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전면에 나선 "주체적인 여성들"
스크린 전면에 나선 "주체적인 여성들"
  • 스타포커스
  • 승인 2018.08.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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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동안 국내 영화계에는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이어졌다. 기껏해야 <악녀>, <아가씨> 외에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작이 없었으며, 여배우의 활용은 강한 남성들 사이에서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만큼은 여배우들 또는 주체적인 여성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갈증이 약간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을 시작으로, <버닝>, <마녀>, <변산>, <소공녀> <허스토리>, <속닥속닥> 등 여러 영화에서 주체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즐비했던 거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김희애와 손예진과 같은 중견배우들은 물론 김태리와 김고은 등 이름값이 높은 배우들과 함께 전종서, 김다미, 소주연, 이솜 등 신예 여배우들까지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어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다미-김희애-전종서-김태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체적인 캐릭터와 여성 중심의 다양한 서사 

최근 여배우들이 맹활약할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가 독창적이고 다양할 뿐 아니라 남성 중심의 영화에서 보여졌던 소모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주체적이어서 여성 중심의 서사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딸을 두고 갑자기 시라진 엄마와 팍팍한 서울에서 돌아와 삼시세끼를 직접 해먹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내용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역의 김태리와 엄마 역의 문소리가 대표적이다. 요리라는 소재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혜원의 모습은 당당하고 독립적이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휘둘리지 않고 엄마로서의 발자취를 남기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수아(손예진)도 기존 멜로 영화와는 다른 다소 이질적인 형태의 여성으로 나온다. '자발적 홈리스'가 되어 정처없이 삶을 떠도는 <소공녀>의 미소는 삼포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정체성을 지켜나간다. <허스토리> 속 관부재판 원고단 대표 문정숙(김희애)는 리더십이 강한 여장부의 전형성에서 더 나아가 할머니들간의 관계에서 뜨거운 연대를 이끌어내는 인물로서 이야기를 이끌었으며, <마녀>에서 김다미는 남성 악당들을 손 쉽게 헤치워 나가는 강력한 히어로로 등장해 타이틀롤로서의 제몫을 다했다. <변산>의 선미(김고은)는 내면이 부실한 학수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대며 성찰과 현실을 인지시키는 어른스움을 가진 캐릭터로 나왔다.

이전까지 여성이 활용된 지점은 남성의 부하나 연인 또는 피해자 등 지극히 약한 존재로서 소모적으로만 활용됐던 것과 달리 올해 등장하는 영화에서 여성들은 자신이 가진 내면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주연-진세연-이주영-박규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다미·전종서, 대형 신인·기대감 높은 여배우들의 등장 

올해 또 달리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대형 신인 여배우들의 등장이다. 김다미와 전종서가 그 대표성을 띠고 있다.

먼저 전종서는 2010년 이후 오랜만에 작품을 내놓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독보적인 이미지와 색다른 연기톤으로 수 많은 관객에 긍정적으로 각인됐다. 김다미는 <마녀>에서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원톱 주인공이 돼 미스터리한 미소를 띤 액션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두 배우는 지금보다도 더 기대되는 애배우로 꼽히며, 올해 열리는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신인이라고 일컬기는 어려운 새롭게 기대되는 여배우들도 적지 않다. <괴물들>의 박규영, <독전>의 강승현, 이주영과 <속닥속닥>의 소주연, <곤지암>의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등의 배우들도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스타들이다. 또한 그간 활동이 미미해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진서연과 <변산>의 신현빈 등도 새로운 얼굴에 가깝다. 특히 진서연이 <독전>에서 보여준 강렬함은 신선한 산소처럼 새로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 분위기의 변화 -> 영화계에도 기회 

최근들어 주체적인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현상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나치게 남성 혐오적인 발언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나, 그간 사회 내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것만 보면 환영할만한 요인이다. 일부 집회의 발언의 내용이 지나치게 혐오적인 것 등의 부분은 바뀔 필요가 있지만, 대화의 주체로서 나온다는 건 유의미한 결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영화 영역에서도 획일하된 남성 중심의 시선에서 조금씩 개선되가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 꽃을 피웠다고 하긴 어려우나 여성들이 중심이 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부분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환영받을 만한 요소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해 영화 발전에 기여할지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로 보인다.

PHOTO 각 영화 배급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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