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인터뷰] 이설 “차기작? 여성버디 작품에도 관심 많아”
배우 이설의 얼굴에는 여러 개의 분위기가 서린다. 낮고 단단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눈빛으로 수만 가지의 장르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배우 이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2>로 데뷔해 영화 <허스토리>, 단막극 <옥란면옥>을 통해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설이 데뷔 2년 만에 MBC 드라마 <나쁜형사>에 이어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까지 주연 자리를 꿰찼다. <악마가>에서는 불운하지만 단단한 마음을 지닌 싱어송라이터 김이경으로 분해 솔직하고 오묘한 분위기와 연기력으로 대중들을 만족시켰다.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설은 예상했던 대로 말끔하고 꼼꼼했다. 취재진의 질문을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가며 자신의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다가, 가끔은 소녀처럼 해사한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어느때보다 다양한 이야기로 그와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이설은 <악마가> 속 김이경 역을 소화하기 위해 10개월 가까이 기타연주와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고. 새로운 영역을 배워가는 과정이 그에게는 무척 특별했다고 털어놨다.
이설은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훈련을 받았어요. 배우는 걸 좋아하다보니까 그런 과정들이 정말 행복했고 좋았죠. 음악 팀이랑 많이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금은 굉장히 친해지고 돈독해졌어요. 저에게 현장은 늘 가고 싶은 곳이었어요. 같이 있는 게 즐겁고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모든 촬영이 끝나니까 무척 아쉽고 섭섭하더라고요. 그래도 사고 없이 잘 마무리 했으니 뿌듯한 마음이 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성실하게 레슨을 받고 적극적으로 연기를 준비했지만 <악마가> 속 이설의 노래는 들을 수 없었다. 기타 연주는 이설의 것이었지만 공연 때 대부분의 목소리는 가수 손디아의 보컬로 대체됐다. 아쉬운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이설은 천진한 얼굴로 “음악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되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가수의 영역으로 가기는 역시 힘들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마음도 있긴 했지만 더 나은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이게 맞는 선택이었죠. 제가 원래 손디아 씨의 팬이었는데 목소리를 맡아주신다고 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호흡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만나 같이 노래도 하고 조금은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이것 역시 참 좋은 경험이에요.”
박성웅, 정경호, 이엘 등 걸출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이설은 기죽지 않았다. 독보적인 분위기와 담백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설은 겸손했다. 현장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선배 배우들의 역할과 공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설은 “정말 배움이 많은 현장이었어요. 이엘 선배님은 저에게 엄마 같은 존재일 정도로 배려를 해주셨고 박성웅 선배님은 어떤 질문이든지 정성껏 답변을 해주셨죠.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다해 귀기울여준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정경호 선배님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고요. 정말 비타민 같은 분이셨어요. 제가 긴장을 할 때마다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정말 많은 피드백을 해주셨어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큰 성장점은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쁜형사> 까지만 해도 소통이 상대배우에게 피해가 될까봐 망설여졌는데 지금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캐릭터에 대해서 상대방과 나눌 수 있게 된 거죠. 예전에는 혼자만 생각을 하려고 했거든요. (정)경호 선배님이 ‘왜 나한테 질문을 하지 않느냐’며 작은 것들이라고 모두 말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장은 같이 만드는 거지 절대로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서요. 거기서 정말 큰 용기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서로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털어놨다.
데뷔 2년 만에 연달아 주연이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본인의 입지를 확보한 것 같냐는 질문에 이설은 수줍음에 고개를 숙였다. 3년 간 크고 작은 역할을 쉴 새 없이 소화하면서 일군 값진 자리지만 아직은 한참 ‘다듬이질’이 필요한 단계라고 대답했다.
“제가 지금까지 비교적 장르물이나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참여했어요. 그래서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일부로 그런 작품만 고른 것은 아니에요. 작품을 할 기회가 생겼고 그저 도전을 했을 뿐인데 하다보니까 우연히 그렇게 됐죠. 사실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나 인간냄새 나는 작품도 도전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 같은 여성버디 장르도 꼭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