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 여성감독, 날다!
재기발랄 여성감독, 날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9.01.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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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인들의 입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한지민, 김혜수, 공효진 등 여배우들이 주체적인 캐릭터로 극장가를 휘어잡았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해 최초로 개‧폐막작을 여성감독 작품으로 내세운 데에 이어, 올해에는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라이프>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여성영화인들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지는 가운데 올해 개봉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여성감독들의 영화 5편을 살펴봤다.

Editor 박주연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소공녀>

지난 3월 개봉한 전고운 감독의 데뷔작 <소공녀>는 집은 없지만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이솜)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3년째 이어온 가사도우미 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캐리어 가방 하나를 덜렁 든 채, 친구 집을 전전하며 ‘여행’을 시작한 미소. 표면적으로는 N포 세대의 전형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청춘처럼 보이지만 굳건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한다. 뻔한 청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전고운 감독의 바람처럼, <소공녀>는 어떠한 남성적 시각도 묻어나지 않는, 오로지 미소라는 주체적인 인물로 영화를 끌어나간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소공녀>는 전국적으로 6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흥행을 거뒀다.

두 여성의 뭉클하고 애틋한 연대 <미쓰백>

한지민의 재발견으로 크게 입소문을 탔던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가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흔하고 진부한 모성애 영화가 아니냐는 편견을 뚫고, <미쓰백>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여성의 끈끈한 연대를 조명한다. 특히 학대아동에 대한 주변의 무관심, 무능한 경찰 대응 등 영화의 탈을 쓴 현실적인 전개와 표현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지은으로 대변된 오늘날 물밑의 학대아동과의 연대는 관객들과도 이뤄졌다. <미쓰백>은 꾸준히 상영관을 늘려나가더니, 개봉 4주차에 70만 관객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데뷔 15년차 배우 한지민에게 첫 주연상을 안겼다.

고군분투 청년을 위한 블랙코미디 <수성못>

이세영·김현준 주연의 <수성못>은 아르바이트와 편입 준비로 치열하지만 짠내 나게 살던 희정(이세영)이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수성못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지영 감독은 데뷔작 <수성못>을 통해 고향 대구를 벗어나고자 했던 20대의 자신을 투영했다. 시니컬한 유머, ‘웃픈’ 아이러니가 넘실거리는 이 영화에는 열심히 살아도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시대, 자살공화국이 돼 버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청춘을 섣불리 위로하지도, 자조하지도 않는다. 담담히 조망하는 것만으로 독특한 공감을 자아낸 작품이다.

여성의 발칙하고 솔직한 욕망 <밤치기>

“오늘 밤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 여성의 발칙한 성(性)적 욕망을 담은 영화 <밤치기>는 가영(정가영)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진혁(박종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내용을 담는다. 수위 높은 대사들로 넘쳐나는 솔직, 발칙한 원나잇 토크 무비다. 남녀의 밀고 당기기가 극 전반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밤치기>는 전형적인 국내 로맨틱코미디 관습을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성 역할을 철저히 전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구애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구애의 주체가 되자, 극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고 연기에도 도전한 정가영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유쾌한 두 자매의 동거기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은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져 가족과 18년간 떨어져 살았던 막내 혜정과 둘째언니 혜영의 동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스토리, 그에 따른 가족의 헌신과 성장이라는 서사 구조를 벗어나 평범하게 웃고 싸우며 살아가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티커사진과 커피를 좋아하고 기분이 좋을 땐 덩실덩실 춤도 추는 혜정의 취향과 일상을 카메라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며 부정의 표현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나간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죽임 당하거나 죽이지도 않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잘 살아가고 싶다’는 장혜영 감독의 소소한 바람이 영화 곳곳에 담겼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스타포커스> 1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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