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온 몸을 뒤흔드는 공포의 민낯, 영화 "블레어 위치"

2016-11-23     스타포커스

s1오는 24일에 개봉하는 애덤 윈가드 감독의 영화 '블레어 위치'는 독보적이다. 여전히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심리적인 공포감을 연출한다. 그 스릴감은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다니엘 미릭, 아두아르도 산체스 감독의 영화 '블레어 위치'가 1999년에 개봉했으니 무려 17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내공이다. 당시 영화는 미국 블레어 숲에서 발생한 어린이 대량학살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는 헤더 도너휴 일행의 이야기를 담았다. 헤더를 비롯한 나머지 두 사람이 실종되고 필름만 남은 내용을 마치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찍은 모큐멘터리 방식과 핸드 헬드 촬영 기법으로 개봉과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블레어 위치'는 엄청난 파급력을 과시했던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다. 애덤 윈가드 감독은 아시아 공포영화를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카네코 슈스케 감독의 영화 '데스 노트'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해서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그가 '블레어 위치' 3편의 메가폰을 잡은 데에는 이러한 필모그래피가 한몫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3편을 연출한다는 것은 손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애덤 윈가드 감독은 영리한 선택을 했다. 극중에는 누나(헤더 도너휴 역)의 실종을 추적하기 위해 '버키츠빌 숲'으로 향하는 동생 제임스(제임스 앨런 맥퀸 분) 일행의 드론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드론은 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나뭇가지에 걸려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핸드 헬드 촬영 기법과 적외선 카메라 렌즈를 적극 활용한다. 숨 막힐 정도로 흔들리는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푸른 불빛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 정체가 불분명하기에 긴장감은 더욱 극대화된다.

s10 <사진제공=(주)코리아스크린>

나무들로 가득한 숲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걸어도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제임스의 일행.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밤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그들을 이 미로에 다시 가두어버린다. 밤과 숲의 교차점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추적당하는 제임스와 리사(칼리 헤르난데스 분)의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은 어둠과 카메라, 그리고 비명뿐이다.

현란할 정도로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때문에 어지러울 수도 있지만, 감독은 그 피로감을 생생한 사운드에 여과시킨다. '블레어 위치' 3편은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시사회 상영관을 서브팩(SubPac)관으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해드셋을 착용하면 훨씬 더 생생한 음감과 진동을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시시각각 엄습한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 정도로 사운드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s9 <사진제공=(주)코리아스크린>

여러 공포영화들이 소리로만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그 시도가 불쾌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블레어 위치'는 그런 점에서 완벽하게 차별화되었다. 영화 초반부는 폭풍전야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요하게 전개된다. 그러다 후반부로 갈수록 생존자들의 수를 신속하게 줄여가며 그들의 목을 조인다. 마치 박기형 감독의 영화 '여고괴담'의 그 유명한 장면을 귀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리사의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블레어 위치'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러한 강점들 덕분에 가능했다. 이 시리즈는 상업적으로든, 영화적으로든 여러 가지 면에서 강력하다. 어떤 시리즈든 오리지널과 참신한 연출력으로 얼마든지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블레어 위치 3편. 엔딩 크레딧을 보자마자 벌써부터 다음 편이 궁금해진다. 과연 그 숲에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경태 kkt134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