으로 경제적으로 빨리 바칠 수 있는지, 플랜을 짜는 사람이죠.

'사냥'에서 금이란 어떤 상징을 담고 있나요?

'어떤 산보다 금이 많은 것'으로 나와요. 현대 사회는 돈이 신분이잖아요. 금을 캐는 행위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금을 보면 멀쩡한 눈이 돌아갈 수 있잖아요. 이것만큼 효과적인 장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홍일점으로 한예리 배우님이 출연하셨어요.

땅을 밟고 있는 천사를 봤죠. 매일 시커멓게 분장한 남자 배우들만 봤는데(웃음). 정말 행복한, 해피 바이러스였어요. 먼저 다가와 친하게 지냈어요. 원채 말라서 잘 먹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보니까 더 마른 것 같네요.

'사냥'에서 중간 역할을 잘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무대감독 역할을 했다고 봐야죠. 안성기 선생님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을 조율했어요. 때론 회식 진행상황을 전달했어요(웃음). 또래 배우들과 촬영해서 우리끼리 맞춰보고 의견을 피력했어요. 소통하는 역할이었죠.

안성기 선생님과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저를 부르셔서 하신 첫 마디가 "호칭을 선생님 하지 말고 선배로 해줄래?"였어요. 당황스러웠죠. 제가 10년을 부른 호칭이 '선생님'이었거든요. 뜻이 분명했어요. '영화 촬영장에서는 너희들의 대선배가 아니라 동료다'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으셨던 거죠.

그래도 안성기 선생님을 많이 때리셔서 마음이 불편했겠어요.

솔직히 괴롭죠. "선배님 들어갑니다"라고 한 후 촬영했습니다. 스스럼없이 하라고 하셔도 힘들죠. 제가 쓰러진 문기성을 밟는 장면이 있는데 잘 잡았더군요(웃음). 안 그래도 광고 안 들어오는데 더 안 들어오겠어요. 안성기 선생님은 더 즐기셨나 봐요(웃음). "니가 이렇게 하면 내가 여기에서 피를 더 흘릴까?"이러시는 거예요. 정말 대단하시죠. '와, 나도 선배님처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이우철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상당히 온화하세요.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배우를 방목하셨어요. 배우들이 마음껏 놀게 만들어 주시고 지켜봐 주셨죠. 배우 의견을 귀담아 듣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셨어요.

영화 '명량', '아가씨'에 이어 이번에도 악역입니다.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이미지 소비가 두렵지 않으세요?

전혀 없어요.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조진웅은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하나의 재료입니다. 저는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어떤 재료를 만나 어떤 그릇에 담길지에 대해 고민해요.

tvN드라마 '시그널'이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처음엔 잊힌 사건을 소재로 삼는 것, 이 내용을 유가족이 보면 어떨지 고민이 많았어요. 왜 굳이 이런 무게감을 저에게 주느냐는 의문이 들었죠. 그런 저에게 큰 힘이 된 것은 피해자 가족이 올린 SNS글이었습니다. '진실로 작업해 주셔서 많은 위로가 됐다'는 내용이었어요. 원래 '시그널'은 '20년 후 세상이 변했겠지'란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것이었어요. 시청률은 아예 생각하지 못했고요. 최대한 진심을 담아보려고 했죠.

지금도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시그널' 여파가 있겠죠. 닭도리탕을 잘하는 식당에 간 적이 있어요.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께서 "제발 악역 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제 약속 지켜 주세요"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아가씨'와 '사냥'을 촬영했던 터라 "몰라요"라며 나왔어요. 이재한은 너무 착해서 어려워요.

대중에게 배우 아닌 인간 조진웅을 소개해 주세요.

저, 별로 정의롭지 않아요. 예민하고 수다스럽고 성질 급해요. 불의를 보면 돌아갑니다. 20대 후반과 조금 다른 것 같네요. 평소 어색한 분위기를 못 참아요. 음, 직업병인가요? 뭔가 말을 해야 해요. 뭔가 말하면 분위기가 즐거워지니까요.

많은 캐릭터를 하셨지만 멜로물은 드물어요. 멜로물 캐릭터로 기억에 남는 것은 MBC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폭력적이지만 윤정숙(김희정 분)을 사랑하는 강준구 역이죠. 이젠 멜로물에 욕심낼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제 '도전해야 할 장르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에게 이런 위험을 감수할 감독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멜로는 깊은 장르라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오신 게 화제였어요. 특별한 여행이었나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우리 모두 다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얘기하면서 풀고 촬영하는 것, 지인들과 술 마시는 것 이런 것이 힐링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닌 것 같아요.

선글라스를 자주 쓰세요. 선글라스 좋아하세요?

실은 안압이 높아서 눈이 많이 부어요. 그래서 선글라스를 쓸 때가 있죠.

인기란 무엇일까요?

제 연기관, 정체성은 바뀌지 않아요. 정체성을 더 지키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의 힘을 받아서 연기하지만, 인기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아요.

최근에 팬들에게 한 말이 있나요?

"'사냥'을 열 번 보겠다"고 해서 제가 "세 번만 봐라"라고 했어요. 진짜 열 번 볼 친구들이거든요(웃음).

배우로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현장에서 모니터를 잘 하지 못해요. 언젠가는 바뀌어야 될 부분인데요, 당당하게 패턴을 바꾸고 싶어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요.

오현지 email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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