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변주를 위한 질주
현빈, 변주를 위한 질주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12.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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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익숙하다 싶은데, 여전히 낯선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사기꾼에서 인질범으로, 어느새 혼란의 조선을 구하러 온 왕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현빈은 최근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다양하게 도전했고 무한한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이젠 하나의 수식어로 편리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온화하고 고요한 표정 뒤에 아직 꺼내놓진 않은 얼굴이 얼마나 될까. 변화와 도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 현빈을 만났다.

Editor 박주연 | Photo NEW

현빈, 하반기의 남자 등극!

“요즘 자주 뵙네요” 취재진에게 멋쩍게 인사를 건넸지만 대중들은 현빈의 요즘 행보가 적잖이 반갑다. <협상>, <창궐> 영화 두 편으로 극장가를 점령했고 이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해 시청자들과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뭔가 하나는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는 현빈의 연기 지론처럼, 맡은 캐릭터도 제각각이라 골라 보는 재미도 있다. 요즘 그 누구보다 활발한 캐릭터 변주를 시도하는 현빈. 그에게 2018년은 어떤 해로 각인될까.

혼란의 시대를 구하러 온 왕자가 되다

제작비 170억 원에 조선판 <부산행>으로 불렸던 <창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형의 소원세자의 부름을 받고 야귀떼가 득시글대는 조선으로 돌아온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작품. 와이어부터 장검 다루기까지 고난이도 액션을 소화해야하는 만큼 촬영 현장은 굉장히 치열했다고. 현빈은 “액션 신이 정말 많았어요. 다행이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잦은 부상이 있었고 날씨가 추워서 고생스러웠죠.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야귀떼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데에 속도가 훨씬 붙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고행길의 연속이었던 <창궐>. 그럼에도 현빈이 끌렸던 이유는 뭘까. 그는 함께 좋은 시너지를 냈던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의 재회, 오랜 절친인 배우 장동건과의 시너지를 꼽았다.

“일단 조선시대 크리처에 대한 신선함, 긴장감이 있었어요. 김성훈 감독과는 <공조>(2016) 이후에 만났는데, 나에 대해 많은 걸 아는 감독과 작업한다는 게 장점이 많더라고요. <공조>도 <창궐>도 오락 영화라, 저 또한 감독님 성향과 잘 맞는다는 걸 알았죠. 장동건 선배는 친분 관계를 떠나서 언젠가 꼭 같이 연기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았어요. 현대물이라면 또 어땠을지 모르지만, 사극에서 분장을 하고 수염을 달고 만나니 좋더라고요.(웃음) 장동건 선배는 모니터를 꽉 채우는 힘이 있었어요. 곤룡포를 입는 장면은 현자에서도 좀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현빈이 연기한 이청 역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이청은 이조(김의성)의 차남이자 청나라 장수. 나가는 전쟁마다 승리하며 최고의 장수로 칭송받던 무렵, 형의 소원세자의 부름을 받고 위기에 놓은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방인처럼 조선에 섞이지 못하던 이청은 야귀떼, 그리고 김자준과 얽히고설키면서 조금씩 변모, 성장해나간다. 현빈 또한 “설정 자체가, 이청이 왕위에 욕심이 있는 인물은 아니에요. 오히려 청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하지만 조선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세자의 숙명, 책임감을 느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조선이길 바라는 희망 같은 것들이요” 라고 캐릭터에 대해 첨언했다. 이 같은 이청의 변화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서사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변화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시나리오에는 만화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대사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감이 안 왔어요. 이청은 조선에 애착이 없는 인물이니 사극에서 벗어난 다른 말투를 써야겠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정극 사극 톤에 가까워져요. 목소리에 힘도 실었고요. 의도적인 변화였어요. 머리, 수염에 대해 의상 팀과도 많은 고민을 나눴고 수염은 테스트 후에 없앴어요. 장동건 선배가 ‘왜 넌 수염이 없느냐’고 좀 억울해하시더라고요. 야귀 분장에 대한 욕심은 없었냐고요? 한 번 해보시면 그런 말 못 하실 걸요.(웃음)”

데뷔 15년째…“연극 가능성? 늘 열려있죠!”

현빈은 2003년 데뷔해 벌써 15년 째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연륜이 쌓인 만큼, 영화 촬영장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콕 찍어서 영화 촬영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영화와 드라마 연기가 다르다고 생각되진 않더라고요. 신인 때 김갑수 선배에게 연극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는데 ‘똑같아~ 그냥 해~’ 라고 하신 게 생각나요”라며 웃었다. 쭉 연기를 해오다보니, 현빈도 이제는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됐다고.

여러 번 언급했던 연극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초 현빈에게 연기에 대한 확신을 준 계기가 연극 무대니 당연했다. “극단 출신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연극을 했었어요. 연극만의 매력이 분명하고 생각도 늘 갖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점점 더 시도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현빈은 연극뿐만 아니라 소소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도 컸다. 2009년 독립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통해 경험한 바 있기에 망가지는 역할도 그리 두렵지 않다는 게 그의 입장. 현빈은 “늘 상업적인 것만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없고 특별히 어떤 기준을 나눠서 작품을 고르지도 않아요”라고 소신 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작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이를테면 영화 홍보 차원에서 요즘 배우들이 가볍게 출연하는 예능도 있지 않나.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인상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하지만 ‘사실은 쉬운 남자’라고 느긋한 말투로 농담을 던지고 웃어버리는 그에게, 대중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현빈은 회의적인 입장인 듯 보였다.

“회사에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게 더 좋지 않냐고는 해요. 그런데 저는 배우는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정답을 못 찾은 것 같아요. 물론 요즘 추세가 가까이, 친근하게 소통하는 거라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SNS도 좀 고민 해봐야겠네요. 음, 사실 저도 저를 아직 모르겠어요. (웃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도전의 연속

<협상>과 <창궐>을 지났고, 이제 올해 현빈에게 주어진 건 tvN 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투자회사의 대표 유진우(현빈)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증강현실(AR)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기존에 시도된 적 없는 신선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겐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현빈은 “야귀를 소재로 한 <협상이나>, 증강현실을 다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현실과 좀 동떨어진 이야기잖아요. 제가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할 때는 힘든 점도 있어요. CG로 작업하다 보면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순간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기에 이 다음엔 어떤 노선을 구축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현빈은 “아직 드라마 촬영 중이라 그 다음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작품 중엔 보통 새로운 작품을 정하진 않아요. 신경이 분산돼서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멜로라고.

“요즘은 멜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사실 영화시장에서는 점점 이 장르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양성도 점점 사라지고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조금은 현실적인 멜로를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게 어렵다면 반대로 아주 센 액션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것저것 안 했던 것들이면 다 접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직 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외로움을 연애로? “아직은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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