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비주의" 이나영? 이 열정 어떻게 참았나
[인터뷰] "신비주의" 이나영? 이 열정 어떻게 참았나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11.16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속 쉬려고 한 건 아닌데

배우 이나영이 멋쩍게 웃었다. 자신 있는 모습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회만 엿보다보니 어느새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나영은 <뷰티풀데이즈>를 통해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새롭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10대부터 40대까지 조선족 여인의 일대기를 표현한 이나영은 한층 더 깊어진 눈매로 관객 앞에 마주섰다.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이나영은 <뷰티풀데이즈>를 만나기까지, 그리고 지난 공백기 동안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등장한 그는 인터뷰에서 소탈함과 털털함,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에 쉬이 엿볼 수 없었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갖은 매력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나영 이름 앞에 붙은 '신비주의'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자리였다. 

이나영 “<뷰티풀데이즈> 안 할 이유 없었어요

<뷰티풀데이즈>는 아들과 조선족 남편을 중국에 두고 남한으로 온 탈북 여성(이나영)의 기구한 일생을 그린다. 영화적인 여백,  절제된 톤이 돋보이는 <뷰티풀데이즈>에서 이나영은 드라마틱한 감정의 진폭대신, 공허한 눈빛 하나로 극을 이끌어간다.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했던 이나영은 40대 엄마, 현재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서 애를 먹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Q. 6년만의 복귀예요. <뷰티풀데이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A. 전 원래 이런 류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구성이나 그림이 거친 것들이 취향이에요. <뷰티풀데이즈>는 지금이어서가 아니라, 예전에 들어와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시나리오부터 너무 좋아서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윤재호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감독님의 전작 다큐들을 찾아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이걸 단순히 소재로만 쓰신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감독님을 만났을 땐 거의 결정을 내린 상태로 나갔어요.

Q. 그래서 노개런티 촬영도 흔쾌히 응하신 건가요?

A. 예산도 적었고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예산이 적어도 웰메이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우리가 잘 만들어야 노 개런티도 많이 나오고 다양성 영화들도 소개되니까요. 그런 바람이 있었죠.

Q. 작품을 선택하실 때 엄마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A. 그런 건 딱히 없이 시작했어요.

Q. 그렇다면 실제 아이를 키우는 경험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도움이 됐나요?

A.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은연중에 감성 일부분에 스몄을 수는 있지만 전 이제 육아 초창기잖아요. 경험할 것들이 더 많고요. 그래서 <뷰티풀데이즈>에서는 한 여성의 역사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10대 때는 생존을 위해 탈북을 한 소녀, 20대 땐 아이를 버리고 동물적인 느낌으로 살아가는 여인을 표현했어요. 현재는 뭐가 되었든 다 받아들이고 무덤덤한 느낌이었고요. 그 감성이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재를 이야기할 땐,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혹시라도 까먹을까봐 계속 대본을 봤던 것 같아요.

Q. 클럽신에서의 눈빛 연기가 참 와닿았어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보니 눌러서 연기하는 게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됐거든요.

A. 사건들이 직접적으로 벌어지면 그 자체에 몰입을 하면 되겠지만, 현재에 와서는 이 여성이 모든 역사를 안고 그걸 눌러서 눈빛으로 보는 느낌이라 좀 힘들었어요. 눈동자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저 눈동자 연기 좋아해요. (웃음) 그런 연기를 하고 싶었고요. 노메이크업으로 임하니까 표현이 좀 더 편해지더라고요.

Q. 원빈 씨는 <뷰티풀데이즈> 보셨나요?

A. 예고편만 봤어요. 보더니 슬프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는 돈 주고 보라고 했어요. (일동웃음) 그 분(원빈)도 배우니까 알잖아요. 이 캐릭터가 가슴에 많은 걸 안고 있기에 연기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걸요. 용기를 줬고 오히려 잘 어울린다고도 해줬어요. 조언이요? 조언이랄 것 까진 없었고, 제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같이 상의하고 의견 내줬어요. 예를 들면 ‘이런 의상은 어때?’ 하는 것들요.

◇ 이나영 “남편 원빈? 육아도 잘 도와줘요 

이날 이나영은 특유의 진솔함으로 인터뷰 내내 분위기를 이끌었다. 작품 활동에 대한 열망이 확실했고 영화 외의 외부 활동도 어렵지 않게 해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비주의를 좀 벗자는 취재진의 제안에 이나영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사실 저는 뒷자리가 더 편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꾸준히 기다려준 팬들, 대중들에겐 무엇보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Q. 이나영 씨의 공백을 달갑지 않게 보는 대중들도 있으셨죠. 달리 말하면 배우 이나영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A. 맞아요. 보고 싶어해주시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죄송해요. 하지만 나만의 호흡을 찾아야 할 필요도 있었어요. 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어떤 연기를 하고 또 어떤 얘기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데 저도 헷갈리는 상태에서 나오는 건, 오히려 대중들을 더 배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Q. 결혼 후 첫 인터뷰 자리잖아요. 그 사이에 변화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A. 공간이나 상황 같은 건 좀 달라졌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바뀐 건 아니에요. 저는 취미도 별로 없어요. 계속 영화만 보고, 그게 또 가장 위안이 돼요. 배우에게 집중되는 작품이 있으면 막 끓어오르기도 해요. 욕심이 나고, 배우고 싶어서 돌려보기도 하고요. 요즘엔 예능이 됐던, 남자배우의 연기가 됐던 조금씩 얻어오려고 하고 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Q. 사실 <뷰티풀데이즈>의 여성도, 이나영 씨도 같은 유부녀 입장이잖아요.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육아가 워낙 어려운 건 사실이죠. 근데 끝에도 분명 행복과 뿌듯함이 있어요. 저 또한 가족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요. 남편도 많이 도와주고, 서로 분담하고 내가 못 할 땐 대신 해주기도 해요. 이유식도 당연히 직접 만들어요. 남편도 같이 많이 해주려는 것 같아요. 저를 못 믿어서 그런가 봐요.(웃음)

Q. 많이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이세요. 이나영 씨는 요즘 어디에서 행복을 찾으시나요?

A. 행복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좀 소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편이에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거든요. 저는 예전부터 거창한 것엔 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음, 오늘은 단팥죽을 먹었으니 제 행복지수는 한 88점 정도 되려나요?

Q.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로 9년 만에 복귀를 하시죠? 본격적인 활동을 기대해도 될까요?

A. 본격적이요?(웃음) 예전에도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 버려서.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드라마는 이제 4,5회차 정도 찍었는데 긴장 돼요. 요즘엔 TV 화질이 좋아져서 더 긴장되고요. <뷰티풀데이즈>랑 비교해서 이 작품이 훨씬 밝아요. 코미디와 예능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데 막상 연기 하려면 좀 어렵죠. 잘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에 <뷰티풀데이즈> 10만이 넘어야 모두가 해피할 것 같긴 해요.

Q. 마지막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A. 드라마까지 끝나고 나면 또 제가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그래도 <뷰티풀데이즈> 같은 영화라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또 앞으로가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얼굴과 눈빛으로 관객을 제압해줄지, 저도 어떤 영화들을 봤을 때 기대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관객들이 그걸 느낄 수 있도록 제가 잘 해야죠.

Editor 박주연 |  Photo 이든나인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