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진웅, "독전" 현장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이유

2018-05-23     스타포커스

“<독전>, 처음엔 너무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우 조진웅이 <독전현장에 혀를 내둘렀다몸을 내던지는 액션신이 고됐던 걸까그러나 몸이 힘든 건 아무렇지도 않았단다조진웅을 버겁게 만든 건 심리적인 요인이었다무엇이 그렇게 조진웅을 몰아붙였던 걸까그는 <독전>에서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던 걸까. <독전개봉을 며칠 앞둔 5월 말조진웅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박주연 Photo NEW

<독전>, 조진웅 피말린 진짜 독한 영화

영화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조진웅은 극중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인 이선생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는 미친 형사 원호 역을 맡았다. 도장 깨기처럼 악의 실체들을 하나씩 맞닥뜨리면서, 관객의 시선에 맞춰 극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호가 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쫓아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종래에는 영화를 완전히 장악한다. 이 질문은 원호를 넘어서 조진웅 본인까지 괴롭혔다고. 

Q. <독전>이 조진웅에게는 어떤 작품이었는지 궁금하다

A. 처음에는 너무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긴장 하나도 안 하고 갔다가 된통 당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질 때 너무 힘들었다. 원호가 락(류준열)을 응시하는데, 나에게 무언가 보여주지 않으니 계속 말을 시켜서 말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다. 원호는 그런 인물이 아닌데, 락을 계속 보고 싶어지고 얘를 보면 느낌이 이상해지는 거다. ‘그냥 때려부수는 영화 아니야? 이런 영화였어?’ 하는 생각이 들더라. 서서히 피가 말라갔다. 마지막에 원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참 머뭇거리게 만드는 영화더라. 그래서 영화를 보고도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있었다. 

Q. 무엇이 조진웅을 그렇게 힘들고 두렵게 만든 건가.

A.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됐다.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이 인터뷰가 끝나면 내일부터 영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봤지, ‘Pause’(일시정지)가 돼 버리는 질문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스스로에게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었는데 분명한 건, 답은 있다는 거다. 내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Q.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하셨지만다이어트가 너무 고됐을 것 같다

A. 삶을 놨다. 그냥 버렸다.(웃음) 원호 캐릭터 자체가 후덕한 느낌이면 안 될 것 같더라. 마른 장작처럼 건조한 느낌, 유분기 없고 감정이 메마른 느낌이 필요했기에 다이어트를 감수해야했다. 그러다가 액션 스쿨에 들어갔다. 영화에 나오는 걸 보니 안쓰럽더라. 잘생긴 배우들 존경하지만 솔직히 부럽지는 않다.(웃음) 함께 출연한 김성령 선배도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는지 모른다. 습관이 아니라 DNA가 나랑은 다른 것 같다. 

Q. 다이어트만큼 힘들었던 순간이 또 있지 않나마약 흡입 장면은 정말 강렬했다.

A. 좀 해본 놈 같던가.(웃음) 처음에는 모르고 소품으로 가져온 소금으로 한 거다. 한 번 해보시면 그 눈이 나온다. 원래는 박하향이 나는 식용 코담배가 있었다. 근데 소금만큼 느낌이 안 살더라. 어떤 종류라고 명명하진 않지만, 그 정도면 치사량이라고 하더라. 마약의 과다 흡입으로 사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소드는 사망 직전까지 표현해야했다. 죽기 직전까지, 어떻게 가봤더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지치지 않는 조진웅힘의 원천을 말하다 

지난 해 <해빙> <범죄도시> <대장 김창수등 굵직한 작업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공작칸 진출과 <독전국내 개봉을 이뤘다이후에도 <완벽한 타인>, <광대들등 작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소처럼 일하고 지치지 않는 배우로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소진웅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유명하다무엇이 이토록 조진웅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드는 걸까.

Q. 다작배우소진웅 타이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는 기분이다. 내가 극장에서 앉아서 보고 싶은 영화들에 출연을 하는 거다. 다작을 한다고들 생각하시는데,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또 요새는 거품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빠졌다. 예전에는 한해에 국내 영화만 128편이 개봉하고 했었다. 근데 스크린쿼터 이후에는 한 47편 나온다. 자체적인 검열도 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가 돌아다닐 수 없는 분위기다.산통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영화계가 많이 발전을 한 것도 사실이다. 표준계약제가 되면서 10여년 전 영화 환경과 비교하면 너무 행복한 수준이다. 숨을 쉴 수 있다. 그때는 40시간 촬영하고, 유리가 어디 박힌지도 모르고 바닥에 누워잤다. 요새는 12시간만 촬영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겠나.

Q. 그때는 무명이라 더 힘들게 느껴졌던 건 아닌가.

A. 그건 아니다. 조연보다는 아마 주연들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요즘은 견고한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쓸데없는 낭비가 많이 줄어든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응집력이 강해진다. 이런 현장에 이런 정서까지 모이면 할리우드 영화도 별로 안 부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Q. 국내 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기로 유명하시다 

A. 제69회 칸 국제 영화제에 참석했었는데 칸의 해변 모양새가 해운대와 많이 닮았더라. 근데 나는 해운대가 훨씬 좋았다. 가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생각났고,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렇게 끌고 갈 수 있을까 부러웠다. 그곳의 시민들은 칸 영화제 기간에만 장사를 하고 그 외엔 아예 문을 닫는다더라. 영화제 자체가 한 도시를 이렇게 먹여 살리고 있는 거다. 훌륭한 지점이다. 귀감 삼아서 우리나라의 많은 영화제들도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그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20회, 21회쯤이었을 거다. 스무살 정도니까 얼마나 성장통이 심할 때겠나. 

Q. 아시아나국제영화제미장센단편영화제 등 심사위원을 맡아 국내 영화제 선전에 힘쓰셨다.

A. 힘과 재량이 되는 한 무조건 할 거다. 미장센단편영화제 당시에 작품상으로 <12번째 보조사제>를 선정한 적이 있는데 그게 <검은사제들>로 상업영화화 됐고 장재현 감독이 입봉을 했다. 등용문처럼 돼 버렸다. 이처럼 기량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야 영화가 발전이 있다. 감사하게도, 안성기 선배가 아시아나국제영화제를 꾸준히 이끌고 있고 영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후원해주는 대기업들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나중에 집행위원장 생각은 없냐고? 그때까지 영화를 하면 고려해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