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인터뷰] "사바하" 이재인, 확신의 눈빛
[손바닥인터뷰] "사바하" 이재인, 확신의 눈빛
  • 이수민 기자
  • 승인 2019.03.05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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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언의 기자

 

좀처럼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미묘한 눈빛과 표정 없는 얼굴. 올해로 열여섯 살이 된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의 스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아직 노는 게 좋고 웃고 떠드는 게 즐거운 딱 그 나잇대 소녀지만, 카메라 너머 이재인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진다. 의심을 확신으로 확 바꿔버린, 내일이 더 기대되는 ‘괴물 신예’, 이재인을 만났다.

 

◉ 삭발언젠가 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온전치 못한 다리로 태어난 금화와 축복받지 못한 금화의 쌍둥이 언니 ‘그것’ 역을 맡아 1인2역을 소화했다. ‘그것’이라는 족쇄에 묶여 불안과 억압의 삶을 살아가는 금화는 텅 빈 표정으로 초반부를 장악하고, 온 몸에 털이 다 빠져나간 뒤 절대적인 존재로 발현된 ‘그것’은 후반부를 장식한다. 특히 비주얼부터 대사까지 낯설기만 한 ‘그것’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재인의 1인2역은 어떻게 탄생됐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Q. 금화와 그것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사바하>는 어떤 작업이었나요

A. 제 캐릭터들이 소름끼치셨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특히 ‘그것’은 저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감저이 변해가는 부분이나, 나한(박정민) 앞에서 위압감을 표현해야할 때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영화가 너무 좋은 분위기로 완성됐고 상상했던 <사바하>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것 같아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사진=양언의 기자

 

Q. 개봉 후 이재인 배우의 삭발도 굉장한 이슈가 됐죠?

A. 언젠가 삭발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예감은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깎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요. 오디션을 볼 때 ‘삭발 가능하냐’를 먼저 물어보셨고 저는 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것’의 몸에서 털이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한 장치로 쓰이는 것 같아서 꼭 깎아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몰입도 잘 됐어요. 깎을 때 웃기기도 하고 별 생각은 없었는데 한 일주일 지나니까 뭔가 공허하고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Q. 12역을 먼저 제안하셨다고 들었어요

A. 처음에 금화 역에 오디션을 봤는데 쌍둥이다 보니까 금화와 ‘그것’의 생각을 알게 되면 둘의 연결되는 감정들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상호작용하는 마음들이요. 1인2역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감독님에게 말씀을 드렸고 감독님도 응해주셨어요. 다리를 저는 금화와 ‘그것’의 손동작 같은 것들을 익혀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지만 그랬기에 연기가 더 편하게 나왔던 것 같아요. 

 

Q. <사바하>를 선뜻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잖아요.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넘어가는 계절 쯤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물론 어려움이 없진 않았어요. 근데 <사바하>의 주제는 저 또한 고민한 적이 있었던 주제였고 무엇보다 금화나 ‘그것’ 자체에 애정이 많이 갔어요. 둘의 스토리도 슬프고 안쓰러워서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고요.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발견되는 부분이 많았고 저 또한 계속 찾아갔던 것 같아요. 

 

◉ 풋풋한 16세 이재인 제 나이 보고 놀라는 분들 많아요” 

 

원숙하고 깊은 연기이기 때문일까. 이재인을 동안의 성인배우로 알고서 뒤늦게 놀라는 반응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재인 또한 이에 수긍하며 “놀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사바하>를 통해 이재인을 처음 알게 된 관객들이 늘어놓는 솔직한 평가와 영화에 대한 감상들이 좋아서 마냥 찾아보기도 한단다. 

 

Q. <사바하> 이후 이재인 배우를 제 나이로 안 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A. 맞아요.(웃음) 그래도 제가 꼭 ‘성숙한 연기를 해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 나잇대에 느낄 수 있는 느낌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나잇값 하는 것도 어렵잖아요.(웃음) 내 나이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직 중학생이니까 중학생만 가질 수 있는 느낌이나 해볼 수 있는 것들요. 연기할 때도 중학생의 감정을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해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Q. <사바하>가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워낙 리뷰도 많죠반응들 찾아보나요?

A.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서 유튜브 해석이나 리뷰 글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더라고요. 초반부에 몰입감이 좋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후반부의 씁쓸하고 담담한 느낌도 좋아해요. 긴 여운을 남겨주고 또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엔딩 OST가 제 눈물버튼이거든요.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Q. 기억에 남는 뿌듯한 반응이 있나요?

A. 영화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게 가장 뿌듯해요. 트위터에서 저와 똑같이 해석하신 분의 글을 읽었는데 그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집중해서 봐주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저에게도 좋은 말씀들을 너무 많이 해주셨어요. 지켜봐주시는 분들에게는 너무 감사해요. 한편으로는 약간의 책임감도 생겨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들이요. 

 

Q. <사바하>의 이정재박정민과 어깨를 나란히 한 주연배우로서의 무게감도 있을 것 같아요

A.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금화와 ‘그것’을 동시에 연기해야하니 걱정도 두 배였어요. 그렇지만 감독님도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부담감은 덜었던 것 같아요. 앞서서는 ‘그것’ 얘기만 했지만 금화를 연기할 때 말 대신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들도 사실 어려웠거든요. 반복해서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눈빛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바하> 덕분에 많은 걸 경험하고 배웠죠. 

 

Q. 이재인 배우의 매력포인트는 아무래도 눈빛 아닐까요?

A. 칭찬을 들을 땐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구나,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이상한 마음이에요. 그래도 떨리고 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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