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다섯 혜리, 성장의 여정
[인터뷰] 스물다섯 혜리, 성장의 여정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11.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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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수, 드라마, 예능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뤘고 영화 <물괴>를 통해 또 한 번 변신의 절정을 준비하고 있다. 스물다섯, 열정도 욕심도 많은 혜리에게 영화배우로서의 첫 도전은 어떻게 남았을까.

Editor 박주연 | Photo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미지의 세계 내딛는 기분”…혜리가 영화를 만났을 때 

“영화 끝까지 너만 보일걸? 하는 선배들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물괴> 개봉을 앞두고 만난 혜리는 첫 영화를 대중들에게 선보인다는 설렘과 걱정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출연 배우보다는 관객에 더 가까운 마음으로 취재진과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도 나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수긍하며 피하려하지 않는 혜리의 모습에서 특유의 당당함과 영화를 향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졌다.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을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물 <물괴>. 혜리는 호기심 많고 담대한 윤겸(김명민)의 딸 명 역할을 맡았다. 산 속에서 무료한 시간을 버티고자 터득한 의술과 궁술로, 아비를 따라 물괴 수색대에 합류해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 역할이다.

당돌한 명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잘 설득시키기 위해 혜리는 ‘예쁨’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누더기 옷에 까만 그을음 칠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대중들이 저에게 갖는 이미지가 센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명이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산속에 친구도 없이 살아가던 친구라, 잘 씻지도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잘 어울렸다고 해주시면 진짜 성공적인 것 같아요. 사실 ‘완전 포기한 거 아니에요?’ 이런 말을 더 듣고 싶긴 해요”라고 말했다.

활시위를 당겨 거대 물괴에 맞서는 혜리의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혜리는 이 모든 게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대회> 경험 때문이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즉석에서 시범까지 보이며 들뜬 그는 “사실 그땐 ‘아이돌인데 양궁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컬링도 해야 해?’ 하고 장난처럼 말했었는데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요. <아육대>는 연습용 활이었고 <물괴>에서는 상체만한 크기의 국궁을 사용했어요. 활 쏘는 명이가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습했어요. 활시위가 굉장히 단단했는데 끝까지 당긴 상태로 대사를 하거나 연기해야하는 신이 많아서 손이 안 떨리게 보이려고 손아귀 힘을 기르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라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나름대로는 착실하게 준비한 캐릭터지만 첫 영화에 첫 사극, 또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크리쳐 액션 사극물이다보니 부담도 적지 않았다. “크리쳐물이라는 것보단 사극 장르라는 것 자체에 부담이 됐어요. 사극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준비하려고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미지의 세계를 내딛는 기분이었어요.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온몸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주무시는 분 없나 주변 반응도 체크했고요.(웃음) 데뷔하고 TV에 처음 나왔을 때 기분이랑 비슷했어요. 브라운관이랑 스크린은 확연히 다르다는 선배들 말이 뭔지도 알겠더라고요. 영화 촬영은 한 장면이라도 디테일하게 오래 찍으니까요. 저 또한 앞으로 다른 영화를 볼 때 더 경건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걸스데이 데뷔 후 6년…” 공백기가 혜리에게 남긴 것  

혜리는 영화라는 매체에 진출한 것을 올해 이룬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혜리는 “<물괴>와 전작 사이에 공백이 8개월 정도 있었어요. ‘뭘 하면서 살아야하지?’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고 고민도 많았어요. 그때도 대본을 받았는데 제 몸이 편하거나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들엔 눈이 잘 안 가더라고요. 스스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작품에 끌렸어요. 그래서 <물괴>를 받고서는 ‘사극? 할 수 있을까! 아니, 해내겠어!’ 하는 마음으로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8개월 공백동안 혜리는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을까.

“2012년 데뷔해서 쉼 없이 일했더라고요. 그동안은 불안한 마음에 일을 쉬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하루를 쉬어도 뭔가 해야겠다는 강박 때문에 전 제가 오래 못 쉴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한두 달 쉬니까 더 쉬고 싶더라고요.(웃음) 너무 좋던데요?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깨달음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제가 걱정하고 두려웠던 것들이 해결되더라고요. 저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지금의 내가 편하고 행복해야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해요. 머릿속이 비워지기 시작하니 마음도 다잡게 됐고 이제는 안 힘들어요. ‘이 정도쯤이야~’ 하는 여유를 배운 것 같아요.”

육체와 정신의 환기를 이뤘고 리프레시 끝에 <물괴>라는 좋은 작품도 만났다. 굴곡을 넘어온 혜리 앞에는 아직 대중들의 평가라는 거대한 산이 남아 잇다. 추석 시즌 대작에 김명민, 김인권 등 걸출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또 적잖은 분량이기 때문에 다양한 평가가 혜리를 둘러쌀 것이다. 혜리는 “평소에 반응을 신경 쓰는 편이라 그 순간이 오면 무서울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열심히 해야죠. 대중들을 만족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저고, 그걸 바꿀 수 있는 것도 저라고 생각해요. ‘내가 꼭 바꿔주겠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첫 영화라 미흡한 게 많지만 결국 노력하고 바꿔나가는 게 제 몫이자 과제라고 생각해요. 혹시 마음 아프게 되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배우로서의 길이 어쩌면 가시밭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혜리는 연기가 좋단다.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해맑게 대답했다. 그는 “연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만큼의 성취감도 있고요. 사실 <물괴>의 명은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아이잖아요. 저 또한 이곳에서 제가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저만 할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로 인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대중 분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라고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걸스데이로 데뷔해 톱 걸그룹 위치에도 서봤고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털털하고 귀여운 매력도 어필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큰 성공과 함께 배우로서의 잠재력도 스스로 증명했다. 한 연예인이 다방면에서 이토록 고무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영화 첫 진출작인 <물괴>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혜리의 필모그래피엔 더 없이 의미 있는 한 줄로 기록될 것이다. 혜리는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사실 전 미래를 계획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하고 싶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내가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해요. 오히려 기간을 정해두고 목표를 세우는 분들이 제 입장에선 더 신기해요. 5년 뒤에 저를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했고, 제 선택으로 나온 결과라서 후회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늘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영화로서도 사랑을 받으면 너무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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