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제' 한지민, "나 다운 모습 보여줄 사람 만나고파"

2020-12-10     이은서 기자
(사진)=퍼스트룩

배우 한지민이 영화 <조제>로 12월에 돌아왔다. 영화 <조제>는 2003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다. 한지민이 맡은 ‘조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제’, 책을 읽고 상상으로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는 소녀다. 이 캐릭터는 말이 없는 인물로 표현되어 한지민의 대사 없이 대부분 눈빛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면 인터뷰 대신 어플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인터뷰로 약 50분가량 진행됐다.

- 원작이 너무 유명한 영화다. 영화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처음 영화를 선택한 만큼은 사실 복잡한 생각을 못했다. 김종관 감독님과 너무 작업을 하고 싶었고, 남주혁 배우가 영화에 참여한다니 관객의 입장에서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시나리오 안에 것들을 표현하는데만 해도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매일매일 산을 넘는 기분을 갖고, 감독님과 영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사진)=퍼스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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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다른 영화 <조제>만의 특별함
“원래 원작에서 처음 등장하는 ‘조제’의 눈빛은 ‘두려움’이었다. 원작의 ‘조제’는 ‘츠네오’를 만난 다음 칼도 들었었고, 밥 먹는다는 얘기, 집 간다는 말도 할머니가 대신 전해줬다. 하지만 영화 <조제>의 시나리오에서는 ‘학생 밥 먹고 가’, ‘태워줘’ 등 ‘조제’의 대사가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보다는 ‘절박함’이나 다른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석했다”

- 김종관 감독 X 영화 <조제>
“김종관 감독님과는 평소에도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전에 감독님과 같이 식사를 하며 감독님의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또 감독님의 인상과 정서가 담겨있는 영화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는데, <조제>를 리메이크 한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내가 갖고있는 정서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진짜 기회가 닿을 줄은 몰랐다”

한지민은 드라마 <아는 와이프> <눈이 부시게> <봄밤>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대표 ‘멜로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대사없이 대부분의 연기를 눈빛으로 해야했던 한지민은 연기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 ‘조제’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조제는 낯선 누군가에게 말을 놓는 사람인데, 저란 사람 자체가 낯선 누군가에게 말을 놓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었다. 보편적으로 ‘영석’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반말이 무례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면서 그 대사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처음에 ‘조제’란 아이는 갇혀 지낸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기 때문에 대사를 어둡고, 낮게 뱉듯이 하다보니 그게 잘못보이면 좀 무례해 보이더라. 그 적정선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로드뷰에서 할머니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할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할머니는 마당에 불 쬐고 계셔’ 하며 할머니 부재를 인정 하고 싶지 않아 했던 ‘조제’가 눈물을 흘리고 나서 ‘영석’이가 이불에 들어와 조제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서 다 안다는 듯이 바라본 ‘영석’의 눈빛이 ‘조제’에게 고맙게 느껴진다. ‘조제’ 또한 ‘고맙다’ ‘사랑해’라든지의 방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입맞춤으로 대신하는데 눈물을 흘릴 때 바라보는 씬이 나한테 많이 다가왔다”

<최악의 하루> <더테이블> <페르소나> 등 감각적인 연출로 알려진 김종관 감독은 이번 영화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성적인 영상미를 위해 제작진들과 심혈을 기울였다고 알려졌다. 특히 영화 속, 스코틀랜드 씬은 이국적인 풍경과 ‘조제’, ‘영석’의 특별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배우 한지민은 ‘조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조제’라는 아이 자체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해서, 사랑을 충분히 아는 캐릭터였다. 관람차 씬에서 ‘조제’는 관람차가 계속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그 차원이 원작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원작은 사랑을 직관하는 감정이라고 한다면, 이번 영화는 ‘영석’을 잡고싶어 하는 마음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이 씬은 시간의 흐름이 분명이 있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조제’와 ‘영석’이가 어떠한 지점 안에서 둘의 온도가 달라지고 차이가 생겼는지 나타나진 않았지만, 관람차 연기만큼은 우리 사랑의 관계도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제’는 비단 사랑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을 넓히려 했다. 마지막 내레이션 ‘때로는 너랑 가장 먼 곳을 가고 싶었다’는 ‘영석’과 ‘조제’의 둘의 변화가 어떻게 보면 끝맺음이 생기더라도 관계의 변화는 경험이 되고, 실패가 아닌 성장이 포커스라 생각한다”

(사진)=퍼스트룩
(사진)=퍼스트룩

한지민은 남주혁과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와 ‘이준하’ 역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었다. 이후 이번 영화 <조제>에서 약 일 년만에 만나 관객들은 두 배우의 그림체와 애틋한 호흡을 기대하고 있다. 

- 배우 남주혁과의 연기 호흡은?
“<눈이 부시게>를 촬영하던 시기에 갑자기 주혁씨가 극 중 역할 ‘준하’처럼 보였을 때가 있었다. ‘이 친구가 현장을 겁냈었는데 편해졌구나’ 생각했다. 저한테 술 취해서 시간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씬에서 남주혁씨가 나를 빤히 봤었다. 연기할 때는 술기운에 얘기하는 씬이어서 저는 술의 도움을 받았었다. 나중에 방송을 보고 나니 ‘준하’가 ‘혜자’를 사랑하는 눈빛이었다. ‘이 친구가 이제 이 현장이 편하고 ‘준하’라는 캐릭터에 이입이 됐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 서로가 편해진 이후에는 그게 더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는 ‘조제’가 ‘영석’에게 의지하는 느낌처럼 보일까봐 조금은 나약하고 여려 보이는 말투는 지양했다. 그리고 주혁씨 같은 경우는 전반부에 나보다 더 많이 촬영을 진행했었고, <조제> 촬영장에 훨씬 먼저 적응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제에 대해서 늘 숙제처럼 어려워하다 보니, 초반에 의지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전작도 같이해서 호흡에는 불편함은 없었다. 서로의 눈만 봐도 어딘가가 불편하다는걸 알아챘다. 또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는데, 어땠는지’ 이런 부분을 많이 물어보며 의지했다” 

- 배우 ‘한지민’이 생각하는 사랑
“개인적으로 사랑이 뭔지 알고싶다. 사랑을 뭔가로 정의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여러 가지 사랑이야기를 캐릭터에 빗대어 느껴보기도 했는데, 다음 사랑은 이별해보고 이러한 자세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제가 하고 싶은 사랑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다. 너무 좋아하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때로는 나답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을 하는 과정 안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것, 갈등이 있을 때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귀를 열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제가 해보고 싶은 사랑이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많이 했다. 그런 작품을 보면 제가 받는 여운이나 위로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지점들이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며 일부로 선택하는 편은 아니다. 이번에도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 그 시대의 감정 상태나 시대적 흐름 이런 것들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사실 고르게 되는 지점들은 굉장히 단순, 심플해진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차기작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중단이 되어 다시 찾는 중이다. 메시지가 있는 작품, 그냥 마냥 가벼운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으로서는 다음 작품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드릴 수 없다”

한지민은 조제만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며 원작과는 다른 ‘한지민’만의 ‘조제’를 표현하는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표현하는 ‘조제’, ‘영석’을 만나 변화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조제’, ‘영석’과 헤어지는 감정 변화 등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 연기의 내공을 펼치며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또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미모는 스크린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녀의 연기 내공과 아름다운 미모를 나타내는 영화 <조제>는 다시 한 번 배우 한지민을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하게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